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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meone else’s vision will never be
as good as your own vision of yourself.
누군가의 비전은 당신 자신에 관한
스스로의 비전보다 결코 나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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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년의 오키프가 홀로 캔버스 앞에서 내면의 독백을
드러내 보입니다. 창밖으론 뉴멕시코의 독특한 자연이
펼쳐지고 화면으론 감미로운 피아노 선율이 흐릅니다.
"난 말을 믿지 않아요. 말과 나는 전혀 좋은 친구가
아니죠.” [I don’t trust words. Words and I are not
good friends at all.] 그렇게 영화는 시작됩니다.
1887년 위스콘신 주에서 태어나 1986년 98세의 나이로
뉴멕시코 산타페에서 일생을 마감한 미국의 여류화가
조지아 오키프의 얘기를 영화로 봅니다. 사진작가이며
오키프를 오늘 우리가 아는 오키프로 만들어낸 미국인
알프레드 스티글리츠, 그 역을 맡은 제레미 아이언즈.
잔잔하게, 그러나 명료하게 조지아 오키프의 에토스를
실감나게 보여주는 조안 알렌. 아, 역시 좋은 영화 훌륭한
배우란 이런 거구나를 확실하게 실증하는 멋진 영화
한 편입니다.
스스로의 비전(vision)이 불투명한 젊은 날, 오키프는
스티글리츠와의 운명적 만남을 통해 자의 반 타의 반
유명해집니다. 아직 덜 여문 비전속에 사랑과 배신을
혹독하게 체험하는 오키프, 결국 심하게 멍든 가슴을
부여안고 뉴멕시코의 처절하게 자연스러운 풍광 속에
몰입하며 이제껏 몰랐던 해방과 비전을 갖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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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and die with it.
Because in the end, that’s all you have.
Lose it, and you lose yourself and everything else.
비전과 함께 살고 죽으라.
결국 그게 당신이 가진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걸 잃으면, 당신 자신 뿐 아니라 모든 걸 다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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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입부에 계속되는 오키프 여사의 독백입니다.
예술가에게 비전이 없다면 그건 계시록을 쓴 요한이
비전 없이 묵시록을 쓰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요한이
그토록 선명한 비전을 보고 지녔기에 묵시록이 가능했듯,
조지아 오키프 역시 인생의 혹독한 시련과 자연 친화로 얻은
’비전’을 통해 비로소 예술가로 승화됩니다. 바로 그 비전이
오키프의 꽃 사물화, 하늘 속 동물 유골그림, 그리고
뉴멕시코의 풍광을 통해 늘 우리를 감동시키는 원천입니다.
비전이란 본다는 뜻입니다.
비전은 ‘있는 대로 제대로 본다’는 뜻도 들어 있습니다.
시력검사를 ‘vision test’라 하지요. 하지만 진짜 비전 테스트는
그 사람이 얼마나 무궁한 상상력과 직관, 나아가 통찰력과
선견지명 내지 삶을 보는 혜안을 갖고 있나를 테스트하는
겁니다. 비전이 있는 지도자, 비전을 제시하는 정치가도
중요하지만, 인간 내면의 깊숙한 실존을 투영하는 비전 있는
예술가들은 선지자요 말 없는 스승들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불가에선 ‘고집멸도(苦集滅道)’를 ‘사성제(四聖諦)’라 이르며
네 가지 고귀한 진리로 가르칩니다. 인생은 고해요, 고통의
뿌리는 집착이며, 집착을 멸하는 방법을 ‘팔정도’라 합니다.
바르게 보는 ‘정견(正見)’이 바로 이 여덟 가지 바른 길 중에
들어 있습니다. 어찌 보면 조지아 오키프같은 예술가들이
말하는 ‘비전’이란 ‘바로 본다’는 뜻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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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body sees a flower really; it is so small.
We haven’t time, and to see takes time -
like to have a friend takes time.
아무도 꽃을 제대로 보지 않는다, 꽃은 너무도 작기에.
우린 시간이 없다. 그리고 보는 덴 시간이 걸린다,
친구하는 데도 시간이 드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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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데 보지 못합니다.
듣는 데 듣지 못합니다.
그렇게 우린 허둥지둥 허겁지겁 매사에 불성실합니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란 말도 ‘제대로’ 듣지 못합니다.
먹을 때 먹고 잘 때 자는 게 선(禪)이라 해도 그게 ‘제대로’
접수가 안 됩니다. 이미 아는 것처럼 이미 들은 것처럼 듣기
때문입니다. 꽃 하나에 우주가 몽땅 들어 있음을 보는 사람은
비전을 봅니다. 꽃 안에서 여성의 본질을 보는 화가는 그걸
비전으로 그려냅니다.
비자연, 탈자연의 상징인 뉴욕 시에서 사랑하는 사람과의 모진
결별을 고하고 다시 낙향하듯 자연으로 돌아온 오키프. 세월이
흘러 세상을 떠나게 된 남편을 두 팔로 안아 보낸 후 이젠 흐려진
시력으로 또 다시 뉴멕시코의 산을 오르는 오키프. 그렇게 98세가
되도록 그녀는 비전을 놓지 않습니다. 아니, 비전이 그녀를 놓아
주지 않습니다. 화가 스스로 이미 비전이 되었기에 말입니다.
화가와 비전은 이제 하나입니다. 그리고 예술가의 비전을 통해
우린 실존의 그림자를 봅니다.
Cheers!
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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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kr.blog.yahoo.com/jh3choi [영어서원 백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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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 학 박사 /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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