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은주 예술인의 끈(KAACC-USA) 회장 및 교사(PS 150)
나는 1.5세지만 비교적 한국 드라마를 즐겨보는 편이다. 시간이 없어 다 볼 수는 없지만 내가 보고 싶은 드라마가 있을 때면 밤에 시간을 내서라고 한 편씩 꼭 챙겨본다.
최근에는 ‘주홍글씨’에 나오는 ‘차혜란’이란 캐릭터의 거짓말에 유독 시선이 꽂히고 있다. 이 캐릭터의 본업은 배우이고 인생의 목표와 직업을 착각해 입에서 나오는 말도 모두 거짓말뿐이다. 나중에 ‘차혜란’이라는 캐릭터는 자신이 암 말기라는 거짓말말까지 해가면서 자신이 얻고자 하는 동정과 돈을 벌어들인다. 연속극의 ‘차혜란’처럼 우리 주위에는 거짓말이 습관이 되다보니 처음의 거짓말을 은폐하려고 또 다른 거짓말을 하고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보니 나중에는 그 사람에게 나오는 말은 전부 거짓말로 변하기도 한다.심지어 ‘나 오늘 점심 식사했어요!’라는 지극히 평범한 말도 거짓말쟁이가 말하면 거짓말처
럼 들린다. ‘늑대가 나타났어요!’라고 외친 거짓말쟁이 소년처럼 같은 일이 반복되면 아무리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어줄 사람 하나 없게 된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거짓말이 몸에 밴 사람들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거짓말 유전자(DNA)’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다. 예전에 대학 1학년에 재학하던 시절 한 여자 선배의 거짓말 때문에 나는 깊은 상처를 받은 적이 있다.
하루는 내 기숙사 방에 찾아 온 선배가 "은주야… 나 죽어. 암에 걸려서 곧 죽는다"라며 눈물을 펑펑 쏟았다. 나는 너무나 놀라 늦은 밤에도 뉴욕에 계신 개인적으로 잘 아는 한 목사님께 전화를 했다. 당시 난 "목사님, 어떻게 해요. 언니가 너무 불쌍해요. 이 언니는 하나님도 안 믿는데 이렇게 그냥 가면 어떻게 해요"라며 대성통곡을 했었다.
어리고 순수한 마음에 언니가 너무 불쌍하고 안쓰러워서 목사님께 대성통곡을 한 후에도 밖으로 뛰어나가 커다란 나무 한 그루를 부둥켜안고 하늘을 쳐다보며 세상에서 제일 큰 슬픔을 당한 소녀처럼 펑펑 울었던 기억이 있다. 당시 나는 하나님도 무척 원망했었다. 왜 그리 예쁘고 젊은 언니를 데려가려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암에 걸린 언니는 친부가 외도를 해 다른 여자와 아들까지 낳는 바람에 선배언니는 물론 자매와 엄마까지 무척 힘든 시간을 보냈던 아픔도
갖고 있었기에 더더욱 하나님이 원망스러웠다.
다음날 나는 평소 즐겨 찾던 학교 캠퍼스 뒷동네에 있는 토막나무로 만들어진 뉴만 하우스(Newman House)라는 작은 기도의 집으로 올라갔다. 당시 내가 재학하던 대학은 풍경이 아름다운 뉴욕 업스테이트에 위치해 있어 나는 혼자서도 곧잘 숲을 누비며 꽃냄새, 사람냄새 맡으며 공부를 하곤 했었다. 그날도 전날 울다 지친 모습에 눈이 퉁퉁 부은 상태에서 발길 닿는 대로 산을 누비고 다녔고 산속에서 위험한 일을 겪을 순간도 있었다. 슬픔에 빠져 홀로 산길을 오르던 중 벌거벗은 남성이 다가오는 줄도 모른 채 그저 분홍색 조깅 옷을 입은 것으로만 생각하고 지나치다 나체였다는 사실에 기겁해 온 힘을 다해 산 아래로 도망쳐 내려와야 했고 당시에 놀랐던 기억은 지금도 떠올리면 큰 충격이 남아있다.
게다가 곧이어 전날 여자 선배가 내게 했던 말이 모두 거짓말이란 것을 깨닫게 된 뒤에는 더욱더 큰 충격에 휩싸였다. 알고 보니 그 선배는 결국 돈을 빌려가려고 다른 순진한 학생들에게도 똑같은 내용의 거짓말을 쏟아냈던 것이다. 졸업 후 수년이 지난 뒤 어느 날 우연히 뉴욕시의 한 호텔 앞에서 멀쩡하게 살아서 생기 있게 돌아다니고 있던 그 선배를 만났을 때에는 정말이지 할 말을 잃었을 정도였다. 선배의 말 한마디에 난 하나님을 원망했고 괜한 목사님께 한밤에 대성통곡을 하며 민폐를 끼쳤고 잠도 한숨 이루지 못한 채 뜬눈으로 밤을 지내고 새벽에 산에서는 자칫 큰 봉변을 당할 뻔했던 것도 억울했다.
이제 얼마 지나지 않으면 많은 부모들은 대학에 입학하는 자녀를 멀리 떠나보내야 할 때이다. 집을 떠나 대학에 보내기에 앞서 부모들은 여러 가지 준비할 것들이 많이 있다. 이중에서도 우선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사람들에 대한 경고도 잊지 말기를 당부한다. 누군가 특정한 목적을 품고 감쪽같은 거짓말로 접근하지는 않는지 지혜를 갖고 판단하도록 지도하길 바란다. 누군가의 거짓말로 신체적인 피해는 물론 마음의 상처도 크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예방법을 익혀놓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한 대학으로 떠나기 전에 자녀의 심리 상태는 어떤지 부모들이 먼저 점검해 둘 필요가 있다. 자신의 자녀가 피해자의 입장이 아니라 행여 부모도 모르는 다른 모습으로 대학에 가서 거짓말을 일삼으며 남을 해치거나 피해를 입힐 가능성은 없는지 미리 단속해서 나쁠 것은 없다. 더불어 자녀의 심리 상태를 실제로 확인하는 기회를 만들어 줄 것을 권한다. 특히 자녀가 거짓말을 잘한다고 의심이 들면 반드시 전문상담을 받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거짓말은 남은 물론 자기 자신도 위험하게 만드는 것이고 자칫 누군가의 목숨을 담보로 할 수도 있기 때문에 결코 간과해서는 안된다.
거짓말을 식은 죽 먹듯이 하는 사람은 미리 심리치료를 받고 대학에 입학하길 권한다. 거짓말로 타인의 동정을 사려는 행위, 이런 사람이 사회에서 어떻게 신뢰를 구축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를 부모와 자녀가 함께 미리미리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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