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정의(定義)는 ‘국가의 항구적 소속원이어야 하고 어디에서 살거나 국가의 통치권에 복종할 의무를 가진자’이다. 정의상, 이민은 모국을 떠나면서 모국 국민의 자격요건을 완전히 상실하게 됨으로 한국 국민이라고 할 수 없는 존재가 된다. 그리고 국제법상 어느 나라에서나 자국민을 무국적자로 만들면 안 되게 되어 있으므로 한국에서는 모국을 완전히 떠나서 한국 국민이라고 할 수 없게 된 미국의 영주권자 에게도 시민권을 받을 때까지는 한국여권만은 갖고 있게 한다. 이 여권은 군인으로 말하자면 ‘제대증’같은 증명에 불과한 것이다. 제대증이 ‘군인이었다’는 증명이며 ‘군인이라는’ 증명이 아닌 거와 마찬가지로 이민자의 여권은 ‘한국국민 이었다는’ 증명이지 ‘한국국민’이라는 증명은 아니다.
미국에 발을 디디면 미국의 ‘항구적 소속원’이 되고 미국의 ‘통치권에 복종’하여야 함으로 미국에서 국민적 자격요건을 갖추고 살게 된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국민의 자격을 갖추어도 5년이라는 예비기간을 거친 후에야 시민이 되게 되며, 그 유예 기간 중에는 과거 한국의 백성 이였다는 증명으로 한국여권을 지니고, 영주권자라는 자격으로 미국에 거주하게 된다. 실은 여권을 한국에 반납을 해도 일상생활에 추호의 지장도 없지만, 여행을 하게 될 때 5년 동안은 미국여권이 나오지 않으므로 한국여권을 갖고 있게 된다.
이민의 ‘移’자는 ‘옮길 이’이며 ‘民’자는 ‘백성 민’이다. ‘백성’이 소속국가를 ‘옮긴다’는 뜻이다. 미국이민 이라면 한국 ‘백성’이 미국으로 옮겨가서 ‘미국백성’이 된다는 뜻이다. 그리하여 이민은 미국 납세자들이 만들어 놓은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생업을 이어간다. 그리고 세금을 내는 곳도 미국이며, 국가로부터의 복지혜택을 받는 곳도 미국이고, 삶의 터전이 미국일 뿐만 아니라 타계할 때도 미국 땅에 묻힌다.
그리고 일단유사시에는 미국을 위하는 존재가 되어야하며 미국에 대해 충성을 하여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이민이면 누구나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싫고 좋고 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국을 그리는 정서마저 버리라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 대한 충성심과 모국을 사랑하는 애향심은 상극이 되는 감정은 아니다. 그러나 애향심과 애국심을 혼동하는 처사만은 피하여야 한다.
미국에서는 영주권자가 시민권을 받을 때는 미국에 충성을 맹서하는 ‘시민선서’를 하게 된다. 이러한 선서를 하여 놓고도 무슨 선서를 하였는지 그 내용을 잘 모르고 지내는 귀화시민(시민권자)도 적지 않다. 맹세를 하였으면 지켜야 하는데 무슨 맹세를 하였는지 조차도 모른다면 말이 안 된다. 인간대접을 제대로 받으려면 그 요지 정도만이라도 알고, 명심하여 지키려고 애를 써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영주권자도 미국에 충성을 할 의무를 갖고 있는 이상은 마찬가지다.
‘충성 맹세(Oath of Allegiance)’의 전문(全文)은 다음과 같다: “나는 지금까지 내가 예속되어 있던 나라에 대한 충성심 전부를 자발적으로 완전히 그리고 철저하게 포기하고 미국의 헌법과 법을 받들 것이며, 그러한 법을 국내외의 적으로부터 보호할 것이며, 미국 법을 진심으로 신뢰하며 준법에 충실할 것이며, 유사시에는 법에 따라 미국을 위하여 군에 복무할 것이며, 국가가 요청할 때는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문민의 지휘 하에도 들어갈 것이며, 이러한 의무의 수락을 임시방편으로 또는 심리적 유보를 갖고 하는 것이 아니며 나의 자유의사에 의해서 한다는 사실을 하나님 이름으로 맹세합니다.”
이 선서의 서두를 ‘포기선언’이라고 하는데, 모국에 대한 충성심을 송두리째 그리고 철저하게 포기한다는 맹서이다. 즉, 미국에 충성을 하려면 우선 모국에 대한 충성심을 깨끗이 버리고 난 다음에 하라는 것이다. 쪼개진 충성심은 미국에 대한 충성심으로 인정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성인이 되서 국적을 바꾼다는 것은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우리는 법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법에 따라 국적을 옮기지 않을 수 없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신분에 맞는 생활을 하기 위한 노력을 함으로서 명실상부한 백성이 되며 이민의 보람을 찾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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