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해 경제협력기구(Organization of the Black Sea Economic Cooperation: 이하 BSEC)는 1992년 6월 25일 설립되었으며 주요 회원국으로는 흑해의 6개 연안국(루마니아 터키 우크라이나 러시아 불가리아 조지아)과 6개 인접국(그리스 몰도바 알바니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세르비아)이 있다. 또한 이 기구에는 옵저버 자격의 17개국과 부문별대화동반자 지위로 가입한 17개의 국가 및 국제기구가 있다.
90년대 동유럽지역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곳이었다.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지금, 이미 EU와 NATO에 가입한 대부분의 동유럽 국가들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상당한 발전을 이룩하였다.
반면 90년대 흑해지역은 세계 주요국들의 관심 밖에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제2의 중동’이라 불리는 흑해, 카스피해 지역에 상당량의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되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에너지 안보 및 수송차원에서 이 지역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특히 흑해 지역은 주변에 약 3억 5천만 명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는 앞으로 새로운 신흥시장으로 발전할 수 있는 커다란 잠재력을 가진 곳이기도 하다. 지정학적 측면에서도 이 지역은 유럽과 중앙아시아 그리고 중동 사이에 위치하고 있어 오늘날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전략적 거점지역으로 간주되고 있다.
따라서 최근 들어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이 지역에서의 지정학적, 전략적 그리고 정치•경제적 중요성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는데 이는 마치 90년대 동유럽 지역이 그랬던 것과 비슷하다.
2010년 11월 26일 그리스 데살로니키(Thessaloniki)에서 개최된 제23차 BSEC 외교장관회의에서 회원국들은 한국을 ‘부문별대화동반자’ 지위로 가입시킨다는데 합의했다. 이로써 우리나라의 흑해지역 진출이 한층 더 용이해 졌다. 우리기업들은 단기적 측면에서 에너지 분야를 비롯한 도로와 철도, 통신망 등 인프라 건설 사업에 진출할 수 있게 되었으며 중•장기적 측면에서도 향후 매력적인 시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이 지역을 미리 선점할 수 있게 되었다.
현 시점에서 한국은 흑해지역을 에너지와 관련된 측면뿐만 아니라 또 하나의 신흥시장이라는 거시적 측면에서 바라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이 지역으로 진출하는데 있어서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는 90년대 초 미국이 동유럽으로 진출할 당시의 전략에서 찾아볼 수 있다. 즉 90년대 초 미국은 동유럽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제2의 마샬플랜(Marshall Plan: 동구의 민주화를 위한 원조안, 일명 Brady Plan)을 통해 특히 폴란드와 헝가리에 집중하였다. 우리도 미국처럼 흑해 연안국들 중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몇 나라에 효과적으로 집중할 필요가 있다.
흑해 연안국들 중에서 영향력이 있는 국가로는 우선 BSEC 창설을 제안한 터키를 비롯하여 러시아와 그리스를 언급할 수 있는데 이들 세 나라는 흑해무역개발은행(BSTDB)의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16.5%)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루마니아 불가리아 그리고 우크라이나를 언급할 수 있는데 각각 13.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중해에 위치한 그리스는 흑해에서 다소 떨어져있으며 러시아는 굳이 흑해지역이 아니더라도 한반도 정치상황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되어 있어 항상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나라이다. 따라서 범위를 흑해지역으로 한정해보면 터키와 루마니아 불가리아 그리고 우크라이나가 남는다. 불가리아는 EU에 가입했지만 인구, 국토면적, 국가경제규모 등 전반적인 측면에서 볼 때 루마니아에 비교 열위에 있으며 우크라이나는 아직 EU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이다. 결국 우리나라 입장에서 볼 때 흑해진출의 교두보는 루마니아와 터키인 셈이다.
실제로 최근 미국의 행보를 봐도 루마니아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05년 ‘미-루’ 양국은 구(舊)바르샤바 조약국으로는 처음으로 루마니아에 미군기지 설치에 관한 협약을 체결하였으며, 이를 기초로 해서 현재 약 2000명의 미군이 루마니아에 주둔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11년 5월 4일에는 미국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유럽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을 루마니아에 설치키로 양국이 합의하였다.
앞으로, ‘에너지의 보고’인 동시에 매력적인 ‘블루 오션’으로 간주되고 있는 흑해지역에서 우리기업들의 큰 역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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