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에 차(茶)가 있고 서양에 맥주와 와인이 있다면 아랍에는 커피(coffee)가 있다. 커피의 기원에 대한 설은 분분하지만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 고원지대가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로 커피라는 말도 에티오피아의 지명인 카파(Kaffa)라는 말에서 유래한다. 하지만 커피가 오늘날 우리가 마시는 음료로 발전한 곳은 아라비아 지역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1400년 전 에티오피아의 카파지방에서 염소를 치던 칼디(Kaldi)라는 소년은 염소 떼가 평소와 달리 흥분하여 날뛰는 것을 보고 원인을 알아본 결과 목장 근처에 있는 빨간색의 나무 열매를 먹었기 때문인 것을 발견했다. 이 사실을 수도원 원장에게 알렸고 그 후 그 열매를 따서 직접 끊여 먹어 보니 정신이 맑아지면서 온 몸에 기운이 솟는 것을 느꼈다. 차츰 이에 대한 소문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고 시간이 지나면서 커피는 11-12세기경 홍해를 건너 아라비아 반도의 예멘 지역으로 그리고 그 이후에는 터키, 베네치아, 런던, 파리, 빈 등 세계 각 지역으로 전파되었다.
커피가 유럽에 전해진 초기에는 이교도의 음료라는 종교적 이유로 박해를 받았다. 하지만 커피를 훌륭한 음료라고 생각한 교황 클레멘트 8세(Clement VIII)는 커피에 세례를 주었고 그 이후 크리스트교인들도 마실 수 있게 되었다.
터키의 슐레이만(Süleyman) 대제가 통치하던 1544년에는 ‘키바 한(Kiva Han)’이라는 세계 최초의 커피하우스가 콘스탄티노플(현재의 이스탄불)에 문을 열었다. 이 커피하우스는 커피제국 터키의 심장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면서 오늘날 커피문화의 원형이 만들어진 곳이다.
또한 1720년에는 유럽 최초의 커피하우스 ‘카페 플로리안(Caffe Florian)’이 베네치아의 산마르코 광장에 문을 열었다. 이곳은 291년 전통의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카페인 동시에 ‘caffe’라는 단어가 고유명사화 된 곳이다. 당시 이곳에는 스탕달 바그너 릴케 모네 괴테 니체 등과 같은 유럽 최고의 문인들이 방문했으며 한때 카사노바가 여자들을 유혹한 장소로도 유명하다.
파리의 카페는 북쪽 교외의 몽마르트 주변에 밀집했는데 피카소 르느아르 졸라 사르트르 모파상 등이 모여들었다. 바하는 ‘커피 칸타타’를 작곡했고 발자크는 하루 50여 잔의 커피를 마시며 18시간 동안 소설 창작에 몰입했다고 한다.
세계 3대 커피로는 커피의 황제라고 불리는 자메이카의 ‘블루마운틴(Blue Mountain)’과 하와이의 ‘코나(Kona)’ 그리고 커피의 귀부인으로 불리는 예멘의 ‘모카(Mocha)’를 언급할 수 있다. 블루마운틴은 생산량은 적지만 오늘날 전 세계에서 가장 품질 좋고 맛있는 커피로 평가받고 있다.
국제커피기구(ICO) 자료에 의하면 세계 제일의 커피 생산국은 브라질이다. 브라질은 한때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한 적이 있는 커피강국이다. 다음으로는 베트남과 콜롬비아 그리고 인도네시아가 각각 2위부터 4위까지 차지하고 있으며 커피의 원산지인 에티오피아는 5위에 머물러 있다. 세계 11위의 커피 소비국인 우리나라 수입커피의 40퍼센트는 베트남 산이다.
우리나라에 커피가 들어 온지도 110여년이란 세월이 지났다. 공식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처음 커피를 마신 사람은 고종(高宗)으로 알려져 있는데, 고종순종신록에는 커피를 ‘가피차’라고 기록되어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다방은 1888년 당시 개항지였던 인천의 대불(大佛)호텔과 그 맞은편에 있던 슈트워드(Steward) 호텔 내에 있었던 다방이 최초로 알려지고 있다.
일제 강점기에는 우리나라 문인들이 직접 다방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었다. 소설가이자 시인이었던 이상(李箱)이 대표적인 예이다. 1933년 그는 종로 1가에 ‘제비(燕)’라는 다방을 열었지만 본래 사업에는 관심이 없던 터라 2년 만에 문을 닫고 만다. 그 이후 다시 ‘식스나인(69)’이라는 다방을 열려고 했지만 당시로서는 퇴폐적인 상호가 문제가 되어 허가가 취소되는 바람에 아예 개업자체를 하지 못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세계적인 커피브랜드인 스타벅스(Starbucks)가 유명하지만 미국의 커피 매니아들은 피츠커피(Peet’s Coffee)를 선호한다.
햇살 가득한 이곳 캘리포니아 버클리에서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의 원조인 피츠커피의 진한 향을 음미하며 머나먼 대륙, 아프리카와 아랍 그리고 유럽을 거쳐 오늘날에 이른 커피의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적어보았다.
(한국외대 교수/ UC버클리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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