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스파고 은행 직원이 지난 7일 플로리다 지역에서 한 부부를 상대로 융자조정 프로그램에 대한 웍샵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 주도의 융자조정 프로그램 등이 실효를 거두면 그림자 재고로 인한 주택가격 폭락은 없을 것으로 기대된다.
•긍정적 신호
거래늘고 신규공급 줄어
모기지금리 4%대 밑돌아
•부정적 신호
모기지 연체주택 안 줄고
차압매물 줄줄이 대기
최근 발표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주택가격이 아직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발표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9월 중 주택가격은 지난해보다 약 2.5~3%가량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2006년 이후 5년 연속 하락하고 있는 주택가격은 고점 대비 현재 약 40% 정도 하락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같은 주택가격의 하락세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가 최근 주택시장의 최대 관심사다.
주택시장 전문가들에 따르면 내년까지도 주택가격 하락이 이어지는 대신 하락폭은 줄고 주택가격이 안정되는 지역이 올해보다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주택가격이 적어도 내년 중 바닥을 치고 내후년부터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기대도 늘고 있다. 주택시장이 드디어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 바닥에 근접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을 통한 현재 주택시장 상황과 향후 전망에 대해서 알아본다.
■ 주택시장 ‘가사상태’
부동산 시장 조사기관 클리어 캐피털의 알렉스 비아코타 디렉터는 현재 주택시장이 ‘가사상태’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주택시장이 일시적으로 활동을 멈춘 상태라는 의미인데 회복동력이 충분하지만 주택시장이 현재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주택구입 여건이 최상임에도 불구하고 고실업률 등 부정적인 요인들이 주택시장의 회복을 가로 막고 있다는 진단으로도 볼 수 있다.
동시에 긍정적인 요인들이 주택가격의 추가 하락을 제한하는 등 부정 요인을 상쇄하는 작용을 하고 있어 더 이상의 주택가격 폭락은 없을 것으로 비아코타 디렉터는 전망했다.
주택시장의 회복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로 ‘그림자 재고’가 지적되고 있다. 연체상태에 빠진 주택 모기지 비율이 줄지 않고 있어 주택가격의 추가 하락을 이끌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택가격에 대한 그림자 재고의 위협은 최근 연방 정부가 실시한 융자조정 프로그램으로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주택가치가 모기지 원리금보다 낮은 이른바 ‘깡통주택’ 소유주들이 융자조정의 기회를 제공받으면 낮은 가격으로 주택을 급매해야 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디스 이코노믹스의 마크 잔디 수석연구원은 정부 융자조정 프로그램으로 150만~200만가구가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산중이다. 잔디 연구원은 내년도 주택가격 하락폭이 3~5%선을 넘지 않으며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보고 있으며 2013년부터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을 최근 내놓기도 했다.
■ 긍정 신호
주택시장이 회복을 앞두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우선 주택가격이 빠질 만큼 빠졌다는 것을 들 수 있다. 클리어 캐피털사의 조사에 따르면 9월 말 전국의 주택가격은 전년 대비 약 2.6%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9월~2010년 9월 주택가격 하락폭인 약 2.5%에 비해 큰 변동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는데 주택가격 하락 속도에 제동이 걸린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지난 5년간 전국 주택가격은 약 40%가량 하락한 것으로 추산되는데 업계에 따르면 주택 구입자들 사이에서도 주택가격이 이미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
주택구입 여건이 매우 좋다는 점도 주택시장 회복에는 플러스 요인이다. 시장 분석기관 파이서브사의 데이빗 스티프 수석연구원에 따르면 주택구입 여건을 가늠하는 척도로 사용되는 가구 소득 대비 주택가격의 비율은 현재 약 2.6을 나타내고 있다.
이 비율은 전통적으로 평균 약 2.9를 기록하고 있는데 과거 평균보다도 매우 낮은 수준으로 과거에 비해 주택구입 여건이 매우 유리한 상황임을 나타낸다.
이밖에도 가구소득 중 주택 모기지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도 최근 크게 낮아졌다.
현재 이 비율은 1971년 이후 가장 낮은 약 12%대를 기록하고 있는데 모기지 금리 하락으로 주택 대출 비용이 감소하고 있어 주택구입에 나서기 좋은 시기임을 의미한다.
모기지 금리가 낮은 점도 주택시장 회복에는 긍정적인 요소다. 12월 둘째 주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3.99%로 다시 4% 밑으로 떨어졌다.
이처럼 최근 모기지 금리는 4%대를 밑돌며 사상 최저 수준을 이어가고 있는데 업계에서는 이같은 ‘초저금리 시대’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데 큰 이견이 없다.
모기지 시장 전문 잡지 인사이드 모기지 파이낸스의 가이 세칼라 대표는 경제가 부진하고 고실업률이 지속되는 한 모기지 이자율은 현재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칼라 대표는 내년 중 이자율 상승이 예상되지만 4~5%대를 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주택거래가 늘고 있는 점도 주택시장에는 매우 고무적인 소식이다. 첫 주택 구입자에 대한 세제지원 프로그램이 종료된 후 한동안 침체됐던 주택거래가 올해 여름과 가을을 거치며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 부동산협회(NAR)에 따르면 10월 중 주택거래 체결지수는 93.3으로 전달보다 약 1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규주택 공급이 줄고 있는 점도 재고물량 해소에는 긍정적이다. 지난 3년간 주택건설 업체들이 신규주택 공급 물량을 줄여가며 매물 과잉공급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매물 재고기간도 최근 약 8.5개월로 감소하며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다.
■ 부정 신호
현재 주택시장 회복을 가장 위협하는 요인은 그림자 재고물량이다. 부실차압 처리사태 이후 한동안 주춤했던 주택 차압률이 최근 다시 높아지고 있어 그림자 재고 물량이 다시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와 함께 모기지 연체로 차압을 앞두고 있는 주택 숫자도 줄지 않고 있어 주택시장에 큰 문제로 지적된다.
렌더 프로세싱 서비스(LPS)사에 따르면 현재 90일 이상 연체된 주택 모기지는 약 184만건으로 집계됐다. 이들 모기지 연체 주택은 아직 차압절차가 진행되지 않았지만 차압이 거의 확실시 돼 주택시장 회복에는 걸림돌이다. 또 이미 차압이 완료됐지만 아직 주택시장에 매물로 나오지 않은 주택의 숫자도 무려 217만채에 달해 주택시장 회복에 최대 복병으로 지적된다.
차압 매물이 일단 주택시장에 나오면 일반 매물에 비해 약 30% 낮은 가격에 거래되기 때문에 주택가격 회복에 찬물을 끼얹는 효과를 가져 올 수밖에 없다. 차압 매물의 가격하락 효과를 최소화하는 역할은 은행에 달려 있다.
은행 측의 차압매물 처리 속도에 따라 주택가격 하락폭이 좌우될 수 있는데 현재 은행 측이 차압매물 처분 속도를 어느 정도 조절하고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차압매물 증가로 인한 급격한 주택가격 폭락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깡통주택과 차압매물이 주택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도 주택시장이 다시 냉각되는 것을 막아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10월 패니매, 프레디맥 등 국책 모기지 은행들은 깡통주택 소유주에도 융자조정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융자조정 프로그램 개정안을 발표한 바 있다.
또 연방주택금융국(FHFA), 연방주택도시개발국(HUD), 연방 재무부 등도 차압 매물을 처분하기보다 임대용 주택으로 전환해 주택가격 하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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