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경동 박사 (IBM 왓슨연구소 프로젝트리더·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
필자가 한국 전자신문에 클라우드 컴퓨팅의 도래와 의미에 대한 첫 기사를 게재한 것이 2008년 1월 28일이었다. 당시만 해도 아주 생소한 단어였지만 4년이 지난 지금 클라우드란 용어는 거의 모든 IT 관련 광고에 빠지지 않을 정도로 일상화되었다. IT 전문가 및 일반인에게 클라우드에 대한 정의와 기대가 다르지만 스마트폰 등을 통해 생활 속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 되었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
클라우드를 통해 정보와 IT 자원이 소수의 큰 자본을 가진 큰 기업에 독점되지 않고 다수의 작은 비지니스, 일반인이 공유할 수 있는 IT의 민주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우물을 소유한 사람이 물을 독점하던 시대에서 수도관의 설치로 모든 사람들이 필요한 만큼 쓰고, 사용한 만큼 요금을 내는 것처럼 컴퓨팅 자원과 소프트웨어도 클라우드를 통해 유틸리티화되고 있다. 개개인이 우물을 팔 필요도 없고, 관리할 필요도 없고, 물이 더 필요해서 확장 공사를 할 필요도 없게 된 것처럼 말이다. 정보처리, 정보저장 서비스를 그냥 수도꼭지 틀듯이 필요한 만큼만 접속해 사용하고 요금만 지불하면 되는 것이다.
21세기 대부분의 기업들은 IT 기술에 크게 의존한다. 온라인 뱅킹, ATM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업뿐만 아니라 월마트 같은 대규모 리테일 기업에서 작은 지역 레스토랑까지 광고, 예약, 판매, 고객관리 등을 온라인을 통해한다. 이런 기업이나 가게들이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다뤄야 하는 어려움과 높은 유지보수 비용을 클라우드가 해결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애니모토란 기업은 고객의 슬라이드쇼에 애니매이션을 첨가하고 배경음악 등을 추가
하는 서비스(유튜브에서 많이 볼 수 있다)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에 필요한 정보처리를 자체 서버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모두 클라우드를 통해한다. 덕분에 고객이 적을 때는 몇 십대의 컴퓨터, 고객이 폭주할 때는 몇 천대의 컴퓨터를 이용해 유동적으로 작업한다. 이로 인해 컴퓨터 초과분의 낭비나 부족분에 의한 손실 없이 성공적인 비지니스를 하고 있다.
이처럼 많은 기업들이 더 이상 서버를 소유하지 않고 클라우드에서 필요한 만큼의 컴퓨팅 자원을 필요한 시간만큼만 사용하게 되었다. 또 한 예로 비지니스가 각기 고객관리 시스템을 컴퓨터와 저장장치를 보유하고 소프트웨어를 인스톨하여 구성하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세일즈포스닷컴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 회사를 통해서 필요한 계정 숫자만큼 유동적으로 약정하고 인터넷을 연결해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상업적인 성공은 아마존의 예를 보면 알 수 있다. 전자 상거래를 핵심 사업 영역으로 하는 아마존은 이제 EC2란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와 S3라는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를 통해 대표적인 클라우드 서비스 회사가 되었다. 윈도우즈, 오피스 등 소프트웨어 개발 판매에 주력하던 마이크로소프트도 원도우즈 아쥬어(Azure)라는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세계 전역에 수만 대에서 수십 만 대의 컴퓨터 서버를 집중적으로 운용하는 데이터 센터를 건설했다.
IBM도 컴퓨터시스템과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던 형태에서 기업을 상대로 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지니스 모델에 큰 투자를 하고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클라우드의 혜택은 IT전문가나 기업에 그치지 않고 많은 일반인에게도 다가가고 있다. 맥북이나 아이폰 사용자들은 새로 나온 아이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기기에 있는 문서, 사진, 음악, 영화 등을 쉽게 어디서든 저장하고 접근할 수 있다. 드롭박스라는 클라우드 저장 서비스는 개인 콘텐츠를 기기나 운영체제에 구애받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쉽게 공유할 수 있게 해준다. 이 모든 데이터, 콘텐츠, 컴퓨팅 자원, 저장장치 등이 구름위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 이들은 모두 거대 용량의 컴퓨팅 공장같은 데이터 센터에서 집중 관리되고 있다.
클라우드를 통해 컴퓨팅도 도시화(Urbanization)의 길을 걷고 있다. 소규모의 IT 자원들이 지역적으로 광범위하게 흩어져 있던 형태에서 초대형 데이터센터란 도시로 집중화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 사회의 도시화처럼 컴퓨팅의 도시화도 새로운 위험성을 초래하고 있다. 아마존 EC2는 올해 4월에 내부적 결함으로 인해 다운되면서 수만 명(추정)의 사용자가 여러 날 동안 자신의 데이터를 사용할 수 없었다. 특히 넷플릭스(블럭버스터를 역사의 뒷전으로 보내버린 기업)는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를 새로이 클라우드를 통하여 제공하는데, 아마존 클라우드 서비스의 문제로 인해 고객들이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사고가 있었다. 또한 올해 발생한 소니 온라인사이트 사이버 공격과 개인정보 해킹에 사용된 다수의 서버가 클라우드를 통해 공급되었다고 알려지고 있다. 클라우드에서는 수백 대 수 천대의 서버를 잠시만 사용할 경우
수백 달러의 비용으로 해결할 수 있으니 이런 사이버 어택에 사용하기엔 안성맞춤이다.
이처럼 모든 컴퓨팅 자원과 데이터가 집중되어 도시화되는 클라우드 환경은 내부적인 문제, 사이버 공격, 운영자의 작은 실수, 데이터센터 지역의 자연 재난이 전 세계 수 천만, 수억의 사용자에게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큰 위험성도 내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 많은 컴퓨터과학, 공학자들이 데이터 중복저장, 재빠른 시스템 및 정보 복구 방법 등 그 영향을 최소화하는 여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기술의 패러다임 변화에는 항상 위험성이 따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인류는 이런 위험성을 하나씩 해결하며 인류의 삶을 한 단계씩 업그레이드 시켜왔다. 클라우드도 이런 위험요소를 하나씩 해결하여 인터넷이 세상을 변화 시켰듯이 IT 기술을 중심으로한 또 한 번의 변혁을 이끌 것으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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