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통령 후보에 출마한 마이크 모리스 (맨왼쪽)가 상 원의원 톰슨과 가족이 지켜보 는 가운데 정 견 발표를 하 고 있다.
7일 개봉되는 정치 스릴러 ‘3월15일’(The Ides of March)의 제작자요 감독이자 주연 배우인 조지 클루니(50)와의 인터 뷰가 지난달 26일 베벌리힐스의 몬타지 호텔서 있었다.
짧은 소매의 검은 T셔츠 차림을 한 클루니는 우스갯소리를 섞 어가며 영화와 사회, 정치 및 경제문제 등에 관해 답했는데 진지하면서도 코믹해 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어놓았다.
사람 좋은 얼굴에 늘 미소를 짓는 그를 만날 때마다 느끼 는 점은 도무지 수퍼스타 티를 안 내 함께 있기가 매우 즐 겁고 편하다는 사실. 인터뷰 후 기념사진을 찍을 때 기자 가 “도대체 사람들이 당신을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 알다 가도 모르겠다”고 했더니 클루니는 “그 건 내가 사기를 쳐 서 그런 거야”라며 능청을 떨었다.
정치판은 음모와 배신의 마당이지만 난 사람을 믿어
담배농장서 일하기 싫어서 다른 직업을 찾으려 할리웃으로
▶ 영화에서도 그렇지만 권력 있는 정치 가들은 여자들로부터 성적 호의를 쉽게 얻어 내는데 왜 그렇다고 생각하는가.
- 여자들은 물론 그들에게 “노”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이 휘두르는 권력은 때로 매우 유혹적이다. 문제는 정치가들이 권력에 취해 현실을 감지하 지 못하고 잘못을 저지르고도 기고만장 하다는 점이다. 바로 여기에 권력의 요 소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섹스스캔들 그 자체라기보다 요즘 같은 트위터와 셀폰 세상에 그것 을 은폐하려고 하는데 있다. 정치가는 사람들을 대변하는 것이 임무지 그들 과 섹스를 하는 것이 임무가 아니다.
▶ 당신이 만약 미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현 경제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겠는가.
- 나보다 훨씬 더 똑똑하고 좋은 아이 디어를 가진 사람들이 워싱턴에 있다. 한 가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미국은 돈 이 돈 번다는 식의 행동을 지양하고 새 로운 자체의 것들을 개발해야 한다. 예 를 들면 석유 대신 대체 에너지를 개발 하는 것이다.
▶ 정치판은 음모와 배신의 마당인데 당 신은 사람을 얼마나 믿는가.
- 어느 정도까지는 모든 사람을 믿는 다. 난 사람들에 대해 낙관적이다. 사람 을 믿는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부정적 으로 그들을 안 믿는 것보다는 믿는 것 이 낫다.
▶ 좋은 각본을 제대로 못 구해 좌절감에 빠진 적이 있는가.
- 나이를 먹으면서 나는 내가 관심 있 는 영화에만 나오려고 한다. 즉 사회적 정치적 문제를 말하는 것들인데 그러 나 이것들도 재미가 있어야 한다. 영화 는 훈육이 아니기 때문이다. 난 보통 각 본의 첫 10페이지를 읽는 동안 나의 흥 미를 유발하지 못하는 작품은 포기하 곤 한다. 훌륭한 주제를 가진 글을 찾 아보기가 참 힘들다.
▶ 왜 좋은 각본이 드물다고 생각하는가.
- 모르겠다. 영화사가 100년이나 돼 소재가 고갈됐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대형 영화에만 집착하는 스튜디오에도 문제가 있다. 한동안 나쁜 영화로 돈을 많이 벌었으니 이젠 진짜로 좋은 영화 를 만들기 시작해야 한다.
▶ 정치가의 경력에 섹스어필과 잘 생긴 외모가 어느 정도 영향을 준다고 보는가.
- 그 점은 케네디 대 닉슨의 TV 토론 이후 부각됐다. 라디오로 들으면 닉슨 이 이겼는데 TV로 보면 케네디가 이 겼다. 막강한 권력을 가진 사람들 중에 별로 잘 생기지 못한 사람이 있긴 하지 만 개성과 외모는 확실히 중요한 구실 을 한다. 이는 모두 미디어가 만들어놓은 것이다.
▶ 마지막으로 춤을 춘 것이 언제인가.
- 난 켄터키 촌사람 출신이어서 춤에 능숙하지 못하다. 제대로 춤을 추는 법 을 배우지 못했다.
▶ 당신과 잘 아는 오바마의 지금까지의 실적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 오바마는 의료제도 개선과 자동차 산업을 살리는 등 지금까지 훌륭한 일 을 많이 했다. 그런데 문제는 민주당은 공화당과 달리 멍청하게 자기들의 업적 을 제대로 팔 줄을 모른다는 점이다. 대 통령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업적을 팔 줄 안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양당이 극렬하게 갈라섰을 때일수록 더욱 세일즈를 잘 해야 한다.
▶ 당신은 유럽의 커피 광고에 나오는데 커피를 즐기는가.
- 난 때로 지나치게 많이 마실 정도로 커피를 즐긴다.
▶ 커피 말고 또 즐기는 것은 무엇인가.
- 테킬라다.
▶ 어떻게 해서 배우가 됐는가.
- 캘리포니아로 이주하기 전까지만 해 도 난 담배농장에서 일했다. 그 일이 싫 어서 다른 직업을 찾기 위해 할리웃으로 왔다. 연기가 재미있고 도전해 볼만한 것 이라고 생각했지만 무슨 거대한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리고 성공에 대 한 확신도 없었다. 한동안 백수로 지내면 서 처참한 실패를 경험하기도 했다.
▶ 이 영화는 지난 베니스 영화제의 개막 작이었지만 상은 못 탔다. 상들은 주로 소 품들이 타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 상을 타는 것에 대해 신경을 쓰진 않는다. 이 영화는 제작비가 1,200만달 러로 다른 대형 영화에 비하면 소품인 셈이다. 내가 영화제에 가는 이유는 우 선 즐기기 위해서다. 그리고 다른 영화 들도 보고 또 영화인들을 만나기 위해 서다. 난 더 이상 블락버스터 영화는 만 들지 않을 것이다. 내가 영화제에 가는 중요한 이유는 내 영화의 물주를 찾기 위해서다.
▶ 당신은 모터사이클 광인데 언제부터 그렇게 됐는가.
- 처음에 LA에 왔을 땐 2년 간 자전거를 타고 오디션장에 갔다. 그러자니 참으로 성가셨다. 왜냐하면 LA는 뉴욕과 달리 도시가 퍼져 있어 유니버설사 에서 오디션을 마치고 컬럼비아사로 오디션을 하러 가려면 몇 시간이 걸렸다. 그 뒤로 작은 혼다 모터사이클을 샀다.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터사 이클은 LA에 안성맞춤인 교통수단이다. 내가 유명해지고 나서 모터사이클이 더욱 유용해진 것은 헬멧만 쓰면 아무도 날 알아보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브래드 (핏)도 그것을 타고 다닌다. 혼자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직업을 불평하는 것은 아니지만 혼자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다. 바로 얼마 전에는 스위스와 프랑 스 그리고 이탈리아 알프스 지역을 모터사이클로 일주했다.
▶ 감독, 각본가 그리고 제작자와 배우로서 분주한 삶을 사는 당신은 어떻게 건강을 유지하는가.
- 감독한다는 것은 하루에 1,000개의 질문에 답하는 일이다. 그래서 특히 감 독할 때는 에너지가 필요해 이튿날을 위해 과식과 과음을 삼간다. 운동으로 는 농구를 하고 매일 신체단련을 한다. 트레이너는 없다. 그리고 자전거를 타 고 건강하게 먹으려고 애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절제다.
▶ 유럽과 미국은 정치가의 이성문제를 대하는 것이 다르다. 정치가의 개인적 삶 이 어느 시점에서 문제가 돼야 한다고 생 각하는가.
- 그 문제는 케네디 이후 이슈가 됐 다. 미국의 문제는 우리 자신이 지킬 수 가 없는 기준을 만들어 놓고 그것을 정 치가에게 요구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아까도 말했듯이 보통 미국 정치가들 의 경우 문제는 섹스스캔들 그 자체보 다 그것에 대해 거짓말을 한다는 점이 다. 내 생각엔 미국 사람들도 섹스스캔 들에 익숙해져 앞으론 훌륭한 정치가 들을 배출하기 위해 서서히 그들의 사 생활에 대한 물음을 덜 하리라고 본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가십을 좋아해 언제 그렇게 될지는 모르겠다.
▶ 당신은 유머로 유명한데 누구로부터 물려받았는가.
- 내 가족이다. 우리 집에선 우습지 못하거나 지루하게 굴면 제대로 대접 을 받지 못했다. 가족이 모두 유머감각 이 풍부하다. 그런데 종종 내 유머가 기 사화되는 것을 보면 원래 의도와 엉뚱 하게 달리 인쇄된다.
▶ 그렇다면 왜 좀 더 주의를 안 하는가.
- 아무리 조심스럽게 대답해도 여전 히 쓰는 사람 마음대로 요리되게 마련 이다. 그러니 무슨 묘책이 있겠는가. 난 지금도 내 일을 즐긴다. 그리고 당신들 과 함께 이렇게 마주앉아 얘기하는 것 은 내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늘 이렇게 만나 서로를 즐기는데 여기서 한 말이 밖의 그 누군가에 의해 왜곡된 다고 해도 난 괘념치 않는다. 그리고 내 힘으로 그것을 막을 수가 없으니 그저 함께 즐기도록 하자. 난 이제 더 이상 남의 말에 신경 쓰지 않는다.
▶ 당신의 나쁜 버릇은 무엇인가.
- 많다. 특히 기회가 주어지면 나는 하루 종일 정크푸드를 먹으면서 허접 쓰레기 같은 TV 프로를 볼 수 있다. 잠 을 충분히 못 자는 것도 나쁜 버릇 중 하나인데 그것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 이 영화를 어떻게 해서 만들게 됐는가.
- 영화를 위해 5년 간 준비했다. 난 감독과 배우로서 기본임금만 받았고 제작자로선 한 푼도 안 받았다. 다른 배 우들에게 응분의 대가를 지불하기 위 해서인데 그들도 평소의 자기 출연료보 다 적은 액수로 일했다. 이 영화가 1억 달러를 번다고 해도 난 몇 푼 못 받는 다. 그러나 나는 이 영화를 꼭 만들고 싶었다. 내겐 매우 중요한 영화다. 먹고 사는 것은 광고출연으로 받은 돈으로 족하다.
▶ 민주당이고 공화당이고 간에 정치가 는 모두 부패하다는 메시지를 지닌 이 영 화가 내년 대통령 선거에 어떤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까 봐 우려되지 않는가.
- 지금 민주당이나 공화당 모두가 자 신들의 처지에 대해 환멸을 느끼고 있 다.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내 생 각엔 내년 선거의 투표율이 극히 낮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 판에 내 영화가 무 슨 큰 영향을 미치겠는가. 우리가 원치 않는 사람들과 타협해야 하는 지금과 같은 과정을 계속되게 방치한다는 것 은 투표권자인 우리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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