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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 is the first day of the rest of your life.
오늘이란 그대 여생의 첫 번째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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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골프장엔 떨어진 잎새들이 어느새 가을 색으로
물드는 중입니다. 낙엽들이 제각각 영롱한 모습으로
가을 색을 머금고 있는 게 여간 신기한 게 아닙니다.
비슷한데 다들 서로 다릅니다. 다른데 모두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낙엽 밟는 소리에 가을 하늘은 끝없이
높기만 합니다.
오늘은 그 동안 20년 넘게 드나들던 동네 골프장을
떠나는 날입니다. 늘 만나던 골프 벗들과 마지막
라운딩을 하며 골프장 구석구석 널린 내 골프 여정의
기억들을 되살려 봅니다. 내 삶의 열정 중 하나인
골프를 아주 떠나는 건 아닙니다. 다만, 늘 다니던
골프장의 멤버십을 그만두는 겁니다. ‘마지막 라운딩’이란
생각을 하자 곧 이게 또 다른 시작이란 내면의 소리가
들립니다.
컨츄리클럽의 소속감을 없애기로 작정한 건 사실
20년 넘게 지탱해온 교편생활의 마감과 시간대를
같이 합니다. 조국에서 나고 자라 배운 뒤 사회생활을
조금 하다 미국 유학길에 오른 게 1982년. 좀 더 배우고
미국 대학에서 분필을 잡은 게 1989년. 그저 몇 년 하고
귀국한다던 게 어느 새 20년을 넘기고 이제 또 하나의
전환점을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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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 is the first day of the rest of your life.
오늘이란 그대 여생의 첫 번째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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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삶을 하나로 사는 인도의 전통적 힌두교인들은
흔히 삶의 네 단계를 얘기합니다. [The 4 Stages of Life in
Hinduism] 첫 번 째는 ‘학생’[the student]입니다. 배우는
단계입니다. 스물다섯 될 때까진 그저 열심히 듣고 배우는
겁니다. 세속과 탈속을 통틀어 세상사 안팎을 속속들이
배우고 익히는 단계입니다.
그러다 나이가 차 결혼하게 되면 가족을 부양하며
열심히 세상을 사는 게 두 번 째 단계입니다. [the married
family man] 돈 벌고 생계를 유지하며 건전한 성생활을
통해 건강한 자식들 낳아 기르며 남부럽지 않게 열심히
사는 세속적 인생이 바로 왕성한 중년의 삶입니다.
그러다 50을 넘기면 이제 은퇴 준비에 들어갑니다.
[the hermit in retreat] 세상 사는 일은 이제 안중에
없습니다. 세상일은 후손들에게 모두 대물림하고 홀로
숲 속으로 들어갑니다. 이제 할 일은 오직 은둔 속의
기도와 명상뿐입니다. 천명을 알고 절대지존의 신과
하나 되는 일에 매진할 뿐입니다. 인생의 참 목적인
’신인합일(神人合一)’, 즉 내가 이 세상에 온 유일한 목적
그 하나만이 진정한 ‘존재의 이유’ [raison d’être]가 됩니다.
마지막 네 번 째 단계는 떠도는 은자(隱者)입니다.
[the wandering recluse] 선가의 십우도(十牛圖), 그 마지막
단계인 ‘입전수수’(入廛垂手) 그림이 떠오릅니다. 깨달음의
틀마저 넘어 달관의 경지에 든 은수자(隱修者). 이제
표주박을 들고 저자에 들어가며 지팡이 집고 널리 교화를
펼쳐 저마다 성불로 이끄는 원효의 단계에 드는 겁니다.
‘자리리타(自利利他)’의 모범이 되는 거죠. 드디어 알고
깨쳤으니 혼자만 간직할 일이 아닙니다. 다시 세상으로
나아가 사방에 복음(福音)을 전하고 “Before Abraham was,
I AM!”의 참뜻을 널리 전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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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 is the first day of the rest of your life.
오늘이란 그대 여생의 첫 번째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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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일로부터의 ‘은퇴’란 사실 이제야 비로소 진짜 해야
할 일을 시작할 때가 되었음에 다름 아닙니다. 흔히 중년
여성들의 ‘폐경’[menopause]을 ‘제2의 삶’으로 가는
전환기라 말합니다. 마찬가지로, 남자의 은퇴 또한 진정
제2의 삶을 맞아들이는 황홀한 여정의 시작이 아니고
뭐겠습니까?
직장으로부터의 은퇴, 늘 해 오던 일과로부터의 은퇴,
세속적 삶으로부터의 은퇴는 곧 ‘거듭 나는’ 삶으로 가는
의미 있는 여정이 되어야 한다고 늘 믿어 온 터입니다.
은퇴란 결코 한가한 시간이 남아도는 삶을 말하지 않습니다.
은퇴란 반드시 해야 할 일, 그 동안 미루어 왔던 ‘진짜 일’을
시작하고 마치는 여정의 시작에 불과합니다. 인생의 진짜
열정을 태워 볼 그 황홀한 황금기가 동트는 겁니다.
주말 새벽 아침이슬에 밟히는 낙엽들과 동행한 골프.
조만간 다가올 세속으로부터의 은퇴를 꿈꾸며 벗들과
함께 한 마지막 라운딩. ‘오늘’은 바로 그 남은 여정을
시작하는 첫 째 날이라는 기분에 벌써부터 가슴이 설렘을
느낍니다.
Cheers!
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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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lish for the Soul 지난 글들은 우리말 야후 블로그
http://kr.blog.yahoo.com/jh3choi [영어서원 백운재],
EFTS 폴더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 학 박사 /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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