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에 가서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대기실에 가지런히 정돈된 잡지 중에 컨수머 리포츠 (Consumer Reports) 6월호가 눈에 띄었다. 각종 유형의 범죄로부터 자신의 신상과 재산을 보호해야할 사항들을 특집으로 편집한 이 잡지의 표지가 빨간색이어서 유난히 관심이 더 갔다. “네 보물이 있는 그 곳에는 네 마음도 있느니라 (성경 마태복음 6:21)”는 말씀처럼, 별로 가진 것은 없어도 마음이 있는 곳을 지키고 싶은 본능에 그 잡지를 뒤적이는데 차례가 되었다. 그날 저녁, 서점에 들러서 바로 그 잡지를 구입했다. 지난 밸런타인데이 때 앞집의 절도 사건을 목격한 후로, 사실 평온하기만 했던 우리 동네가 이 도둑들이 기승을 부리는 바람에 인상을 구겼다. 동네 집값 떨어질 것을 우려해서인지 모두 쉬쉬하는 것 같다. 도둑은 한집을 터는데 성공하면 그 동네를 한집씩 계속 털어간다.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동네를 다녀보면 알람의 설치를 알리는 싸인이 점점 더 많이 눈에 띈다.
요즘은 셀폰 시대라 도주 차량도 한 블록 떨어져서 기다리고 있다가 연락 받으면 즉시 가서 훔친 물건들을 싣고 사라진다. 게다가 아시안들은 집에다 현찰과 패물을 둔다는 이야기가 퍼져있어 어느 집이 아시안들의 집인지 계속 정찰을 다니는 것 같다. 한번은 대형 알람 회사에 전화해서 최근 우리 동네에 알람이 설치된 집들이 늘어났는지 물어봤지만, 이들은 영업상의 비밀이라 말하기를 꺼려했다. 틀림없이 그들은 통계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실업률이 장기간 높은데다 예산 부족으로 경찰까지 감원시키는 형편이니 나의 재물을 차에다 싣고 다녀야하나? 그것도 어려운 것은 어느 날 어둡도록 일하던 직장 동료들이 밖으로 나와 보니 주차된 차들의 한쪽 차창 유리를 깨고 돈 되는 것은 다 들고 간 사건이 발생했었다. 직장 가지 말고 재물을 안고 있어야하나? 그러다 나 자신이 사흘 굶어 도둑이 될 것 같다.
그 잡지는 경찰 및 전직 실물 도둑과 인터넷을 통한 도둑들이 말하는 허술한 방비 태세를 알려주고 있다. 첫째가 문단속이다. 집으로 들어오는 도둑 중 절반 이상이 열린 문으로 쉽게 들어온다는 것이다. 바쁜 등교, 출근길에 문 잠그는 일을 잊어버리거나, 알람이 있어도 켜두는 일을 잊어버리는 일이 허다하다는 것이다. 둘째가 휴가 간다고 인터넷과 동네방네 알리는 일이다. 남들이 가지 못하는 곳으로 가는 일이 얼마나 자랑스러우랴마는, 갔다 와서 자랑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셋째가 차고 문을 열어두고 깜빡 잊어버리는 일이고, 총이 최선의 대비책이라면 적절한 훈련 없이는 더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집이나 차 열쇠를 밖에 감춰두는 일이 그다음이고, 집 주위에 나무를 많이 심어서 도둑이 남몰래 쉽게 유리창을 뜯어내게 하는 일과 귀중품을 쉬 눈에 띄게 집안에 두는 일이다. 앞집의 할머니는 뒷마당 유리창에 커튼을 전혀 달지 않고 사시는 바람에 도둑들이 정찰을 해서 미리 훔쳐갈 물건들을 점찍어 두었었다.
인터넷을 통한 전자 도둑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매년 자신의 크레딧 보고서를 검토하기를 권하고 있다. 불필요한 카드는 취소하고, 소지하고 있는 카드에 대해서는 분실의 경우 어디에 연락해야하는지 전화번호를 알아둘 필요가 있는데, 크레딧 보고서에 다 기록되어있다. 전화나 인터넷 상에서 사칭하는 경우가 많은데, 꼭 자신이 먼저 시작한 일이 아니면 제목에 그럴듯하거나 유혹적인 말이 있으면 그냥 답하지 않고 지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메일 제목에 바겐같이 들리는 말도 모르는 사람이나 아는 사람과 유사한 이름의 사람이 보낸 것이면 열지 말고 지우는 것이 최선이다. 도둑들은 한번 답이 오면 어떻게든 속이려고 온갖 잡동사니 이메일을 다 보낸다. 그러니 인터넷을 조금 배웠다고 이리저리 클릭하다 큰 코 다치는 경우가 많다. 비밀 번호나 암호는 자주 바꾸는 게 좋고, 고급차 도난 방지를 위해서 길에 세울 때에는 일열 주차하는 법을 확실히 배울 것과 귀중품을 차에 절대 두지 않도록 권고한다.
지난달에는 세 주간을 출타해야 했었는데, 이웃에게 열쇠를 밀봉해서 맡기고, 만약 누가 유리창이라도 깨고 들어오면 열쇠를 꺼내 들어가서 유리 전문인에게 창을 갈아주도록 부탁했었다. 아무런 일이 없으면 봉투 그대로 돌려주면 서로 의심할 일이 없기 때문이었다. 돌아오니, 두 집 아래 이웃이 털렸다. 아직도 그 녀석들이 동네를 휩쓸고 다니는 것이다. 부촌에 사는 지인은 자신의 동네를 트럭으로 휩쓰는 도둑들이 있다고 했다. 이제 여름 방학이 시작되었다. 십대들이 여름 직장 잡기도 힘들어졌다고 한다. 할일 없는 십대가 무료한 나머지 남의 물건을 훔치려는 유혹에 안 빠지게 하기 위해서라도 문단속을 철저히 하고, 동네 이웃들과 유대를 공고히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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