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에서 골프장은 여전히 한인들에게 관심이 있는 투자 대상이다. 그러나 경기침체로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일부 코스가 파산하는 등 최근 몇 년간 격동의 시절을 보내고 있다. <이은호 기자>
■ 기획- 매입 붐 거셌던 한인 골프장들 지금은
절반 이상 적자몸살“경기 언제 풀리나”한숨
2000년대 초반부터 투자 러시, 남가주만 40여곳
그린피 연중할인 등 이벤트 내세우며 고객 잡기
금융위기와 함께 시작된 불경기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업계 중 하나가 바로 골프장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한인들의 골프장 매입 붐으로 인해 남가주와 팜스프링스 지역에서 한인이 소유하고 있는 골프장이 40여개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 골프장의 과반수가 불경기로 적자 운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킹 전쟁’은 이미 옛말이 되었고 골프장들은 특별 할인 이벤트들을 내세워 고객 잡기에 나서고 있지만 반응은 미지근하다. 골프업계의 혹한기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를 분석해 본다.
■가격 하락에 파산 속출
남가주 전체에 있는 400여개의 골프장 중 10% 가량이 한인 소유라는 점에서 골프장 소유에 대한 한인들의 애착을 쉽게 알 수 있다. 골프장 소유는 이익 창출이라는 일반 투자 계념 외에도 ‘코스 오너’라는 자부심과 명성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붕괴와 함께 가격은 크게 떨어지고 매매도 부진해지면서 일부 한인 소유 골프장들은 차압 파산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로는 한인이 소유했던 테미큘라의 크로스 크릭 골프클럽이 차압으로 은행 관리에 들어갔다가 최근 한인 존 길씨가 매입해 운영하고 있으며 한인이 운영하던 LA 북서쪽 벤추라카운티 소재 명문 세미 프라이빗 골프장인 무어팍 클럽이 제정 위기에 빠졌다가 지난해 10월 한인 투자업체인 ‘아리지 무어파크 L&D’로 주인이 바뀌었다.
이밖에도 팜스프링스 소재 한인 소유였던 ‘팜 데저트 컨트리클럽’이 지난 2009년 파산 보호를 신청을 한 바 있으며 리버사이드 소재 한 한인 운영 골프장도 현재 은행 관리로 넘어가 250만달러에 매물로 나와 있다. 이 골프장은 한때 450만달러가 훨씬 넘게 거래되기도 했다.
한인 골퍼들이 즐겨 찾았던 리버사이드의 퀴일 랜치 클럽의 경우 문을 닫은지 2년이 넘었지만 구입자를 찾지 못해 골프장은 폐허가 된 채 방치되고 있다.
한편 골프장의 가격이 하락하면서 낮은 가격에 골프장을 대량 매입하는 한인 투자그룹도 나오고 있다. LA 다운타운 소재 리틀 도쿄 갤러리아 샤핑몰 등을 소유하고 있는 한인 투자그룹을 중심으로 한 한인 투자가들은 지난해 4월 월넛 소재 ‘로열 비스타 골프코스’를 800만달러, 무리에타 소재 유명 코스인 ‘SCGA 골프코스’를 580만달러에 각각 매입했다.
이 투자가 그룹은 또 지난해 1월 샌프란시스코 소재 ‘브렌트우드 골프코스’와 ‘리오 비스타 골프코스’를 각각 300만달러와 100만달러에 매입했다.
골프코스 매매 전문 캘리포니아 부동산의 정인기 대표는 “한때는 한국 투자자들까지 가세하면서 금융위기 전까지만 해도 골프장 시장은 팔 매물이 없을 정도로 뜨거웠지만 지난 3~4년간 거의 모든 매매가 정지된 상태”라며 “재정난에 의해 시장에 공식·비공식적으로 나온 한인 소유 골프장이 그동안 10여개에 이뤘지만 대부분 적자 경영 상태라 매매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린피 연중 할인
5~6년 전만해도 남가주에서 골퍼들에게 부킹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인 업체가 10여개에 이뤘다. 타운에서 부킹 서비스를 운영했던 한 업체 대표는 “일주일에 200명에서 많을 때는 400명이 넘는 골퍼들에게 예약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지금은 티타임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거의 없을 정도로 골퍼들이 쉽게 전화와 인터넷을 통해 티타임을 잡고 있다”며 “주말이면 3~4 시간을 기다려 라운딩을 했다는 말도 이제는 옛말”이라고 말했다.
퍼블릭 코스도 예외가 아니다. LA시와 카운티 공원국이 운영하고 있는 코스들은 물론 일반 민간 운영 코스들도 평일에는 거의 기다림 없이 라운딩이 가능하다.
한인들이 즐겨 찾는 라하브라 지역의 웨스트리지 골프클럽 등 6개 골프장의 토너먼트 세일즈를 맡고 있는 프랭크 이씨는 “대부분의 골프장들이 주중에는 할인된 그린피를 제공할 정도로 부킹이 쉬워졌다”며 “그린피만으로는 골프장 운영이 어려워 결혼 및 파티 등 부대시설을 통한 부가사업 병행으로 매출을 높이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인 대상 마케팅도
콧대가 높았던 유명 골프장들도 주말 황금시간대(오전 7시~정오)를 제외하고 그린피 할인은 필수다. 일부에서는 카드 제공, 숙박+무료 라운딩 등 각종 추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프라이빗 클럽도 예외가 아니다. 회원 부킹만 받아서는 수지를 맞추기 어렵기 때문에 준회원 제도를 적극 운영하는 클럽도 있다. 무어팍 CC는 기존의 정회원권보다 60% 이상 낮은 가격으로 준회원권을 판매하고 있다. 준회원권 구입과 동시에 프라이빗 클럽 네트웍을 통해서 다른 프라이빗 코스들을 자신의 코스처럼 이용할 수 있는 특권도 주어진다.
프리미엄 골프장도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일반 그린피가 180달러에 달하는 팜스프링스 라퀸타 CC의 1박 숙박에 이틀 골프 패키지를 210달러(주말 230달러)에 내놓고 있다.
엘리트 골프의 빌리 장 대표는 “독특한 상품이 아니면 골퍼들이 눈길도 주지 않는다”며 “라운딩에 ‘크루즈’ ‘가을 단풍’ ‘PGA 대회 코스 방문’ 등 이벤트 테마를 붙여 낮은 가격으로 적극적으로 마케팅 활동을 펼쳐야 고객들의 호응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불경기와 함께 한인 골퍼들이 줄어들면서 한인 골퍼들의 중요성을 다시금 인식한 주류 코스까지 한인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패사디나의 브룩사이드 골프장은 한국어 토너먼트 서비스를 시작했다. 브룩사이드의 캐티 조 티칭 프로는 “한국어 서비스에는 일반 토너먼트 예약 외에도 각종 행사가 가능한 파티룸 예약 및 파티 메뉴선정 등이 포함된다”며 “또한 토너먼트를 진행하면서 간단한 퍼팅 레슨이나 스킬 대회 개최 등도 클럽 측이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림픽 골프의 케빈 나 매니저는 “로컬 골프코스 관계자들로부터 여러 차례 한인 대상 공동 마케팅 제의를 받았다”며 “불경기가 한인 골퍼들의 위상을 높여 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백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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