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인 오월도 세월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어버이 날이라고 자식들로부터 대접받은 부모들은 앞으로 일 년을 더 버텨야 또 한 번의 대접을 받을 수 있다. 세대가 바뀜에 따라 자식들이 점점 더 이기적으로 바뀌는 것 같다. 손자라도 봐주면 좋아하고, 그렇지 못하면 친구 부모는 손자들 다 봐주는데 하며 빈정거리기라도 한다. 손자를 안고 있는 일에 허리가 휘겠는데, 또 어떤 부모들은 며느리 저녁상까지 차려야 하니 젊은 자식들 눈치안보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딸이 셋있는 집은 금메달 부모라 한다. 딸들이 노후 관리를 잘해줄 것이기 때문이란다. 딸 둘인 집안은 은메달 부모이고, 딸 하나인 집은 동메달 부모라고 한다. 그런데 아들 셋만 둔 집안은 목메달 부모라 한다. 아들들은 장가들면 처가 식구들에게 세뇌를 당하는지 자신의 부모는 뒷전이다. 우리 집 아들만 해도 무슨 결혼 날짜를 아버지 생일 다음날로 정하고서는 생일이 되면 자신들의 결혼기념일이라며 어디론가 사라져서는 전화를 걸어와 며느리와 교대로 “해피 버스데이 대디!”가 고작이다.
어느 집 막내딸은 연로하신 부모님 모시고 크루즈라도 가야 하겠는데, 돈푼이라도 좀 아껴보겠다고 가족들 다 떼어놓고 부모님만 모시고 떠났다. 그래서 부모님과 세 사람이 한방을 차지했다. 딸은 이층 침대로 올라가고, 부모님은 아래쪽 침대에서 주무셨다. 하지만, 무슨 감시원을 대동한 것 같아 노부부간의 대화도 제대로 나눌 수가 없다. 출가한 딸 앞에서 부모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나누기가 어려워진다. 그 아버님의 연세가 85세란다. 건강은 하시지만 관광이라는 중노동을 하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다. 딸은 거기에 더해서 배가 항구에 도착하면, 준비한 타퍼웨어에 (Tupperware) 각종 크루즈 배 음식을 싸서 관광버스를 안타고 부모님 시내 구경을 직접 모시고 다녔다. 하루 관광비가 일인당 200불 정도하니 이해도 할만하다. 세 사람은 박물관을 간다. 긴 줄에 서있기도 피곤해서 나무그늘 아래에서 싸온 도시락부터 풀기 시작한다. 매일 똑같은 크루즈 배 음식을 바깥에서도 잡숫는 것이다. 벌써 지쳐서 구경이고 뭐고 기다릴 테니 딸 혼자 들어가 보고 오란다. 이게 효도 관광인가? 아니면 고난의 행군인가?
그렇다고, 부모님만 단체 관광에 합류시켜 보내드리면, 그 단체 속에서 동작이 느려 눈칫밥만 잡숫다 오신다. 관광 가이드가 기념품 상점에 풀어두면 이 관광객들이 물건을 사야 자신들의 커미션이라도 생길 텐데, 이 노친네들의 호주머니가 그렇게 두둑하지 않은 것 같으니 찬밥 취급이다. 한번은 마누라와 함께 한인이 운영하는 뉴욕 관광에 합류했었다. 관광 사업이라고 하지만 영세 산업인 것 같았다. 가이드와 운전사의 팁은 왜 그리 정확하게 받아 가는지… 다 끝난 마지막 날, 호텔에서 운전사와 가이드에게 백 불씩 따로 줬다. 그들도 먹고 살아야하겠지만, 회사도 그렇게 통 큰 회사 같지 않았다.. 이제 한국인이 운영하는 관광은 양보다 질을 높여야할 때이다. 한국에 사는 사람들이 돈은 더 많으면서 돈을 쓸 줄을 모른다. 돈 많은 사람이 싸구려 서비스를 추구하니 세계를 돌아다니며 구입한 건강 식품들은 산적해있어도 무엇을 보고 무엇을 배웠는지는 깡통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현지인들을 접촉해볼 기회가 전혀 없이 가이드의 깃발만 보고 따라 다닌 덕분이다.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부모님 살아 계실 때, 그것도 건강하시고 기억력 좋으실 때 효도하라는 것이다. 자식이 보내준 관광이 정말 오래도록 기억될 수 있는 시기를 잘 포착해야한다. 인생을 살아보니 효도를 위한 그 관광비는 있어도 살 수 있고, 없어도 살 수 있는 금액이다. 아까워서 못한다면, 평생 그 금액이 아까워 자신을 옭아맨다. 부모님 떠나시면, 무엇이라 후회하고 변명한들 소용이 없다. 그러므로 부모님 정정하실 때에 효도하길 바란다. 누가 아는가? 혹시 부모님이 감춰둔 큰 유산을 물려주실지?
연로하신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은 열심히 운동하고 식사도 거르지 말고 건강관리를 잘 하셔야한다는 것이다. 몸이 말을 안 들으면, 자식들에게 짐 밖에 안 된다. 건강관리에서 특히 다리를 튼튼하게 해야 한다. 팔은 아파도 걸어 다닐 수 있지만, 다리가 아프면 다닐 수가 없다. 그러므로 이 글을 읽는 순간부터 매일 한 시간씩은 동네라도 걸어 다니시라는 말씀을 드린다. 또 한 가지는 자식들은 자신의 소유물이 아니기 때문에 풀어 줘야 한다. 부모님 병간호로 혼기를 놓친 많은 사람들이 부모님 떠나신 후, 자신들이 그 부모님의 나이에 이르도록 독신으로 살고 있다. 내년의 효도 관광을 기대하신다면, 매일 운동하는 습관을 길러야한다. 관광도 강인한 체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