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정치인의 성(性) 스캔들에 대해서는 언론이나 유권자 모두 비교적 관대했다.
대통령 재임중 본부인과 사실상 별거 상태였던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오랜 기간 혼외관계를 맺어온 여성이 그의 임종을 지킬 정도였지만 사후는 물론 재임중에도 별 탈이 없었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는 여비서와의 스캔들이 공공연한 비밀이었고, 존 F. 케네디의 여성편력은 워낙 유명하지만 이런 사건이 그들의 정치생명을 위협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70년대들어 리처드 닉슨의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정치인의 신뢰가 근본에서부터 뒤흔들리면서 대통령은 물론 정치인 모두에 대한 도덕적 기준이 엄격하게 강화됐고 그에 따라 성 스캔들에 연루된 정치인은 대부분 추풍낙옆처럼 나가떨어졌다.
특히 빌 클린턴이 르윈스키 스캔들로 인한 탄핵위기를 능란한 말재주로 모면한 이후 성추문에 연루된 정치인을 향한 미국 유권자들의 시선은 한층 더 싸늘해졌다.
이런 분위기 탓에 2000년대 들어 성추문에 연루된 정치인들의 경우 거의 예외없이 정치생명에 종말을 고했다.
8일 워싱턴포스트는 2000년 이후 섹스 스캔들에 연루된 정치인들 가운데 극히 일부만 제외하고 대부분이 정치무대를 떠나야 했다고 보도했다.
2001년 여대생 인턴 챈드라 레비의 실종 사건 후 그녀와의 염문 사실이 드러난 민주당의 게리 콘디트 하원의원은 이듬해 당내 경선에서 패배, 정계를 떠났다.
2004년 일리노이주에서 공화당 상원의원 경선에 나섰던 잭 라이언은 그의 아내가 제출한 이혼서류의 내용이 공개되면서 의회 진출의 꿈을 접어야 했다. 그의 아내는 라이언이 자신을 괴상한 클럽에 데리고가 남들이 보는 앞에서 섹스할 것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같은해 제임스 맥그리비 뉴저지 주지사는 남성 파트너와의 혼외정사 사실이 들통나 주지사직에서 사임해야 했으며, 2006년 공화당의 마크 폴리 하원의원은 의회에서 일하는 10대 남자사환에게 음란한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드러나 의정생활을 접어야 했다.
2007년 공화당의 래리 크레이그 상원의원은 공항 화장실에서 옆칸의 남자에게 추파를 던지다 발각돼 정계를 떠났으며, 2008년 엘리엇 스피처 뉴욕주지사는 고급 콜걸에게 하룻밤에 수천달러를 지불하며 성매매를 한 사실이 드러나 사임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의 마크 샌퍼드 주지사는 2009년 업무에서 손을 떼고 아르헨티나의 정부(情婦)를 만나기 위해 한주일 동안 잠적, 신문 가십난을 화려하게 장식했으나, 이번 임기를 끝으로 지사직에서는 물러나야 하는 형편이다.
지난해 민주당의 에릭 마사 하원의원은 남자 직원을 성희롱한 사실 때문에 사임했으며 공화당의 마크 사우더 하원의원은 직원과의 염문 사실이 폭로된 직후 의원직을 사퇴했다.
올해들어서는 공화당의 크리스토퍼 리 하원의원이 온라인 광고사이트인 `크레이그리스트’에 남자친구를 구하는 광고를 낸 30대 여성에게 신분을 속인 채 상의를 벗은 사진을 보낸 것이 드러나 의원직을 사퇴했다.
공화당의 존 엔자인 상원의원은 몇년전 자신의 선거참모였던 여성과의 혼외정사 사실 때문에 사임했으며 현재 상원 윤리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
민주당 부통령후보를 지낸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은 자신을 헌신적으로 내조해온 아내가 유방암으로 투병중일 때 자신을 취재하던 여기자와 혼외정사로 아이까지 낳은 사실이 들통나 정치인생을 마감해야 했다.
성추문에도 불구하고 정치생명을 이어간 유일한 사례를 꼽으라면 공화당의 데이비드 비터 상원의원을 들 수 있다.
2007년 비터 의원은 워싱턴 D.C.의 고급 매춘조직의 주요 고객이었던 사실이 드러나자 "몇년전 신과 아내에게 사실을 털어놓고 용서를 구했다"면서 잘못을 시인했다. 그는 지난해 재선에 도전해 성공, 의정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 6명의 여성에게 트위트를 통해 외설스런 사진을 보내 파문을 일으킨 민주당의 엔서니 위너 하원의원은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면서도 의원직에서는 물러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유사한 스캔들을 일으킨 선배 정치인들의 사례를 살펴볼 때 그 역시 정치인생에 종지부를 찍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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