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완동물과 함께 삶의 의미 찾는 사람들
찰리 페트리조는 흔히 ‘쥐들의 경주’(rat race)라 불리는 직장 내 무한경쟁의 ‘승자’ 가운데 한 명이었다. 미국의 대형 은행 와코비아의 중역인 페트리조의 연봉은 주변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다. 특급 회사의 고위간부에게 주어지는 특전 또한 거액의 연봉에 걸맞게 빵빵했다. 세속적인 잣대로 재어보면 그는 분명 출세한 직장인이었다. 금전적 능력과 사회적 지위 모두가 그의 벅찬 성공을 가리키고 있었다. 거기까지 도달하기가 물론 쉽지는 않았다. 지나온 길은 다시 돌아보고 싶지 않을 정도로 험하디 험한 가시밭길이었다. 하지만 그의 앞길은 평탄해 보였다. 그가 서 있는 곳은 ‘고생 끝, 행복 시작’의 교차점이었다. 그의 화려한 ‘성공시대’가 개막된 것이다.
“사회적 출세로는 행복 보장받을 수 없다” 깨달아
서비스견·맹도견 키워 필요한 어린이들에 기증
“돈 많이 벌 때 못느꼈던 인생의 가치·희열 발견”
그런데, 그가 돌연 사표를 내고 ‘안정된 미래’를 반납했다. 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한 다른 직장으로 옮겨가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성공’ 대신 ‘행복’을 찾기 위해서였다.
성공이 제공해 주는 물질적 풍요와 사회적 입신으로 행복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삶의 진로를 바꾼 것이다.
지난 수십년 간 페트리조는 그림자처럼 붙어다니는 통증을 감추기 위해 악착같이 일에 매달렸다.
청소년 시절 그는 두 번의 대형사고를 당했다. 차사고로 신체기능의 일부가 마비됐고 그로부터 몇년 후 감전사고로 온 몸의 70%에 3도 화상을 입었다.
기적적으로 감전사를 모면했으나 두피와 몸통에 남겨진 끔찍한 흉터는 그의 자의식에 평생 지울 수 없는 참혹한 상처를 남겼다.
볼품없이 망가진 몸을 추스르고, 자신이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시기에 그에게 가장 큰 힘과 위로가 되어준 상대는 집에서 키우던 래브라도견 토비였다.
페트리조가 ‘푹신한 미래’를 내던진 것은 상처를 지닌 어린이들에게 자신이 갖고 있는 토비의 기억을 나눠주기 위해서였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왁소의 평화스런 농장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페트리조는 치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어린이들에게 무료로 선사할 강아지 번식과 사육에 전념하고 있다.
그가 세운 비영리단체 ‘프로젝트 2 힐’(Project 2 Heal)은 자폐증과 다운증후군을 앓는 어린이들이나 특별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청소년들에게 훈련된 서비스견을 제공한다.
페트리조는 “인생이란 내가 벌어들이는 돈 이상의 것”이라며 “나는 지금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강아지들에 둘러싸여 있으니 하루하루가 크리스마스 같다는 그는 “즐거움과 보람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생업은 하늘이 내려준 지상의 축복”이라고 말했다.
페트리조처럼 보장된 미래를 마다하고 자신들의 열정을 좇아 애완동물 곁으로 돌아오는 회사 중역들과 변호사들, 기업주들이 늘어나고 있다.
27년차 항공우주공학 엔지니어인 미셸 와플은 3년 전 병들었거나 버려진 고양이들을 전문적으로 돌보기 위해 유타주 캐납에 위치한 ‘베스트 프렌즈 애니멀 소사이어티’로 자리를 옮겼다.
그녀의 연봉은 과거 봉급수준의 10분의1에도 못 미친다. 그러나 미셸은 “심리적 충족감은 봉급삭감을 상쇄하고도 남는다며 “마지막 전직은 내 생애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흡족해 했다.
월스트릿의 잘나가는 변호사였던 샬롯 리드는 융성한 대우를 받던 로펌(법률회사)을 박차고 나와 애완동물 관련 비즈니스를 창업했다. 덕분에 소득 명세서상의 동그라미 몇 개가 지워졌지만 역시 후회는 없다.
그녀가 인생의 항로를 바꾼 계기는 좀 유별나다. 어느 날 평소보다 일찍 귀가한 리드는 애완견 산책을 위해 고용한 남성이 자신의 가운을 걸쳐 입고 거울 앞에서 희희낙락하는 광경을 목격한 후 월스트릿를 떠나 ‘Two Dogs & a Goat’라는 애완동물 산책 전문회사를 설립했다.
단시간에 알아주는 애완동물 전문가로 자리 잡은 리드는 이미 한 권의 책을 펴냈으며 올해 말쯤 애완동물 라이프스타일 잡지도 발간할 예정이다.
그녀는 “돈벌이야 예전에 비할 바가 못 되지만 매일 신명이 나고 너무 즐겁다”고 말했다. 새로운 생업은 그녀에게 노동이 아니라 흥겨운 놀이에 가깝다.
페트리조는 회사에 사표를 던진 후 혈통이 좋은 래브라도 몇 마리를 구입하고 동물훈련과 행동에 관한 교육과정을 이수했다.
페트리조의 가족은 강아지가 태어난 첫 날부터 사회화 교육을 시작한다. 강아지와의 긴밀한 접촉을 통해 이들이 서비스견으로 성공하는데 필요한 경험을 쌓도록 유도한다.
지난해 그의 보살핌 속에서 태어난 강아지는 모두 18마리. 그 가운데 치료나 서비스 사역에 적합하지 않을 듯 보이는 여섯 마리는 ‘유료 분양’했다. 여기서 나온 돈은 서비스견을 무료로 제공하는데 따르는 자금수요를 부분적으로 지원해 준다.
남은 열두 마리 중 제일 심성 좋고 똑똑한 두 마리가 서비스견으로 선발돼 집중적인 ‘특수훈련’을 받았다. 이들은 친구를 필요로 하는 어린이들에게 보내진다.
마지막 열 마리는 맹도견 훈련 프로그램을 시행중인 교도소로 가게 된다. 거기서 시각장애자 지원 훈련을 마친 래브라도견은 전국맹도견단체에 기증된 후 새로운 주인을 만난다.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처럼 큰 행복은 없다”는 페트리조는 “어린이들의 상처를 치유해 줄 강아지를 번식하고 사육하면서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삶의 벅찬 의미와 가치를 발견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전날 잘 훈련된 두 마리의 강아지 가운데 한 마리를 서부지역에 거주하는 어린이에게 공수했다고 밝히고 “이 일을 통해 내가 얻는 보람이 너무 커서 강아지들에게 늘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며 “그런 기분은 돈으로 계량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페트리조는 강아지를 벗으로 맞아들인 서부지역의 다운증후군 환자 어린이가 예전에 그가 토비에게서 받았던 것과 같은 따스한 위안을 얻었으면 한다며 훈훈한 미소를 머금었다.
대기업 중역에서 개사육인으로 변신한 그는 분명 편안하고 행복해 보였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