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접경지역인 애리조나의 병원에는 매년 수백 명의 멕시코 여성들이 찾아든다. 이유는 딱 하나, 출산을 위해서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미국내 불법체류자들. 하지만 재력을 지닌 다른 많은 여성들은 관광객으로 입국한 뒤 노갈레스나 유마, 투산 등지의 국경 인근 병원에서 몸을 푼다. 물론 여기에 들어가는 모든 경비는 현찰로 지급된다. 멕시코 여성들이 굳이 미국 병원에서 출산을 하는 이유는 미국 헌법이 제공하는 부가가치를 챙기기 위해서다. 미합중국 14차 수정헌법은 미국에서 출생한 아기들에게 자동적으로 시민권을 제공토록 보장하고 있다. 14차 수정 헌법의 관련조항은 “미국에서 태어났거나 미국에 귀화한 모든 사람들, 그리고 이에 따라 미국의 관할권에 종속된 사람들은 합중국과 그들이 거주하는 주의 시민”으로 못 박아 놓았다. 이른바 속지주의 원칙이다.
“시민권 주면 안돼” 출산 관광 “심각 수준 아닌데…”
국경지역 병원으로 외국서 단기방문 임신부 몰려
공화 의원들 “헌법 고쳐 자동 시민권 부여 막아야”
반대측 “문제 없진 않지만 실상보다 뻥튀기 말라”
미합중국 헌법이 보장한 ‘생득적 권리’를 얻기 위한 외국인 임신부들의 미국 여행을 비판론자들은 ‘출산 관광’이라 부른다. 한인들이 말하는 ‘원정 출산’과 같은 맥락의 조어다.
원정출산이나 출산관광을 바라보는 시선은 대체로 그리 곱지 않다. 특히 보수적인 일부 공화당 연방의원들은 이를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헌법 악용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이들은 합법적 방문객이라든지 불법 체류자들에게서 태어난 아기들에게까지 시민권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결국 미국에서 태어난 아기들 모두에게 자동적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헌법의 관련조항을 폐기해야 한다는 얘기다.
반면 헌법개정까지 논의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사실 관광출산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만연된 상태라는 증거도 없다. 멕시코 접경 주인 애리조나의 경우만 해도 지난 한 해 동안 비거주자 엄마에게서 태어난 아기는 전체의 2%에도 못 미쳤다.
2008년에 작성된 전국 건강통계센터는 주거지가 국외인 비시민권자에게서 태어난 아기를 총 7,400여명으로 집계했다. 이 수치는유학생과 외국인 방문객 및 출산 관광객들이 그해 낳은 아기들 모두를 포함한다.
물론 집계 자체가 불가능한 불법 체류자들의 자녀들은 제외됐다. 이민문제 ‘매파’들은 ‘체류서류 미비자들’과 이들에게서 태어난 아기들의 수는 원정출산의 ‘결과물’보다 훨씬 많다며 헌법개정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퓨 히스패닉 센터는 지난 2009년 부모 가운데 최소한 한명이 불법 체류자인 미국내 신생아의 수를 35만명으로 추산했다. 이는 그 해 전체 출산의 8%에 해당한다.
이에 비하면 출산관광은 사실 그리 큰 이슈가 아니다. 2000년 이후 8년간 50%의 증가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2008년에 집계된 7,462명은 그 해 전체 출생아인 425만 5,156명에 비하면 아닌 말로 ‘새 발의 피’다.
애리조나는 미국거주자가 아닌 외국인들의 출산을 따로 집계하지 않는다. 그러나 2010년의 자료에 의하면 애리조나가 거주지가 아닌 여성에게서 태어난 아기는 1,534명에 그쳤다. 애리조나 전역의 병원에서 태어난 8만 8,100명의 2%가 안 되는 수치다.
애리조나에서 해산한 이들 중에는 캘리포니아와 뉴멕시코 등 접경주 주민들과 멕시코를 비롯한 다른 국가 출신 외국인들이 섞여 있다.
거주지가 애리조나가 아닌 사람들은 대부분 국경지역 병원에서 출산을 했는데 일부에서는 이것이야말로 출산 관광객들이 많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비거주자 출산의 절반 가까이는 노갈레스의 유마 리저널 메디컬 센터와 카론데레트 홀리 크로스 하스피탈, 투산의 투산 메디컬센터에 집중되어 있다. 이들 3개 병원은 약속이나 한 듯 임신부들이 선불을 내고 미리 출산 스케줄을 정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여기에 수반되는서비스는 모두 ‘현찰 박치기’다.
병원 측은 선불 프로그램이 무보험자들을 겨냥한 것으로 국경 남쪽에는 광고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정부는 공식적으로 임신부의 미국 입국에 제한을 가하지 않고 있다.
국무부의 노엘 클레이는 비자발급 면접심사에서 임신에 관한 질문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토안보부는 지역 언론사 ‘애리조나 리퍼블릭’의 질의에 대한 이메일 답변에서 임신부의 입국을 막지는 않지만 출산은 정당한 미국방문 목적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토안보부는 “임신부의 입국 결정여부는 ‘세관 및 국경보호청’(CBP) 심사관들의 재량권에 속한다”며 “출산 예정일과 미국내 체류기간 등을 고려해 즉석에서 결정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임신부에게 보험이 없거나 커버리지가 충분치 않아 출산비용을 미국정부가 뒤집어 쓰게 될 것으로 판단될 경우 심사관은 입국거부 판정을 내릴 수 있다.
지난 1월 공화당 하원의원인 스티브 킹은 자동적 시민권 부여의 대상을 부모 가운데 최소한 한명이 미국 시민이거나 영주권자인 아기의 경우로 제한할 것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킹 의원은 제안설명을 통해 “이 법안이 통과되면 이민법 위반자들이 부당하게 보상을 받는 일이 없게 될 것이며 나중에 그 가족들이 줄줄이 따라 들어오게 될 통로도 자연적으로 봉쇄된다”고 말했다.
공화당 의원 78명이 공동으로 서명한 이 법안은 연방 대법원으로 하여금 14차 수정헌법을 재심하도록 압박하기 위한 전술의 일환이다.
진보성향의 연구단체인 아메리칸 진보센터(Center for American Progress)의 이민정책담당 부사장인 안젤라 마리아 켈리는 공화당 의원들의 개헌시도는 “너무 지나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관광출산을 “대단한 문제”로 ‘과대포장’하는 것 같다며 마치 네스호의 괴물을 좇아다니는 꼴 아니냐고 반문했다. 실체조차 분명치 않은 상대를 부풀리고 키워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는 비아냥이다.
켈리는 연방의회가 법제화를 통해 출산관광을 막으려는 것은 ‘오버킬’이라고 말했다. 그는 “출산 관광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며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파리채를 휘둘러야 어울릴 일에 우지기관단총을 쏘아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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