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 버든 설치조각전 ‘메트로폴리스 II’
▶ LACMA서 내일 개막
복잡한 도로망이 혈관처럼 얽혀 있는 ‘메트로폴리스 II’에서는 한 시간에 10만대의 차량이 질서정연하게 질주한다. / Chris Burden / 다양한 스타일의 건축물들도 눈길을 끈다.
장난감으로 만든 상상의 세계
240마일 자동차 행렬 등 눈길
“메트로폴리스 II는 빠른 속도로 질주하며 정신없이 돌아가는 현대도시를 모델로 만든 강렬하고 복잡한 키네틱 설치조각물이다. 특별히 미래의 이상적인 로스앤젤레스라고도 할 수 있는데, 현재보다 10배나 많은 트래픽이 있지만 지금 50분 걸리는 거리를 5분이면 다닐 수 있는 새로운 도시 모습이다. 쉬지 않고 달리는 기차들과 장난감 자동차들이 만들어내는 소음은 역동적이고 활기차며 부산스러운 21세기 도시 속 삶의 스트레스를 느끼게 한다” <크리스 버든>
내일(14일) LA카운티 뮤지엄에서 개막되는 크리스 버든의 ‘메트로폴리스 II’(Metropolis II)는 ‘경이와 매혹’으로 보는 사람을 사로잡는 작품이다.
보면 볼수록 그 치밀한 설계와 정교한 디자인에 매혹되고,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적 완벽함에 놀라게 된다. 미니어처 도시를 빽빽하게 메우고 있는 각양각색의 건축물과 정신없이 질주하는 자동차 행렬에서 도저히 눈길을 뗄 수가 없다.
1,100대의 장난감 자동차가 18개의 트래픽 라인을 최고시속 240마일로 쉬지 않고 달린다. 혈관처럼 얽히고설킨 도로와 철로와 프리웨이에서 어떻게 그 많은 차들이 그렇게 빠른 속도로 달리다가도 일제히 모였다 헤어지고 다시 줄지어 올라가서는 쏜살같이 제 갈길로 내달리는지 눈이 팽팽 돌고 가슴은 아이처럼 뛴다.
어릴 때 갖고 놀던 토이카들, 토마스 트레인 기차들이 예술작품이 되어 눈앞에서 달리는 모습을 보게 될 줄이야.
수백점의 다양한 스타일의 건축물도 하나하나 눈길을 잡아끄는 특별한 상상력의 산물들이다. 미래형 고층빌딩과 시설들 사이로 통나무집도 있고 에펠탑 같은 구조물도 있으며 아르데코 스타일의 빌딩, 아파트, 심지어 모스크바 바실리 성당을 연상케하는 건축물까지 ‘메트로폴리스 II’는 볼수록 볼거리가 튀어나오는 작품이다.
크리스 버든은 이 작품을 거의 5년 동안 만들었다고 한다. 신호등도, 스탑사인도 없고, 죽죽 뻗은 길에서 시속 240마일로 달려도 되는 세상을 꿈꾸며 만든 이 작품을 그가 1년 전 토팽가 캐년의 스튜디오에서 살짝 공개했을 때 컨템포러리 아트 컬렉터들 사이에 즉각적인 화제가 되었고, 그 중 하나인 니콜라스 버그루엔(Nicholas Berggruen)이 구입해 즉시로 라크마에 10년 장기대여 해줌으로써 이 전시가 가능하게 됐다.
라크마는 ‘메트로폴리스 II’를 BCAM 건물 1층에 설치 전시하고 있다. 원래 여기에는 리처드 세라의 거대한 메탈작품(‘Band’) 2점이 설치돼 있었는데 이 중 하나를 치우고(그 큰 작품을 어떻게 건물 밖으로 옮기고 어디에 보관했는지도 무척 궁금하다) 거기에 ‘메트로폴리스 II’를 설치했다.
2층 난간도 만들어 관람객들이 위에 올라가 전체를 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아마도 남가주의 모든 부모들이 아이들의 손을 잡고 이 작품을 구경하게 될 것이다. 아이들에겐 지상 최고의 장난감으로 보일 테지만 어른들 역시 보고 또 보아도 질리지 않는 탐색의 대상이 될 것이다.
누군가는 자동차에, 어떤 사람은 건축에, 엔진과 테크놀러지에, 도시설계에, 정교한 디자인에, 혹은 공상과학영화의 장면처럼 다가올테니 ‘메트로폴리스 II’ 앞에서 흥미를 느끼지 않을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이런 것이 정말 좋은 예술품 아닐까.
#크리스 버든은 누구
라크마 윌셔 입구의 명소가 된‘어번 라잇’(Urban Light)의 작가다. LA 주변에서 수집한 202개의 앤틱 가로등기둥을 가져다 설치한‘어번 라잇’은 요즘 LA에서 사진을 가장 많이 찍는 장소이며 연인들이 가장 즐겨 찾는 낭만의 장소로 유명하다.
1946년 보스턴에서 태어나 포모나 칼리지에서 BFA, UC어바인에서 MFA를 받은 그는 70년대에 행위예술가로서 자신을 도구로 사용한 심플하고도 쇼킹한 예술활동으로 주목을 끌었고, 이후에는 도시 계획과 모던 테크놀러지를 이용한 아상블라주, 인스톨레이션, 키네틱 스컵처 등의 작품들로 전 세계 주요미술관에서 다양한 전시를 가져졌으며, 26년 재직한 UCLA에서 현재 명예교수로 있다.
#전시 일정
‘메트로폴리스 II’는 무기한 전시예정이지만 매일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매주 금요일 4차례(오후 12시30분~2시, 3시~4시30분, 5시~6시30분, 7시~8시30분)와 주말 토·일요일 4차례(오전 11시30분~오후 1시, 2시~3시30분, 4시~5시30분, 6시~7시30분) 입장할 수 있다. 마틴 루터 킹 데이(1월16일)에 오후 12시30분~2시, 3시~4시30분, 5시~6시30분, 7~8시에 특별 전시한다.
LACMA 5905 Wilshire Blvd. LA, CA 90036, (323)857-6000, lacma.org
#메트로폴리스 II 작동원리
매그닛이 달린 장난감 자동차들은 역시 자석이 부착된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6차선 프리웨이 트랙의 정상까지 올라간 다음 내리막길로 자유낙하한다.
이때부터는 중력의 힘으로만 트랙을 따라 달리는데 그 속도가 최고 240마일, 한 시간에 10만대의 차량이 빽빽한 건물의 숲을 비집고 달리는 정교한 시스템이다.
수십대가 한 트랙에서 동시에 쏟아져 나와도 한 대도 충돌하지 않으면서 질서정연하게 정해진 길을 달리는 모습이 경이롭다. 트랙은 마찰을 줄이기 위해 테플론 코팅했으며 코너와 커브에서 회전력을 높이기 위해 7도 경사로 설치했다. 전체 엔진의 작동은 3대의 0.5마력 DC모터가 컨트롤 한다.
<글 정숙희·사진 장지훈 인턴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