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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athing in, I know that I am breathing in.
Breathing out, I know that I am breathing out.
들숨에, 난 내가 숨을 들이쉼을 안다.
날숨에, 난 내가 숨을 내쉼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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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새벽 동네 골프장에 나갑니다.
뿌연 여명 속에 낯익은 얼굴들이 이미 퍼팅 연습을
하고 있네요. 멀리 보이는 디아블로 산 정상 밑으론
안개구름이 멋지게 걸려 있습니다. 상쾌한 새벽 미풍이
다가옵니다. 코 밑을 간질이는 바람이 속삭입니다,
내가 지금 이렇게 살아있음이 곧 지복(至福)이라고.
커피 한 잔에 간단한 아침인사를 나누고 편을 가른 뒤
첫 홀에서 서로 잘 치라는 격려와 함께 새벽안개 속으로
첫 티샷을 날립니다. 골프 가방을 어깨에 들러 메고 남은
커피를 마시며 볼을 향해 걷습니다. 청명한 공기 속에
새벽이슬을 밟으며 걷는 한걸음 한걸음이 축복으로
다가옵니다.
볼을 향해 걷는 중에 서서히 호흡을 가다듬으며 오늘의
게임을 바칩니다. 오늘은 또 어떤 게임이 날 찾아주실런가?
내가 게임을 하는 게 아니라, 골프란 게임이 나를 플레이 하는
걸 알아 챈 건 이미 오래 전 일입니다. Let Go, Let Golf!
그렇게 되새기며 깊게 마시는 들숨, 그리고 그 들숨에 내가
숨을 들이쉬고 있음을 압니다. 느리게 내쉬는 날숨, 그 숨
속에 내가 살아 있음을 진하게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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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athing in, I notice my breath has become deep.
Breathing out, I notice my breath has become slow.
들숨에, 난 숨이 깊어진 걸 알아챈다.
날숨에, 난 숨이 느려진 걸 알아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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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에 올라 오늘의 첫 퍼팅에 임합니다.
볼 뒤에서 홀을 향해 선명한 라인을 그립니다.
볼에서 홀 컵까지 연결되는 라인이 선명해지는 가운데 깊게
숨을 들이 마십니다. 서서히 볼을 향해 다가가며 아주 느리게
숨을 내쉽니다. 그리고 볼 위에 서서 한 두 번 홀을 본 뒤
선명한 라인 위로 볼을 굴립니다. "딸깡!"하는 소리가 들릴
때까지 고개를 들지 않고 기다립니다.
"나이스 펏!" 동료들의 찬사에 가볍게 미소로 답하며
홀 속에 누워있는 볼을 기분 좋게 들어냅니다. 다음 홀을
향해 걸으며 계속 숨을 감지합니다. 아무런 생각 없이 그저
호흡만 알아챕니다. 깊어지는 들숨과 느려지는 날숨을
의식합니다. 서서히 걸음과 호흡이 박자를 맞춥니다.
숨과 걸음이 저절로 화음을 이룹니다.
볼을 향해 걸으며 더 깊어지는 들숨과 더 느려지는 날숨.
그 사이의 아주 미세한 ‘갭’[gap]을 감지합니다. 묘(妙)한
사이를 알아챕니다. 숨 사이의 아주 짧은 ‘갭’ 속에 흘깃
내 모습이 보입니다. 걷는 나와 걸음 속의 주위가 홀연
’하나 됨’을 느낍니다. 나와 주위가 분간이 되지 않는 합일에
내가 사라집니다. 마치 거품 속에 든 기분입니다.
나도 주위도 모두 사라진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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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athing in, I calm my body and my mind.
Breathing out, I am at ease.
들숨에, 난 몸과 마음을 진정한다.
날숨에, 난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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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누군가 저기서 볼을 때리는 소리에 흠칫 거품 밖으로
나옵니다. 참, 지금 골프 중이었지. 가만, 내 볼은?
아, 왼쪽으로 갔었지. 멀리 보이는 볼을 향해 걸으며 혼자
피식 웃습니다. 숨 사이 찰나 속으로 홀연 사라졌던 게임이
거품 밖 세상 속에 보입니다. 그린을 향해 볼을 때려낸 후
다시 가방을 메고 걸음과 숨의 공시성(共時性)에 듭니다.
들숨 안으로 샌프란시스코 근교의 새벽안개가 들어옵니다.
언젠가 비로 내려 산꼭대기에서 급류를 타고 내려온 물이
지금 새벽안개가 되어 내 코 속으로 듭니다. 날숨 밖으로
내 존재의 찌꺼기들이 나갑니다. 깊은 들숨과 느린 날숨 속에
몸과 마음이 가뿐해집니다. 들숨과 날숨, 그리고 그 사이의
찰나, 그렇게 온전히 "지금 여기[Here & Now]"에 철저히
머무릅니다.
월남 스님 틱낫한이 가르치는 "Mindfulness Meditation,"
바로 그 마음 챙기는 명상을 숨과 걸음으로 다져봅니다.
스님은 숨 쉬고 걸으며 또 이렇게 새긴답니다.
"Breathing in, I go back to the present moment.
Breathing out, I know this is a wonderful moment."
들숨에, 난 지금 이 순간으로 회귀한다.
날숨에, 난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멋지다는 걸 안다.
새벽 골프로 걷고 숨 쉬며 나도 "지금 여기"에 회귀합니다.
Cheers!
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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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lish for the Soul 지난 글들은 우리말 야후 블로그
http://kr.blog.yahoo.com/jh3choi [영어서원 백운재],
EFTS 폴더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 학 박사 /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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