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에스토니아와 함께 헝가리는 유럽에 위치하고 있지만 민족의 뿌리가 아시아계통인 나라이다. 헝가리인은 아시아의 우랄산맥 부근에서 유럽으로 이동했고 896년에 현재의 헝가리 지역에 마자르 왕국을 건설했다.
헝가리는 지금까지 14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과학기술강국이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비타민C를 추출한 사람도 헝가리인(1937년 노벨의학상)이고 볼펜, 성냥, 큐브(Rubric’s Cube), 컴퓨터의 기초원리, 레이저 광선을 이용하는 입체사진술(holography), 가스램프, 변압기, 수소폭탄, 헬리콥터 프로펠러의 디자인 및 개발(1928년 시험비행 성공), 아폴로 우주선의 달 탐사선 등도 헝가리인들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되었다.
헝가리는 유럽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수도 부다페스트도 다뉴브강의 중류에 자리 잡고 있다. 한강은 서울의 남북을 가르고 있지만 반면 다뉴브강은 부다페스트를 동서로 가르고 있다. 다뉴브강을 기준으로 서쪽은 언덕과 산으로 이루어진 부다(Buda) 지역이고 동쪽은 평지인 페스트(Pest) 지역인데 이들 두 지역이 합쳐진 이름이 바로 부다페스트(Budapest)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부다페스트는 1872년에 형성된 도시지만 그 유래는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온천수로 유명한 이곳은 기원전 켈트족이 거주했으며 로마제국의 지배하에 들어간 서기 2세기에는 로마 귀족들의 휴양지이기도 했다.
그 후 16세기에는 동로마제국을 무너뜨린 터키제국이 헝가리를 침공해 약 150년간 지배하는데 이때 터키인들은 부다 지역에 터키식 온천을 개발하였다. 이처럼 부다페스트는 시내 곳곳에 무려 100여개의 온천이 있는 유럽 제일의 온천도시이며 스페인의 안달루시아 지방과 더불어 유럽에서 집시음악이 가장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것은 세계에서 규모가 가장 큰 집시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부다페스트에 있다는 사실이다. 100명의 연주가들로 구성되어 있는 이 오케스트라는 악보 없이 연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다뉴브강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광경을 자랑하는 부다페스트는 1987년 도시자체가 아예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부다페스트가 아름다운 도시로 변하게 된 것은 19세기 말 헝가리 정부가 건국 1,000년을 기념하여 시내 곳곳에 로만, 고딕, 네오 클래식, 네오 바로크, 네오 르네상스, 아르누보 등 다양한 양식의 건축물을 세움으로써 이루어졌다. 부다페스트에는 유명한 건축물이 너무 많아 일일이 언급할 수 없지만 그 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유럽 최고의 건축물로 간주되는 네오고딕양식의 국회의사당 건물과 영화 ‘글루미 선데이(Gloomy Sunday)’의 배경이 되었던 아름다운 죽음의 다리 란츠히드(Lánchíd, 1849)이다. 밤마다 화려한 조명을 밝히는 란츠히드는 영화 속의 주인공들이 사랑을 속삭이는 장소인 동시에 죽음의 공간으로 자주 등장하는 곳인데, 이 다리를 건설하기 위해 자신의 1년 수입을 기부한 헝가리의 백작 이름을 따서 시체니(Széchenyi) 다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사실 부다페스트는 세계문화유산이라는 칭호가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중 하나이다. 그래서 부다페스트는 한해 5,000만 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찾는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변모했다.
부다페스트를 여행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다뉴브강 주변의 황홀한 야경이다. 유럽에서는 파리의 센강과 프라하 카렐교 주위의 야경이 유명한데 부다페스트의 야경 역시 유럽문화의 젖줄인 다뉴브강의 여유로움 속에서 그 화려함과 웅장함이 배어난다. 비오는 날 다뉴브강을 오가는 유람선 위에서 감미로운 클래식 음악과 함께 토카이 와인(Tokay Wine: 헝가리 와인)을 마시며 도심의 야경을 바라볼 때면 부다페스트가 다뉴브 강의 진주임을 금방 실감한다.
지난 2010년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Dalai Lama)가 부다페스트의 명예시민이 되었다. 또 미국의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Angelina Jolie)도 부다페스트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하였다. 사실 부다페스트는 우리나라와도 깊은 인연이 있는 도시이다. 애국가를 작곡한 고 안익태 선생이 리스트 음대에서 3년 동안(1938-1941) 헝가리 정부장학생으로 유학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2009년에는 한−헝 수교 20주년을 기념하여 유학시절 안익태 선생이 머물렀던 부다페스트 대학교(ELTE) 기숙사 정원에 선생의 흉상이 건립되었다.
(한국외대 교수/ UC버클리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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