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프문 베이(Halfmoon Bay)의 페스카데로(Pescadero)에 가면은
손바닥만한 동그란 자갈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며 모래 사장처럼
길게 깔려 있는 아주 예쁜 바닷가가 있다.
파도가 밀려와서 그 자갈들을 덮으며 쓸려 나갈 때 마다 엄청나게
큰 소리를 내며 자갈들이 구르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듣는 이에 따라 다 다르게 들릴 그 소리는 나에게 있어 마치 대군이
적진을 향하여 말발굽 치는 소리 같기도 하고, 자갈들 끼리 깎여진
세월 동안 못다한 이야기들을 토해내는 아우성 같기도 하였다.
수 많은 자갈들이 긴 세월을 두고서 어떻게, 언제 부터 거기에 있어
왔는지 생성의 시원도 중요 하였지만, 그 보다는 그 자갈들을 동글게
만든 손길이 더 궁금하였다.
망치나 정(釘)이라는 어떤 외부의 물리적 힘이 있었던 것도 아니요
올곧이 그 자갈들을 동글게 만든 것은, 매일 지속적으로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는 파도 물결이었다는 데에 저절로 생각이 이르게 되자
나는 무엇인가라도 크게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엄격한 훈육과
채근보다는 꾸준한 관심과 사랑이 오히려 감동을 주며 변화시킨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나는 이 지역의 <조아모: 좋은 아버지들의 모임>에서 카운슬러 일을
오래 하면서 여러 유형의 아버지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대부분이
자녀와, 배우자 간의 대화 부족으로 인한 소통 부재와 문화 및 세대
차이로 인하여 해결 방법을 모르는 채 화부터 먼저 내게 되고 언어적,
신체적 폭력이 선행되며 급기야는 가정의 불화로 불거지는 안타까운
경우들을 많이 보아 왔다.
나 역시도 그런 시행착오를 수 차 겪은 아버지였다. 가부장적 문화에
젖은 채 이민을 와서 그 사고방식 그대로 굳어있던 현실에서 ‘부담은
곧 사명이 된다’고 하였던가, 나 자신 뿐만 아니라 같은 문제와 심적
고통을 겪고 있는 다른 아버지들을 만나 서로 터놓고 나누는 유익한
모임이 있는 것을 알고, 고민 끝에 찾아와 마음문을 여는 아버지들을
만난 것은 고맙고도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우리는 <화(火)를 관리하는 방법: Anger Managements>과 더불어
미국과 한국 문화 및 세대 차이, 같이 시간 보내기, 대화하는 법 등을
알아가고 배우며 이해하도록 도운다. 지금에 알았던 것을 그 때에도
알았더라면 좋았을걸...하고 후회하지만 한편 가장 늦었다고 생각한
때가 또한 가장 빠른 때이라는 것을 알고 노력, 실천해서 점점 변화
되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과 보람인지...
얼마 전, <공룡 길들이기: How to train the Dragon>이라는 디즈니
에서 만든 3D 만화 영화를 재미있게 본 적이 있다. 사람들을 해치는
공룡들을 온갖 수단과 방법들을 다 동원하여 잡으려 하였지만 결국
그 무섭고 사나운 공룡을 길들이는 것은 무쇠로 만든 창이나 화살이
아니라, 먼저 가까이 다가가 눈을 마주치며 쓰다듬고 어루만져 주는
관심과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교훈적인 줄거리였다.
바닷가 자갈돌을 동글게 만든 그 보이지 않는 손길과도 똑같았다.
칭찬 대신에 체벌 문화가 더 익숙한 아버지들에게 배우자든 자녀든
단점을 보기 보다 장점을 보고 그 장점으로써 상대방을 인정해주고
칭찬을 많이 해 볼 것을 권한다. 인정과 칭찬을 많이 받은 사람들은
자존감과 안정감이 높아 어디서든 당당하고 소신을 마음껏 펼치며
일에 대한 성취도도 높은 것을 많이 보아 왔기 때문이다.
나는 자랄 적에 아버지로부터 칭찬을 많이 받지를 못하여 늘 그것이
불만이며 사람들 앞에서 주눅이 들고 자신에 대해 열등의식이 되어
왔는데 그런 점들이 극복되기에는 참으로 오랜 세월이 걸렸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주위에서 이미 많이 들어온 말이지만
백번을 더 말해도 절대 부족함이 없는 말이다. 모름지기 칭찬과 인정
해줌으로써 온 바다에 춤추는 고래들이 마구 넘쳐나기를 바란다.
이 땅의 아버지들, 어머니들, 자녀들, 청년들, 심지어 노년들 까지도
저 큰바다로 나아가 마음껏 춤추고 싶다. 아무도 이름없는 한 마리의
무기력한 고래로 남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너는 잘 할 수 있어! 너는 잘 될 거야!" 이 얼마나 신나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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