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아이 한 명 쯤이야” 예방접종 기피
■ 무너진 ‘집단 면역’
홍역, 백일해…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질환이 최근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홍역, 백일해 같은 박테리아와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은 어린이의 경우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위험이 커 예방접종이 매우 중요하다. 지난해 캘리포니아에서는 백일해 발생 건수가 약 9,500건에 달했고 유아는 10명이나 사망했다.
CDC(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홍역의 경우 올해 발생한 환자 중 90%가 예방접종을 받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LA타임스는 건강섹션에서 ‘집단 면역’(herd immunity)이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자녀의 예방접종을 미루거나 맞히지 않는 부모들이 늘어나 홍역이나 백일해 같은 질환이 다시 나타나고 있으며 지역사회로 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집단 면역’과 백신에 관해 LA타임스에 실린 기사를 토대로 정리해 본다.
백신 맞은 사람 적을수록 감염 보호막 사라져
가주 백일해 발생 작년 9,500건 ‘65년만에 최고’
사라진 줄 알았던 수두·풍진도 다시 유행
#’집단 면역’(herd immunity)이란?
미 소아과학회 산하 감염질환 위원회장인 마이클 브래디 박사는 “어린이 한 명이 필요한 백신을 생략하면 전체 지역사회의 질병 유행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고 말했다. ‘집단 면역’은 아프리카에서 수백만 마리의 초식동물 누(wildebeest) 떼가 어린 누도 보호하며 군집을 이루고 있는 것을 상상하면 된다.
어떤 사람이 질병에 감염되면 그 사람은 잠재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킬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첫 감염을 예방하면 이론적으로 두 번째 감염 역시 막을 수 있다.
집단 면역은 백신 예방주사를 맞았거나 이전에 질병에 감염돼 면역성이 생겼거나 간에 특정 감염 질환에 대한 면역력을 가진 사람이 그룹에서 많아질 때 이후 생기는 다른 사람들의 감염률은 크게 줄어든다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집단 면역 효과는 예방접종을 한 인구가 증가할수록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면역력이 취약한 사람도 보호된다는 얘기다.
#백일해, 홍역 다시 유행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집단 면역’이 붕괴돼 홍역, 백일해, 뇌수막염(Hib) 같은 질환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전염성이 높은 병들이 다시 나타나고 있는데도 상당수 부모들은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전혀 근거 없는 걱정과 의심으로 인해 자녀의 예방접종을 피하고 있다.
CDC에 따르면 지난해 캘리포니아에서는 백일해 발병 건수가 9,500건 가까이 보고됐는데, 이는 6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0명의 사망 유아 중에서 9명은 예방접종을 하기에는 너무 어린 유아들이었다.
백일해 접종은 2개월, 4개월, 6개월, 15~18개월, 4~6세에 맞춰 총 5회 접종한다. 백일해는 전염성 호흡기 질환의 하나로 전염성이 매우 높고, 폐렴, 발작, 뇌손상 및 사망까지 이르게 한다.
또한 캘리포니아주 공공보건국(CDPH)에 따르면 올해 추가로 보고된 백일해 환자 건수는 1,918명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청소년들이 백일해 유행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CDC가 최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국적으로 187명의 홍역 환자가 신고됐으며 이는 1996년 이후 최고치다.
21명이나 홍역 환자가 보고된 미네소타주의 경우 많은 어린이들이 홍역을 예방하는 MMR 백신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CDC는 예방접종을 하지 않았던 자녀의 부모들이 백신의 안전성을 염려해 예방주사를 맞히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MMR 백신은 홍역, 풍진, 볼거리를 예방하는 혼합 백신으로 총 2회 접종한다. 1차는 생후 12~15개월, 2차는 4~6세에 접종한다.
#백신 접종, 질병이 더 퍼지는 것을 막는다
물론 의사들도 모든 질병에 대항해 모든 사람들을 예방접종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갓 태어난 아기나 아직 예방접종을 하기 힘든 유아라든지, 지병을 갖고 있거나 암 화학요법을 받고 있는 면역력이 떨어진 경우 예방접종을 건너뛰기도 한다.
하지만 백신을 맞은 사람들이 많으면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에게도 보호작용이 같이 이뤄질 수 있다.
필라델피아 아동병원의 백신 교육센터 디렉터 폴 오피트 박사는 “백신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면역성을 갖고 있으면 바이러스나 박테리아가 더 퍼지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접종주사 불안” 백신 거부
아이에 치명적 합병증 불러
■ 전염병 유행
세계화로 바이러스 급속 확산
다른 나라 전염병도 안심 못해
건강한 사람도 독감백신 맞아야
지난 2005년 미 의학협회 저널(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에 보고된 바에 따르면 미국 어린이들은 2000년부터 폐렴구균(Pneumococcal) 백신을 맞기 시작했는데, 백신을 맞지 않은 50세 이상 성인 그룹의 폐렴구균으로 인한 질환 발병이 55%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폐렴구균성 질병은 폐렴, 수막염(뇌와 척수막의 감염), 중이염, 정맥동염 등 위험한 질병을 일으킨다.
또한 ‘임상백신면역학회지’(Clinical and Vaccine Immunology)에 보고된 바에 따르면 지난 2007년 로타바이러스 백신 예방접종 비율이 미국 어린이들의 50%나 달했을 당시, 어린이들의 로타바이러스 발병 수치는 87%나 줄었다. 로타바이러스는 유아, 아기들에게 심한 설사를 일으키며, 열이나 구토를 동반하기도 하고 심하면 탈수증에 이르게 한다.
반면 2008년 연구조사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미국 내 백일해 재유행에는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 백일해 재발에 큰 영향을 끼쳤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 전염병학 저널(American Journal of Epidemiology)은 예방주사를 맞지 않은 사람들이 전체 커뮤니티의 위험을 나타낸다고 결론지었다.
사실 미국에서는 그동안 홍역, 수두, 풍진 등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세계화(globalization)로 인해 안심할 수가 없다. 매년 유럽에서 수십 명이 홍역 바이러스를 가지고 미국에 도착한다.
또한 최근 많은 미국 학부모들이 예방접종을 맞히지 않게 되면서 홍역이 다시 유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홍역의 경우 어린이의 92~95%가 백신을 맞아야 ‘집단 면역’이 유지된다고 보고 있다. 소아마비(Polio)도 미국 인구의 70%가 백신을 맞자 유행이 현저하게 하락했다.
뇌수막염(Hib)의 경우도 백신이 나오면서 1년에 2만 건에 달했던 환자 케이스가 10건 미만으로 감소했다. Hib 백신은 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균 백신으로 박테리아에 감염되면 뇌수막염, 후두개염, 중이염, 폐렴, 급성관절염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최근 다시 뇌수막염(Hib) 발병 케이스가 증가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많은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Hib 백신을 맞히지 않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사실 홍역 같은 질환은 과거시대의 유물로 여겨졌었다. 지난 2000년쯤에는 거의 소멸됐다고 본 질환이었다. 또한 많은 부모들이 홍역에 대해 수두 같은 질환으로 크게 두려워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홍역 역시 뇌에 손상을 줄 수 있으며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수두 역시 가볍게 여기지만 덴버에 거주하는 백신을 맞지 않았던 8세 어린이의 경우 수두 바이러스가 신경 시스템까지 퍼져 일주일간 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를 하는 등 상당한 고통과 싸워야만 했다.
#부모들의 백신 거부 왜?
현재 미국 내 20개 주 정도에서 부모는 ‘양심적 백신 거부’ 또는 ‘개인 신념’ 등을 이유로 자녀의 예방 접종을 보류하거나 거부할 수 있다.
부모의 백신 거부에는 자폐증이 가장 이유가 크다. 지난 1998년 영국 런던의대 앤드류 웨이크필드 박사 연구팀은 MMR 혼합백신 접종이 자폐증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영국 의학저널 ‘랜싯’(Lancet)에 보고했다. 이후 10년간 MMR 백신 논쟁은 의학계에 큰 파장을 낳았다.
하지만 지난해 ‘랜싯’에서는 웨이크필드 박사의 논문을 데이터의 부정확성 및 조작 등을 이유로 전문 취소했고, 웨이크필드 박사는 소아과의사 자격까지 박탈당했다.
의사들은 백신거부로 인해 폐렴, 백일해, 뇌수막염, 수두 등의 유아 어린이에게 치명적인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 위험은 걱정하지 않느냐고 지적한다.
#독감 백신 꼭 맞도록 해야
독감 백신도 매년 고민되는 백신이다. 어린이, 만성질환자, 노인 등은 걸리는 비율도 높고, 전염성도 높다. 특히 어린이, 청소년, 젊은 성인은 전염성이 높다.
최근에는 거의 모든 연령이 독감 백신을 매년 맞을 것이 권고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독감시즌이 11월부터 다음해 2월부터 시작해 이후 3~5월 정도에 끝난다. 때문에 독감 예방 접종은 8월 말에서 11월 초까지를 적기로 보고 있다.
독감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매년 수천명이 사망한다. 유아, 노인, 만성질환자 등이 위험군으로 특히 임신부, 만성 심장병 및 폐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 독감은 매우 위험하다. 최근에는 노약자가 아니더라도 건강한 사람도 증세가 심하거나 심지어는 사망까지도 이르는 추세다.
#LA카운티 공중보건국 백신 홍보 페이지
최근 LA 카운티 공중보건국은 백신 홍보 페이지(http://vaccinatela.com/ko/)를 마련했다. 한국어로도 백신 접종의 필요성, 종류, 접종장소 등을 찾아볼 수 있다.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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