한국에서의 암 치료는 대학병원 혹은 대형병원에서 거의 전부가 이루어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최근에는 대형 암센터 혹은 특성화 암센터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런데 미국의 경우 암 환자의 60% 이상이 지역에서 개업을 하고 있는 암 전문의에 의해 치료를 받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암센터들과 대학병원들이 즐비한데, 왜 이런 차이를 보이는 것일까?
우선 한국과 미국의 의료체계에 큰 차이점이 있다. 한국은 폐쇄형 병원제도(closed system)이다. 즉 의료진이 특정 병원에 고용되어 그 병원에서만 진료를 할 수 있다. 즉 대학병원이나 대형병원에 모든 과 의사들이 고용되어 한 장소에서 각종 검사 및 입원과 외래 방문 등의 모든 진료행위가 이루어진다.
반면 미국은 개방형 병원제도(open system)이다. 병원이 지역 의사에게 개방되어 있어서 이 병원을 이용할 수 있는 권한(privilege)이 부여된 의사들은 그 병원의 모든 시설이나 검사장비, 병상 등을 이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다른 분야 전문의의 자문도 받을 수 있다.
외래 방문 때에는 의사의 개인사무실(medical office)을 이용하고, 사무실에서 할 수 없는 복잡한 검사, 치료 혹은 입원을 요하는 중한 상황인 경우에만 병원을 이용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의료 체계의 차이를 암의 진단과 치료로 국한시켜 비교해 보자. 한국의 폐쇄형 제도의 장점은 한 곳에 모든 것이 집중되어 있어 진단부터 치료까지 모든 것을 원스탑 서비스로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대학병원 시스템은 한국과 유사하다. 필자가 있는 LA의 경우 UCLA, USC, City of Hope 등의 유명 병원들이 이런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많은 한인 암환자들이 한국의 의료체계에 대한 개념과 위에 나열한 장점들 때문에 이런 대형병원들에서 진료를 받는 경우들이 있다.
그러나 이런 병원들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 병원들은 수련을 받고 있는 인턴, 레지던트, 펠로우 등의 수련의들이 있다. 대형병원에서 진료 받다가 필자에게로 오는 환자들 중 담당의사가 누구였냐고 물어보면 상당수의 경우는 수련의의 이름을 댄다.
물론 수련의들에게는 항상 담당교수가 배정되지만, 직접 환자와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게 현실이다. 또한 암환자들에게 필요한 세밀한 관심과 친밀한 의사 환자 관계가 정립되기 어려운 점들이 있다.
항암화학요법으로 치료를 받다가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담당 의사와 직접 통화를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응급실로 가게 되더라도 몇 시간씩 기다리는 것은 보통이다. 의사소통 또한 문제이다.
암의 진단과 치료는 많은 진료 방문을 요하고, 진단 및 치료에 대한 상세한 이해가 동반되어야 최상의 치료를 받을 수 있으나 의사소통의 문제로 충분한 이해가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경우들이 많다.
요즘의 암 치료는 대부분 표준화가 이루어져 있다. 즉, 각종 암마다 치료를 어떻게 해야 한다는 지침이 마련되어 있어, 대학병원 의사든 개업의든지 간에 그 지침을 따르도록 되어 있다.
각 분야의 암 전문가들이 모여 이런 지침을 만든 것이 NCCN(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의 암 진료 지침이다. 이런 치료의 90% 이상은 병원이 아닌 개인 의사의 오피스에서 이루어진다. 개업의들은 필요한 경우 대학병원의 의사들과 연계하여 진료를 제공할 수 있다.
필자의 경우도 대학병원과 연계해 환자에게 최상의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한인 암환자들이 불편해 하는 것은 각종 검사와 치료를 위해 기다리는 시간이 길다는 것과 또한 이런 검사와 치료가 한 군데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여러 곳을 돌아다녀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환자들의 이런 불편함을 덜고자 한 곳에서 모든 검사와 치료가 원스탑으로 이루어지고, 각 암 분야에 있어서 최고 전문의들이 한 곳에서 협진하는, 대학병원과 개업의의 장점만을 모은 작지만 편리한 암센터를 계획하고 있다.
한인 암 환자들의 치료에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될 날이 멀지 않았다.
LA Cancer Center (213)388-0908
안 상 훈 / <암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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