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청률에 눈먼 TV 방송들 돈 주고 인터뷰
요즘 헤드라인 뉴스의 주인공들이 TV 인터뷰 요청을 받으면 먼저 묻는 게 있다: “돈을 얼마나 줄 건데요?” 물론 모두는 아니지만 TV 방송국들이 돈을 주고 인터뷰하는 케이스가 점점 늘고 있다. 아침 시간대 시청률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ABC와 NBC가 뉴스의 주인공들을 독점 인터뷰 하기 위해 엄청난 액수 지불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ABC, NBC 등 아침 프로그램 경쟁이 치열한 방송사들이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인터뷰 대가로 돈을 지불, 보도 윤리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보도윤리에 어긋난다’비판 이어져도
ABC·NBC 아침프로 경쟁에 거액 지불
지난주 ABC 뉴스가 내보낸 미간 브루사드 독점 인터뷰가 대표적이다. 그는 외설적 사진으로 말썽이 난 앤서니 위너 의원으로부터 사진을 받은 여성들 중의 한명. 미간은 ABC로부터 1만5,000달러를 받고 문제의 사진들을 내줬다. ABC의 설명은 인터뷰를 포함, 그렇게 대대적으로 보도한 때문에 위너 의원이 그의 부끄러운 행적을 시인했다는 것이다.
지난주 ABC는 또 다이앤 소여가 제이시 리 두가드를 처음으로 인터뷰하게 되었다고 발표했다. 두가드는 18년 동안 납치된 채 생활했던 캘리포니아 여성. ABC는 그 인터뷰를 위해 한 푼도 돈을 지불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ABC 뉴스에서 오래 일한 한 간부에 의하면 지난해 ABC는 두가드에 관한 TV영화 제작 권리를 얻기 위해 6자리 숫자의 거액을 지불했다.
ABC가 보도를 위해 주는 특전은 수표만이 아니다. 아들의 양육권을 두고 싸움을 벌였던 데이빗 골드만이 지난해 브라질에서 미국으로 아들을 데려올 때 NBC는 개인 제트기를 제공했고, NBC 모기업이 부분적으로 소유한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숙박을 제공했다. 골드만이 인터뷰 하겠다고 선택한 방송은 물론 NBC 였고, 방송국의 지원에 감사한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보다 최근 일로는 임신했다고 거짓말한 워싱턴 주의 여고생이 지난 5월 설득에 못 이겨 NBC에 출연했던 일이 있다. 학생이 인터뷰에 응한 데는 NBC가 장차 그의 학자금 용도로 트러스트 펀드에 돈을 넣어준 것이 한 이유가 되었다.
이에 대한 방송국 측의 설명은 사진과 비디오 사용을 허락받는 라이선스 비용이지 인터뷰에 대한 대가는 아니라고 말한다. 워싱턴 주 여고생 케이스의 경우
“그 여학생이 반 학생들에게 거짓이었다고 고백하는 그 순간의 비디오가 보도에 꼭 필요했다”며 그를 인터뷰한 ‘투데이’의 총괄 프로듀서 짐 벨은 “금액이 적정했다”고 덧붙였다.
경쟁사인 ABC의 아침 프로그램 ‘굿모닝 아메리카’의 총괄 프로듀서 제임스 골드스톤 역시 인터뷰 대상자에게 지불하는 돈이 상대적으로 작은 액수이며 라이선스 비를 지불하는 보도는 “우리 하는 일 중에서 극히 작은 부분일 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전현직 TV 방송국 직원이나 간부들은 라이선스 운운이 그럴싸한 겉치레일 뿐이라며 아무리 좋게 본다 해도 윤리적으로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보도윤리 단체인 포인터 인스티튜트는 지난 주 이런 지불 관행이 저널리즘을 부패시켰다고 말했다. 방송국들이 이런 잘못된 추세를 바꾸려면 뉴스 내용과 무관한 제3자들에게만 라이선스 비를 지불하기로 합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장에서 사건을 우연히 녹화하게 된 목격자 같은 사람들이다.
인터뷰를 위해 돈을 지불하는 관행은 영국에서는 흔하다. 미국에서는 Us 위클리 같은 잡지가 유명인들의 결혼이나 아기 사진들에 돈을 지불하면서 종종 인터뷰를 함께 허락 받는다. 그리고 ‘TMZ’나 ‘인사이더’ 같은 타블로이드 쇼들이 기사 내용과 인터뷰를 얻는 대가로 돈을 지불한다. 그러나 이들은 보통 정통 저널리즘의 기준을 고수하지 않는다. 반면 방송국 보도국에는 돈을 주고 인터뷰하는 것에 반대하는 윤리 규정들이 있다.
그래서 TV 방송국들은 사진, 비디오 때로는 특별 이벤트에 돈을 지불하고 인터뷰를 얻곤 한다. 예를 들면 지난 2007년 NBC의 엔터테인먼트 부서는 ‘다이애나 추모 콘서트’ 방영권을 250만달러에 매입하고 이에 편승해 보도국은 윌리엄 왕자와 해리 왕자를 단독 인터뷰할 기회를 얻었다.
아침 프로그램에서 CBS는 심각한 경쟁상대가 못된다. 1위인 NBC의 ‘투데이’와 2위인 ABC의 ‘굿모닝 아메리카’의 프로듀서들이 독점 인터뷰를 따내기 위해 출혈경쟁을 벌이곤 한다.
이런 과당 경쟁에 휘말리게 된지가 여러 해 되었다고 모닝 쇼의 한 관계자는 말한다. 최근 NBC의 경영진이 대폭 바뀌고 ABC의 보도국 수장이 바뀌고 프로듀서들이 바뀌면서 경쟁은 더 격화되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독점 인터뷰가 확정되면 방송국 측은 이를 널리 이용할 수가 있다. 한 예로 3년 전 케이시 앤소니의 딸, 케일리가 실종되었을 때 ABC는 케일리의 비디오를 얻는 대가로 20만달러를 지불했다. 비디오는 ‘굿모닝 아메리카’ ‘월드 뉴스’ ‘나잇라인’ 그리고 프라임타임 뉴스매거진인 ‘20/20’에 보도되었다. 그런데 이제 앤소니는 딸 케일리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되고 ABC가 지불한 라이선스 비는 그의 변호기금으로 쓰이게 되었다.
NBC 역시 골드만 케이스를 황금 시간대에 보도했다. 그가 아들과 브라질을 떠날 때 제공했던 개인 비행기에 대해 ‘투데이’의 총괄 프로듀서 짐 벨은 “그들을 거기서 빼내온 것 뿐”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당시 NBC 직원들 역시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보도를 위해 NBC가 라이선스 비를 지불한 케이스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 금액은 수천달러 범위라면서 인터뷰 하나 얻겠다고 6자리 숫자의 돈을 지불하는 넌센스는 없다고 벨은 말한다. 지불 금액과 관련, ‘투데이’와 ‘굿모닝 아메리카’는 생각이 다르다는 것이다.
아침 프로그램에 관한한 NBC의 ‘투데이’가 철통같이 시청률을 지키고 있는 것 같다. 이에 대해 ABC는 오랜 기간 좌절감을 느껴왔다. “그래서 ABC가 그렇게 많은 돈을 쓰는 것”이라고 ABC 뉴스의 한 간부는 말한다.
이렇게 돈을 지불한 것이 보도국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경우도 없지 않다. 지난달, ‘굿모닝 아메리카’는 8살짜리 딸을 어린이 미인대회에 내보내기 위해 얼굴에 보톡스 주사를 놓았다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보도했다. ABC 측은 인터뷰를 주선한 중개자들에게 1만달러를 지불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 여성은 후에 그 내용이 날조였다고 밝혔다. ABC 측은 돈이 전달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앤소니 위너 의원으로부터 외설적 사진을 받았다는 미간 브루사드. 그를 독점 인터뷰한 ABC 뉴스는 그에게서 사진을 얻는 대가로 1만5,000달러를 지불했다.
<뉴욕타임스 - 본사특약>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