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포화지방 많이 섭취
적당 알콜에 채소·생선 많이
육류·유제품은 아주 조금
심장병 사망률 현저히 낮고
고혈압 등 대사증후군 적어
평균 수명 훨씬 길어
생선·해산물 일주일에 2회 파스타·피자도 홀그레인으로
호두·콩·연어에 많이 있는 오메가-3 지방산 섭취 충분히
장수식단으로 각광받아 온 지중해 식단은 알려진 대로 최고의 건강식단일까? 지난주 LA타임스 건강섹션은 지중해 식단이 왜 주목받고 있는지, 지중해 식단이 과연 뭔지, 얼마나 건강식인지 등을 분석, 보도했다. 그 내용을 요약해 본다.
#지중해 식단에 관한 연구들
지중해 식단(Mediterranean Diet)은 그리스 지중해 연안 크레타섬 주민들의 식단으로도 알려져 있다. 건강식으로 상징되는 지중해식을 크게 살펴보면 생선, 과일과 채소, 와인, 홀그레인을 먹는 식단이다. 포화지방이 많고, 가공된 곡물, 당이 높은 전형적인 미국인 식단과는 확연히 다르다.
20세기 중반, 과학자들은 지중해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다른 나라에 거주하는 사람보다 더 오래, 건강하게 살아간다는 것을 발견했다. 심지어 이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흡연율도 높고, 건강관리 수준도 다른 나라에 비해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는데도 장수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 그리스 크레타섬 주민들의 식생활과 건강상태를 조사한 결과 이곳 주민들의 심장병 사망률은 다른 서구 국가의 국민들보다 현저히 낮게 나타났다. 또한 평균 수명도 훨씬 긴 것으로 밝혀졌다.
1970년에 출간된 7개 국가 연구(Seven Countries Study)에 따르면 불포화지방산을 많이 섭취한 그리스 국민들, 특히 지중해 연안 크레타섬 사람들은 심혈관계 질환과 암 발병률이 다른 6개 국가 국민에 비해 낮았다. 연구에서 비교된 7개 국가는 그리스, 미국, 핀란드, 네덜란드, 이탈리아, 구 유고슬라비아, 일본 등이었다. 2차 대전 후 심장질환과 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크레타섬 주민들보다 미국인이 거의 3배나 더 높았다. 남 이탈리아의 경우도 크레타섬과 식단이 비슷했는데, 역시 사망률이 낮았다.
2010년 미 임상영양학 저널에 실린 보고서에서는 19개 연구논문을 분석 연구한 결과 지중해 식단을 먹는 사람들은 전체적으로 사망률이 낮고, 심장질환 및 뇌졸중, 알츠하이머병, 암 등 심각한 질병 발병률도 감소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에서 분석된 피실험자는 200만명에 이른다.
또한 올해 미 심장학 저널에 발표된 보고서에서도 50개 연구결과를 조사한 결과 지중해 식단을 먹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고혈압, 당뇨병 발병 위험이 낮았으며, 뱃살 지방도 적었고, 콜레스테롤 레벨도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고혈압, 고혈당, 복부비만, 고 콜레스테롤은 대사증후군의 주요 증상들이다.
#지중해 식단은 뭔가?
워싱턴 DC 소재 비영리단체인 유전학 및 건강영양센터 소장 아르테미스 시모파울루스 박사는 “지중해 식단은 정확하지 않은 명칭”이라고 지적했다. 지중해 식단이라는 것은 어느 한 가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다양하게 있으며, 지중해 연한 나라들이 문화나 종교가 다르고, 민족성도 달라 식단도 차이가 있다.
지중해 연안 국가에서도 이탈리아나 프랑스는 와인이 식단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지니는 반면 다른 나라는 그렇지 않다. 한 나라 안에서도 도시, 가족에 따라 다르고, 같은 지중해 식단을 먹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심지어 과학자들 사이에서조차 지중해 식단에 대한 정의가 합의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식단 패턴에 따라 얼마나 지중해식 상태에 가까운지를 살피는데, 포화지방보다는 단일 불포화지방을 더 많이 섭취하고, 적당량의 알콜을 마시며, 콩과식물인 레굼(legumes), 곡물, 과일, 견과류, 채소, 생선은 많이 먹으며, 육류와 유제품은 아주 조금 먹는 것이 좀 더 완벽한 지중해 식단의 범주에 들어간다. 연구들에 따르면 지중해 식단에 완벽하게 접근할수록 사람들이 좀 더 건강해지고, 생명이 더 길어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좀 더 자세한 지중해 식단은 4단계 층을 가진 피라미드 형태로 나왔는데, 이는 1995년 하버드 대학교 공중보건대학 및 WHO 등에서 정리한 것으로 이에 대한 최신 업데이트 버전은 메이요 클리닉, 클리블랜드 클리닉 등 저명 기관에서 승인한 바 있다.
2008년 버전에 따른 피라미드를 살펴보면 피라미드 제일 아래층은 가장 많이 먹어야 하는 음식이 분포하는데 과일, 채소, 곡물(대개 홀그레인), 견과류, 레굼, 씨앗류, 올리브, 올리브 오일, 허브, 향신료 등이 차지한다.
그 다음 단계는 자주 먹거나 최소 일주일에 2회 정도 먹는 것으로 생선과 해산물이 있으며, 다음은 가금류, 달걀, 치즈, 요거트 등으로 매일 조금씩 혹은 일주일에 적당량을 먹는다. 피라미드 꼭대기는 육류와 단 것이 차지하는데 거의 먹지 말거나, 아예 먹지 않는 편이 추천된다. 음료는 물이나 와인으로, 와인은 적당히 마신다.
그런데,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이탈리아 요리에는 파스타와 피자가 있다. 파스타는 홀그레인이면 지중해 식단에 들어간다. 피자도 홀그레인 반죽에 채소를 얹고, 치즈는 아주 조금 곁들이면 지중해 식단에 속한다. 2008년 발표된 지중해 식단 피라미드는 1960년대 초반 그리스 크레타섬과 남부 이탈리아의 식습관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지중해 식단은 체중조절 식단은 아니다
칼로리를 엄격히 제한하는 살 빼는 다이어트는 아니지만 칼로리를 제한하고 지중해식으로 먹으면 살이 빠진다. 또한 채식 식단도 아니며, 저지방 다이어트도 아니다. 하지만 지중해 식단이 웰빙 건강식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은 과일과 채소 등 식물성 음식을 많이 먹고, 육류는 많이 먹지 않으며, 꾸준히 할 수 있는 식단에다가 한 가지 영양소보다는 전체적으로 볼 때 건강하며 균형을 이루는 식단이기 때문이다.
- 식물성 음식: 2009년 연구에 따르면 식물성 음식을 많이 먹는 지중해 식단은 사망률을 40%나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식물성 음식은 항산화제와 체내에서 만들어내지 못하는 몸에 이로운 화학물질이 풍부하다. 우리 몸의 대사과정에서 자연적으로 활성산소가 나오는데, 항산화제와 여러 화학물질은 이 활성산소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한다. 또한 식물성 음식은 식이섬유소가 풍부하다. 식이섬유소는 심장질환 발병 위험을 비롯해 제2형 당뇨병, 게실염 등 위험을 줄여준다.
-와인: 적당하게 술을 마시는 것은 지중해 식단의 장점과 관련해 큰 비중을 차지한다. 2009년도 사망률과 관련된 연구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적당하게 술을 마시면 심장질환, 허혈성 뇌졸중, 제2형 당뇨병, 담석 등 심각한 질병 위험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레드와인의 구성 성분인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이 알콜을 함유하지 않은 성분으로 건강 효과가 있다는 것이 고려되고 있다.
또한 레스베라트롤은 몸속에서 일어나는 염증반응을 없애거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되기도 했다. 사람 대상이 아닌 동물실험에서는 수명을 늘려주고,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규모는 작지만 이달 발표된 연구에서는 매일 레스베라트롤 보조제를 먹으면 비만 남성에게 에너지 소비를 낮추고 체내 대사를 개선시키며, 혈압을 낮춘다는 보고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술은 아무리 적당히 마셔도 위험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유방암의 위험을 높이며, 임신부 여성은 선천적 결함을 가진 기형아를 출산할 수 있으며, 어떤 사람들은 적당하게 마시다가 절제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과음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적당하게 마신다는 의미는 65세 이상 남성은 하루 2잔 이하, 여성은 하루 1잔 이하로 마시는 것을 의미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지중해 식단을 추천할 때 술은 선택사항으로 남겨 놓기도 한다.
-지방: 1960년대에는 총 칼로리에서 지방 섭취가 지중해 지역마다 큰 차이를 보였다. 남부 이탈리아는 28% 정도였으며, 크레타섬은 40%를 차지했다. 오늘날 지방 섭취는 총 칼로리에서 30% 정도 차지할 것을 추천한다. 지중해 식단에서는 지방 비율이 매우 높지만 거의 대부분이 단일 불포화지방 지방이다. 식단에서 지방 섭취는 올리브 오일에서 이뤄지기 때문. 또한 지중해 식단에서 포화지방의 비율도 높지 않다. 포화지방은 육류, 유제품, 가금류 등에서 섭취되는데, 이들 식품은 매우 적게 섭취하기 때문이다.
포화지방은 콜레스테롤 레벨에 유해한 영향을 끼친다. 콜레스테롤 레벨이 올라가면 심장질환, 제2형 당뇨병 발병 위험을 높인다. 하지만 단일 불포화지방은 인슐린과 혈당 레벨 조절을 도와 제2형 당뇨병 조절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지방은 아무리 좋은 지방으로 혈관을 막지 않아도 열량이 매우 높다.
하버드 대학교 공중보건대학 월터 윌렛 박사 연구팀이 1995년 지중해 식단 피라미드를 소개하는 연구논문에서는 1960년대 지중해 식단을 먹었던 사람들은 매우 활동적이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비활동적이고 앉아만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취하는 인구가 식단에서 40% 정도 지방을 섭취하면 기대했던 만큼 결과가 나오지 못할 수 있다.
#지중해 식단은 단지 음식에 관한 것뿐일까?
그렇지 않다. 2008년 지중해 식단에서는 음식뿐 아니라 운동, 식사시간의 사교성을 추천한 바 있다. 지중해 식단은 먹는 것과 생활을 모두 고려하는 식단이다. 결국 ‘다이어트’(diet, 식단)란 그리스어로 ‘diaita’, 즉 생활습관(lifestyle), 삶의 방식을 의미한다. 이탈리아 플로렌스 대학 프란체스코 소피 박사는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과 함께 먹고, 음식을 고루 먹고, 즐겁게 식사하는 것이 지중해 식단의 매우 중요한 요소”라 지적했다.
#그리스식 식단, 장수할까?
장수와 관련해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지중해 식단이다. 그리스 전통식단, 프랑스 전통식단, 스페인의 전통식단은 모두 다르지만 모두 지중해 식단에 들어간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가장 좋은 장수 식단일까? 2001년도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크레타섬 주민은 다른 나라 주민들보다 심장질환, 암 발병률이 매우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 DC 소재 비영리단체인 유전학 및 건강영양센터 소장 아르테미스 시모파울루스 박사는 1960년 이전 그리스식 식단을 따를 것을 조언했다. 시모파울루스 박사는 7개 국가 연구를 다시 분석한 2001년도 연구보고서에서 그리스, 특히 크레타섬 주민들은 심장질환과 암 발병률이 다른 나라 주민과 비교해 매우 낮음을 발견했다.
1995년도 리용 다이어트 심장연구에서도 두 그룹으로 나눠 실험한 결과, 크레타섬 주민처럼 식단을 먹은 그룹은 2년 후 다른 그룹에 비해 사망률이 70%나 감소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크레타섬 주민 식단은 심장질환 환자에게 처방됐다. 추가 연구에서도 크레타섬 다이어트 그룹은 암 발병위험도 낮았던 것으로 보고됐다.
리용 다이어트 심장연구에서는 포화지방 섭취를 최소화했지만 크레타섬 식단은 전체적으로 지방 섭취 비율이 높았다. 그러나 시모파울루스 박사는 크레타섬 식단이 오메가-6 지방산에 대한 오메가-3 지방산 비율 균형이 맞은 식단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리스식 식단은 무화과, 호두, 야생식물, 달팽이 등 음식을 통해 매끼마다 오메가-3 지방산을 섭취한다. 프랑스 요리에도 달팽이가 나오지만 그리스 요리의 달뱅이는 오메가-3 지방산이 좀 더 풍부하다. 전문가들은 미국인들이 오메가-3 지방산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오메가-3 지방산은 아마씨 오일, 대구 간유, 카놀라 오일, 콩과 두부, 고등어, 정어리, 연어 등에서 섭취될 수 있다. 반면 전문가들은 미국인들이 오메가-6 지방산을 너무 많이 섭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옥수수 등으로 만들어진 식물성 식용유, 패스트푸드, 정크푸드, 스낵, 단 음식 등을 통해 오메가-6 지방산을 너무 많이 먹는다. 오메가-6 지방산보다는 오메가-3 지방산 섭취를 늘려야 한다.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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