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천일의 약속’ 처럼 젊은 나이에 치매 올 수 있나
뇌 단면도를 살펴보면 정상적인 뇌에서는 뇌와 뇌 사이의 골들이 깊지 않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뇌 사이 골들이 깊어진다. 치매에 걸린 뇌는 깊은 계곡들이 생기고, 뇌 회백질이 많이 위축되며, 뉴런들도 위축돼 있다. 혈관성 치매에 걸린 뇌의 경우 작은 혈관들이 막혀 있다. 안중민 신경내과 전문의가 정상적인 뇌와 알츠하이머병 뇌의 차이를 설명하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 ‘천일의 약속’이 미주 한인들 사이에서도 화제를 모으면서 주인공 이서연(수애)처럼 젊은 나이에 치매가 올 수 있는지, 치매와 건망증의 차이는 뭔지 궁금해 하는 한인들이 많다. LA 한인타운의 안중민 신경내과 전문의는 “드라마 때문에 환자들도 문의가 많다. 하지만 젊은 나이에 치매가 오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 지적했다.
알츠하이머병이‘최다 원인’ 동양인 혈관성 치매 많아
옛날 기억은 생생해도 최근 일들은 기억 잘 못해
단순 기억력 감퇴와 달라 성격변화 동반하기도
#알츠하이머병은 퇴행성 질환
치매는 여러 원인에 의해 정상적인 일상생활 방해하는 심각한 지적·사회적 능력에 장애가 오는 증상을 말한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뇌와 정상적인 뇌를 비교해 보면 정상적인 뇌는 뇌와 뇌 사이의 골이 깊지 않고, 뇌세포들이 활성화돼 있다. 하지만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뇌는 뇌 피질이 수축되며 뇌실(수액으로 채워지는 공간)이 점점 커지고, 뇌 사이 계곡이 깊어진다.
안 전문의는 “치매의 원인이 되는 질환으로는 크게 알츠하이머병, 혈관성 치매, 파킨슨병 등을 지적할 수 있는데, 모두 신경과적인 퇴행성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퇴행성 질환의 가장 공통적인 것은 바로 나이다. 옛날에는 치매나 중풍이 오기 전에 일찍 사망했지만, 미국이나 한국의 평균 수명이 80대로 늘어나면서 치매 등 노인성 퇴행성 질환이 주목을 받게 됐다.
치매에는 많은 원인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알츠하이머병은 치매 원인의 65%를 차지한다. 또한 운동장애가 오는 파킨슨병, 혈관이 막혀 생기는 혈관성 치매(중풍), 뇌손상, 루이바디병(루이소체 치매), 크루즈펠트-제이콥스병, 뇌수종에 의한 압력으로 생기는 병, 우울증 등이 치매를 유발할 수 있다.
알츠하이머병 다음으로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혈관성 치매다. 혈관성 치매는 치매 원인의 15% 정도에 해당한다. 혈관성 치매와 중풍은 같은 유발 인자를 갖고 있는데, 뇌 기능에서 인지능력과 연관된 부분에 중풍이 오면 그때부터 치매가 시작될 수 있다. 또한 뇌 안의 작은 혈관들이 막혀 조금씩 기억력이 나빠지기도 한다.
안 전문의는 “동양인 같은 소수민족의 경우 알츠하이머병보다 혈관성 치매가 더 문제”라며 “당이나 혈압 같은 유발 인자를 조절하지 못했거나 유발 인자를 너무 늦게 발견했을 경우 뇌에서 혈관이 막혀 중풍이 생기기 전에 혈관성 치매가 먼저 오거나, 중풍이 생기고 나서 혈관성 치매 증상이 심해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알츠하이머병이 서서히 쭉 증상이 악화되는 반면 혈관성 치매는 계단식으로 증상이 심화됐다가 좋아졌다가 하면서 계단 내려가듯 나빠진다.
한편 주부 치매는 우울증인 경우가 많다. 주부 치매는 가성 치매(pseudo dementia)로 갱년기 장애에서 오는 우울증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젊은 나이에도 치매가 올 수 있나?
알츠하이머병으로 진단 받는 대부분은 65세 이상이지만 그 이전 30대, 40대, 50대에 나타나는 경우를 조발성 알츠하이머병(Early-Onset Alzheimer’s)으로 진단한다. 하지만 알츠하이머병협회에 따르면 이 경우는 전체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10%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문의는 “젊은 나이에 치매에 걸릴 수 있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기 때문에 드라마화 될 수 있는 희소성이 있는 것”이라며 “오히려 드라마상 치매에 관해 좀 더 현실적인 내용은 몇 년 전 유오성 주연의 드라마 ‘투명인간 최장수’가 좀 더 의학적 사실을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드라마상에서 최장수가 젊은 나이에도 치매에 걸렸던 것은 치매 유전인자를 갖고 태어난 경우로, 유전인자를 갖고 있다고 해서 다 치매에 걸리는 것이 아니라, 머리 부상을 입고 나서 유전자가 발현되면 치매(알츠하이머병)가 나타날 수 있는 경우다.
#치매와 건망증의 차이는
사실 건망증은 나이를 먹으면서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다. 전화기를 냉장고에 놓고 잊어버렸다든지, 볼펜을 집안 어디엔가 놓고 있어버렸다든지, 자동차 열쇠를 어딘가 두고 잊어버렸다든지 같은 증상은 많은 건강한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경험한다. 단순한 건망증은 볼펜이나 열쇠 등을 다시 찾아냈을 경우, ‘아, 여기 볼펜이 있었네’하면서 자신이 볼펜을 어딘가에 두었다는 사실을 충분히 기억한다. 하지만 치매인 경우는 다시 찾은 펜을 보면서도 볼펜이 무슨 물건인지에 대한 인지능력을 상실하면서 기억해 내지 못한다.
또한 치매의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성격변화다. 안 전문의는 “치매 노인이 자꾸 며느리나, 도우미, 간병인이 뭔가 훔쳐갔다고 하면서 자신이 잊어버렸다는 것을 인정 못하면서 계속 화를 내는 경우가 있다. 그런 성격변화가 치매의 가장 큰 증상변화”라 지적했다.
단순한 건망증은 나이가 20대에서 일년에 1회 정도 자동차 열쇠를 잊어버린다면 정상이다. 60대 이후 한 달에 1회 꼴로 자동차 열쇠를 잊어버리는 경우도 너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기억력 감퇴는 자연스런 노화현상인가?
나이가 들어가면 자연스레 기억력은 떨어진다.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은 뇌 기능이 노화와 함께 자연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뇌 신경세포 사이 연결회로인 시냅스 간의 정보교환 기능도 떨어진다. 또한 건망증, 기억력 장애 하나만 가지고 치매라고 할 수 없다. 알츠하이머병은 단순한 기억력 감퇴와는 다르다. 특히 옛 기억은 잘 해도 최근의 새롭게 습득한 기억 저장 능력은 떨어진다.
안 전문의는 “이미 옛날에 뇌에 저장된 정보는 잘 안 잊어버리지만, 최근 것은 잘 기억하지 못한다. 예를 들면, 6.25때 전쟁을 겪은 이야기는 세세하게 기억하지만 오늘 아침을 먹었는지에 대한 것은 기억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부모 중 한 사람이 치매가 있어서 혹시 나에게도 유전인자가 있을까?
알츠하이머병이 유전되는가에 대한 증거는 아직 확실치 않다. 알츠하이머병으로 진단된 환자 가족 중에서 알츠하이머병이 발견된 케이스는 많지 않다. 또한 유전인자가 있어도 머리를 다치지만 않는다면 발병위험도 크지 않다. 안 전문의는 “부모 중 한 사람이 치매를 앓고 있는 경우, 자녀가 유전자 검사하기를 원하는 경우가 1년에 2~3명 정도 문의를 하지만 너무 걱정하면서 살아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혈관성 치매 예방은 평소 당·혈압관리로
중풍(뇌졸중)으로 생기는 혈관성 치매는 예고 없이 찾아올 수 있다. 평소 당뇨·혈압은 수치를 정상으로 관리하고, 담배를 끊으면 혈관성 치매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지난 2009년에는 당뇨병 혈당 조절에 필요한 ‘헤모글로빈 A1C’가 계속 높아질 경우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보고가 나오기도 했다. 혈당 조절에 실패하면 심근경색, 중풍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며 치매까지도 위험해질 수 있다.
#독서나 고스톱 같은 두뇌운동 치매 예방에 도움 될까?
안 전문의는 “독서, 고스톱 등은 세포와 세포 간 시냅스를 계속 활성화시켜 주며, 뇌와 뇌 세포 사이의 정보교환을 할 수 있게 해 준다”고 지적했다. 운동도 뇌를 계속 활성화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최근 연구들에 따르면 비타민 E, 은행 등은 치매예방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안 전문의는 “모든 퇴행성 질환은 치료제가 없고, 약은 증상을 조절하는 약들이다. 과학적으로 증명이 안 된 약이나 과대선전 건강보조제에 속지 말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 알츠하이머협회에서 말하는 알츠하이머병의 10가지 경고 증상
1. 일상생활을 방해할 정도의 기억력 상실: 최근 학습한 내용을 잊어버리는 것은 치매 초기에 가장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다. 하지만 이름, 약속 등을 때때로 잊어버리는 것은 정상적이다.
2. 문제해결 능력이나 계획에 변화가 생긴다: 복잡한 정신적 사고를 하는데 비정상적으로 큰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숫자가 무엇인지 어떻게 사용하는지 잊어버리게 된다.
3. 익숙한 일을 하기가 어렵다: 평소 하던 식사 준비과정을 잊어버리거나 전화를 걸거나, 운전하기, 늘 하던 게임방법을 기억하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간혹 왜 이 방에 들어왔었는지, 할 말을 잊어버리는 것은 정상적이다.
4. 시간 및 장소에 대한 혼동: 자신의 동네에서 길을 잃기 쉽고 자신이 있는 위치를 잊어버리거나 어떤 특정 장소까지 가는 방법,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잃어버릴 수 있다. 어떤 때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잊어버리거나 어떻게 그 장소에 갔는지 기억해 내지 못한다. 요일이나 자신이 가고 있는 방향을 잊어버렸다가 나중에 다시 기억해 내는 것은 정상적인 현상이다.
5. 언어 장애: 간단한 단어를 잊어버리거나 사용되지 않는 단어로 대체하는 등 다른 사람이 이해하기 힘든 언어를 구사한다. 또한 말하고 쓰는 일이 점차 불가능해진다. 하지만 가끔 상황에 적합한 단어를 찾기 어려운 경우는 정상이다.
6. 추상적 사고 불가능: 시각 이미지, 공간 등을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읽기를 어려워하고, 거리 감각도 상실하며, 색깔 등을 인지하지 못한다. 거울을 봐도 다른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자신의 모습을 인지하지 못한다.
정상적인 경우 백내장 때문에 시야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다.
7. 물건을 잘못 둔다: 이상한 장소에 물건을 넣어둔다. 다리미를 냉장고에 넣거나 시계를 설탕 용기에 넣을 수 있다. 그러나 간혹 열쇠나 지갑을 잘못 두는 행동은 정상적이다.
8. 판단력 저하 또는 의사결정이 떨어진다: 돈을 잘못 쓰거나 전화판매를 통해 큰돈을 소비하기도 한다. 따뜻한 날씨에 여러 겹의 옷을 껴입거나 추운 날씨에 얇은 옷을 걸친다. 정상적인 사람도 가끔 논쟁의 여지가 있는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9. 직장 또는 사회활동, 대인관계 등을 기피한다: 취미, 스포츠, 사회활동 등을 기피하며, 좋아했던 취미활동을 기억하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때때로 업무에 피로감을 느끼거나 가족 및 사회적 의무를 느끼는 것은 정상적이다.
10. 기분이나 성격 변화: 혼란스러워 하는 성격이 나타나며, 의심이 많고, 우울증, 공포, 불안증 등이 나타난다. 가정에서나 직장에서나 친구 관계에서 불화가 나타나고 성격이 급격히 변한다.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경우 아무 이유 없이 평온한 상태에서 크게 화를 내기도 한다. 물론 정상적으로 늙어가는 사람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성격이 변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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