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희망전도사’로 더반 홀렸다>
강원도 평창의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 성공에는 ‘피겨여왕’ 김연아(21)의 역할도 컸다.
김연아는 더반에서 마지막으로 펼쳐진 유치경쟁에서 평창이 밝고 의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데 힘을 보탰다.
작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에서 김연아가 선보인 사상 최고의 연기는 아직도 세계인의 뇌리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젊고 건강하면서 열정적이고 우아한 이미지를 지닌 김연아가 세계 톱스타로서의 경외감까지 안겨줘 경쟁도시에는 김연아의 존재 자체가 압력이었다.
결전의 날인 6일 IOC 투표 직전에 열린 프레젠테이션에서도 김연아가 생기발랄한 이미지로 청중에게 던진 메시지는 강한 호소력을 발휘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뮌헨이 ‘피겨의 전설’ 카타리나 비트와 축구스타 프란츠 베켄바워를 전면에 내세웠으나 ‘흘러간 스타’들의 영향력은 예상만큼 크지 않았다.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 주제로 삼은 ‘새로운 지평(New Horizons)’의 논리도 최고의 운동선수인 김연아를 통해 더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었다.
그랑프리 파이널과 세계선수권대회, 4대륙 선수권대회, 올림픽에서 우승해 그랜드슬램을 이룬 ‘피겨여왕’이 새로운 꿈이 있다고 호소하는 것 자체가 신선했다.
강원도 평창을 시작으로 한국,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까지 새로운 영역으로 겨울 스포츠를 전파하는 것이 올림픽 정신에 맞다고 주장할 적임자였던 것이다.
겨울 스포츠의 저개발 지역으로 분류되는 환경에서 동계올림픽의 꽃으로 피어난 김연아는 불모지에 꿈을 주는 희망 전도사로서 평창의 꿈을 이루게 했다.
<토비 도슨 "한국인인 게 자랑스럽다">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강원도 평창의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도운 스키선수 토비 도슨(32·본명 김봉석)은 6일 "한국인이라는 게 이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도슨은 이날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마련한 올림픽 개최지 축하연을 마친 뒤 가슴에 담았던 소감을 털어놓았다.
도슨은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이 개최지 발표식에서 ‘평창’을 외쳤을 때 심장이 너무 뛰어서 다섯 배는 커진 줄 알았다"며 "조국이라는 것을 느끼는 이런 경험은 앞으로 다시는 못 겪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함께 최종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한 팀이 무척이나 자랑스럽다"며 "한국인이라는 것에 긍지를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도슨은 이날 IOC 위원들의 투표 직전에 열린 프레젠테이션에서 평창 대표단 8명 가운데 마지막 발표자로 나섰다.
겨울 스포츠에 몰입하면서 정체성 혼란을 극복하고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는 경험을 소개하고 스포츠를 접할 기회를 저개발 지역에도 주는 것이 올림픽 정신이라는 점을 강조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유치위는 도슨을 프레젠테이션의 히든 카드로 내세웠다.
부산 태생인 도슨은 세 살 때 고아원(당시 이름은 김수철)에 맡겨졌다가 스키강사인 미국인에게 입양되는 굴곡진 삶을 살았다.
미국에서 스키를 익혀 국가대표로까지 성장했고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프리스타일 스키 남자 모굴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나승연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투표 직전에 실시된 평창 프레젠테이션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았던 발표자 중 한 명이 유치위의 나승연(38) 대변인이다.
프레젠테이션의 시작과 끝을 장식한 나 대변인은 유창한 영어와 불어를 구사하며 IOC 위원들에게 올림픽을 향한 평창의 뜨거운 열망을 호소력 있게 전달했다.
그동안 각종 국제행사에서 프레젠테이션을 도맡았던 나 대변인은 이날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가 확정되자 눈물을 흘리며 발표장을 나섰다.
나 대변인은 "자크 로게 위원장이 평창을 발표하는 순간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며 "갑자기 IOC 현지실사 때 간절하게 소망하던 평창 주민들이 떠올라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나 대변인은 지난 4일 프레젠테이션 최종 리허설 때도 눈물을 쏟아 다른 대표단원들이 함께 눈시울을 적시게 만들었다.
"강릉빙상장에서 2018명의 합창단이 ‘아이 해브 어 드림’을 부르던 생각이 났었다"는 나 대변인은 "평창이 이렇게 간절히 바라는데 꼭 돼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지난해 2월 밴쿠버 동계올림픽부터 평창의 입으로 활동한 나 대변인은 "평창이 두 번 실패할 때 없었기 때문에 크게 아픈 기억은 없다"며 "평창이 그렇게 원했던 동계올림픽을 유치했으니 앞으로 더욱 좋은 일만 있으면 좋겠다"고 미소를 지었다.
윤석용 대한장애인체육회장(왼쪽부터), 토비 도슨, 김연아, 나승연 대변인, 이명박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남아공 더반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 프리젠테이션을 마친 뒤 걸어나오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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