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공격을 위한 최종 베이스캠프인 ‘캠프 5’로 이동하기 직전 캠프 4에서 성공 등정을 다짐하고 있는 뉴욕산악회 이종관(왼쪽부터) 등반대장, 백승준 대원, 문종팔 원정대장, 백성현 대원. <사진제공=뉴욕산악회>
뉴욕산악회 맥킨리 원정대(대장 문종팔)가 지난 8일 북미주 최고봉인 맥킨리(6,194미터) 정상에 올라 미주 한인산악인의 위상을 드높였다. 1988년 한국일보 후원으로 미주 한인사회 최초로 맥킨리에 정상에 올랐던 뉴욕산악회는 23년 만에 다시 맥킨리 정상에 올라 명실상부 미주한인사회 대표 산악회의 명성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지난 8일 북미주 최고봉 맥킨리 정상(6,194미터)에 오른<본보 6월13일자 A1면> 뉴욕산악회(회장 임석진) 맥킨리 원정대(대장 문종팔)가 역대 가장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는 ‘다닐리 패스’ 구간을 지나고 있다. 뉴욕산악회 이종관 등반대장과 백성현 대원은 이날 오후 7시30분 맥킨리 정상에 올라 뉴욕산악회기와 한국일보기를 휘날리며 미주한인산악인의 기상을 높였다. <사진제공=뉴욕산악회>
뉴욕산악회(회장 임석진) ‘2011 맥킨리 원정대’는 문종팔 원정대장과 이종관 등반대장, 백성현, 백승준 대원 등 4명으로 지난 13일 커네티컷 브래들리 공항에 건강한 모습으로 무사 귀환한 이들을 통해 성공 등정의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뉴욕산악회의 맥킨리 등정은 23년 만의 재도전이었지만 맥킨리와 같은 고산등정 경험이 풍부한 문종팔, 이종관 대장과 체력과 실력을 갖춘 신예 백성현, 백승준 대원이 팀을 이뤄 정상등극의 기대와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컸다.
원정대는 이미 지난해 9월부터 뉴햄프셔 와이트 마운틴과 마시 마운틴 등지에서 맥킨리 등정을 위한 체력과 기술훈련을 쌓아왔다. 특히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리고 추웠던 지난 겨울 스키산행과 빙벽등반 훈련을 통해 맥킨리 빙하구간을 지나는데 필요한 기술도 익혔다.
1년여의 준비 끝에 마침내 올해 5월20일 원정길에 오른 원정대는 20일 만인 6월8일 정상등극의 낭보를 전해왔다. 뉴욕산악회 원정대가 맥킨리를 오르는 동안에만 다른 나라에서 온 원정대 1명이 심장마비로 사망했고 2명은 빙하 크레바스에 빠져 실종됐으며 4명은 큰 부상을 입고 헬리콥터로 이송됐다. 북극에서 불과 200여 마일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섭씨 영하 30도 대의 혹한과 갑작스런 강풍으로 수많은 희생자를 내고 있는 맥킨리는 뉴욕원정대에게도 쉽게 정상 도전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
문종팔, 이종관 대장의 오랜 등반 경험이 빛을 발한 것은 정상도전을 위한 베이스캠프인 ‘캠프 4’에서부터 시작됐다. 맥킨리에서 악명 높은 ‘윈디 코너(WC)’ 구간에서 강풍을 만나 입술과 볼 살이 터져 나가는 등 오도 가도 못하는 위기상황에 빠졌을 때 바람의 방향이 바뀔 때를 기다려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은 바로 이들 노장. 거짓말 같이 고립 30여분 만에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서 원정대는 첫 번째 위기를 잘 극복해 낼 수 있었다.
또한 정상도전 하루 전인 7일 ‘캠프 5’에 모여 있던 30~40여명의 다국적 원정대가 일제히 정상도전에 나섰지만 뉴욕산악회 원정대는 이날 도전에 나서지 않았다. 너무 많은 사람이 함께 움직이면 사고 발생률이 높다는 경험에 따른 결정이었다. 아니라 다를까 이날 정상도전에 나섰던 일본 메이지대학 산악부 3명이 탈진해 헬리콥터에 실려 내려가는 등 대부분이 정상도전에 실패했다.
WC에서 강풍을 맞고 탈진한 문종팔 대장과 감기증상이 심해진 백승준 대원은 ‘캠프 4’에서 무전 등을 통해 이종관 대장과 백성현 대원의 정상도전을 측면 지원했다. 8일 정상부근에 바람이 부는 등 날씨가 최상의 컨디션을 아니었지만 뉴욕산악회 원정대 이종관 대장과 백성현 대원은 이날 오전 ‘캠프 5’를 출발, 정상도전에 나섰다. 맥킨리 등반도중 올해 사망한 총 8명 가운데 4명이 실족사한 ‘다날리 패스’구간에서 한두 차례 위험한 상황도 있었지만 불굴의 의지로 9시간의 사투 끝에 맥킨리 정상에 올랐다. 이날 맥킨지 정상에 오른 산악인은 일본인 1명과 미국인 4명, 캐나다인 2명 등 총 9명이었다.
뉴욕산악회 원정대가 정상에 오른 시간은 8일 오후 7시30분이었지만 백야로 대낮 같이 환했다. 원정 대원들은 모두 강풍과 혹한으로 검게 그을린 얼굴을 훈장으로 받았지만 성공 등정의 영예를 안고 지난 13일 커네티컷 브래들리 공항에 건강한 모습으로 무사귀환 했다. <정리=이진수 기자>
뉴욕산악회 2011 맥킨리 원정대 등정일기
5월18~19일 문종팔 전 회장 자택서 마지막 점검 위한 합숙(장비 및 부식점검)
20일 오전 커네티컷 브래들리 공항에서 앵커리지로 출발
21일 앵커리지 동양 식품점에서 한식(김치, 쌀, 삼겹살 등) 구입
22일 탈키트나로 이동
23일 탈키트나 국립공원 레인지에 맥킨리 입산 신고 및 고 고상돈 대원과 이일교
대원 묘지에 참배
24일 5인승 경비행기로 맥킨리 카틸트나 빙하 활주로에 착륙
25일 빙하 활주로에서 1박한 후 캠프 1로 이동
26일 캠프 1에서 캠프 2로 짐 운반 후 캠프 1로 다시 내려와 1박(고소증 극복위한
산행법)
27일 캠프 1에서 캠프 2로 등정
28일 캠프 2에서 캠프 3로 짐 운반 후 캠프 2로 다시 내려와 1박
29일 캠프 2에서 캠프 3 등정
30일 캠프 3에서 WC(악명 높은 강풍지역)으로 짐 운반 후 캠프 3로 다시 내려와 1
박
31일 캠프 3에서 캠프4(정상 공격위한 첫 번째 베이스캠프)로 등정
6월 1일 WC에 있는 짐 캠프 4로 운반
2~4일 고소적응 및 정상 공격위한 최종 점검
5일 정상공격을 위한 최종 베이스캠프인 캠프 5로 짐 운반 후 캠프 4로 다시 내려
와 1박
6일 악천후 속 캠프 4에서 캠프 5로 최종 이동
7일 정상공격 준비
8일 오전 10시30분 정상으로 출발
9시간만인 오후 7:30분 이종관 등반대장, 백성현 대원 맥킨리 정상 등극.
무사귀환 후 캠프 5에서 1박
9일 캠프 4에서 문종팔, 백승준 대원과 합류
10일 오후 9시 하산시작(야간 하산)
11일 오전 11시 카틸트나 빙하 활주로 도착
13일 커네티컷 브래들리 공항 무사귀환
■ 첫 맥킨리 등정 성공 백성현 대원
“성공 등정의 기쁨을 모든 산악인들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생애 처음으로 맥킨리 등정에 나서 정상까지 오른 백성현 대원은 “선배 산악인들의 경험이 없었다면 결코 정상에 오를 수 없었을 것”이라며 정상도전을 이끈 이종관 등반대장과 문종팔 원정대장에게 감사를 전했다. 직장까지 그만두고 이번 맥킨리 등정에 나선 백 대원은 자녀들이 “아빠 최고”라고 말했을 때
더없이 큰 보람과 함께 성공등정을 실감할 수 있었다며 계속 도전하는 산악인이 될 것을 다짐했다.
백 대원은 “캠프 5에서 정상까지 마지막 9시간은 살면서 가장 힘든 시간 이었다”며 “이번 정상등극을 통해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덧붙였다. 백 대원은 "문종팔 대장이 자신의 ‘삼중방한화’를 빌려줘 그 신발을 신고 정상에 오른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문 대장의 따뜻한 배려에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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