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은 인터넷으로 엮여져있다. 그래서 온갖 외국어가 국적을 잃고 떠돌아다닌다. 한 나라에서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외래어를 쓰게 되면, 그 나라 말로 정착을 한다. 근래에 한국에서는 “쿨하다 (cool)”는 말이 자연스럽게 통용되고 있다. 드라마도, 광고도, 거리에서 만나는 낯선 이들의 옷차림새에서도 ‘쿨’은 최고의 찬사다. 자세히 살펴보면, 한국어에는 형용사가 상당히 발달되어있고, 영어에는 동사가 상당히 발달되어있다. 그래서 백의의 민족은 정적인 것에 심취되어있고, 서양인들은 동적인 것에 상당히 신경을 쓴다.
옷차림도 청바지나 비키니에서 보듯이 서양인들은 활동에 편안한 옷을 개발해온 반면, 한민족은 양반 차림으로 정적인 면에 치중해 옷을 디자인해왔다. 옛 조상들이 어떻게 핫바지를 입고 농사를 짓고, 무술을 익혔는지 신기하다. 한복에 호주머니가 없으니 소맷자락이 클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만든 등산복은 맵시가 있지만 실용적이질 못하다. 그 한 예로, 호주머니가 미국의 등산복에 비해 너무 얕다.
최근 국내 보도에 의하면, 이 식당을 찾은 손님에게 “한복을 입었으니 입장할 수 없다”는 이유를 대며 문전박대했다고 한다. 영화 ‘스캔들-조선 남녀상열지사’와 ‘쌍화점’ 등에서 화려한 한복을 선보였던 한복 디자이너 이혜순씨의 지인 등에 따르면, 이 씨는 저녁 약속 장소인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의 뷔페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한복 보급을 위해 20년째 한복을 입는 그는, 이날도 한복 차림이었다. 이 씨가 레스토랑 입구의 카운터에서 예약자 이름을 댔을 때, 그는 ‘이상한 분위기’를 느꼈다고 했다. 종업원들이 자리를 안내해주는 대신 뭔가를 주저하고 있었던 것. 잠시 뒤 이 씨의 앞으로 다가온 한 종업원은 이렇게 말했다. “죄송합니다만, 저희 레스토랑에는 한복을 입고는 입장하실 수 없습니다.” 이 씨 측은 “황당한 마음에 이유를 물었더니 ‘한복은 위험한 옷이기 때문에 출입할 수가 없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씨가 “다른 곳을 다 다녀봤어도, 한복이 ‘위험’해서 들여보내 주지 않은 곳이 없었다”고 항의했지만, 호텔 측은 “그래도 어쩔 수 없는 호텔의 규칙”이라면서 출입을 막았다는 것이다.
이 보도를 통해 몇 가지 느낀 점을 쓴다.
첫째, 신라 호텔이라면, 이름만 신라가 아니라 신라 시대의 전통도 선보여야 참 신라 호텔이 될 것이다. 한국인의 얼이 담긴 그 무엇이 보여야 할텐데 한복까지 거부하는 사태는 호텔 이름을 바꿔야할 것 같다. 신라 화랑들의 의상을 보면, 뷔페 음식 먹을 의상이 아니다. 한복 없이 한식의 세계화를 어떻게 소개하려는지 궁금하다. 우리 조상들도 한복입고 한식을 잘 만들었다. 조선 시대 서예가인 한석봉의 모친도 한복입고 어두운 데서 떡을 썰었어도 한복 하나 상하지 않았다. 또, 이혜순씨가 아닌 무명인이 한복을 입었다면 뉴스에라도 났을까? 세상은 옷차림에서부터 너무 불공평하다.
둘째, 호텔이라는 영어 단어와 뷔페라는 프랑스어 단어가 풍기는 의미이다. 여인숙이나 여관이라면 하류 숙박 시설이고, 호텔 정도는 되어야 있는 자들이 목에 힘줄 정도라면 외래어에 한국인의 자긍심은 땅에 떨어졌다. 또 뷔페도 ‘호텔 레스토랑’ 정도에서 먹는 ‘뷔페’가 되어야한다는 외래 과시 문화에 푹 빠져있다. 옛날에는 무엇이든 미제가 좋다고 했었지만, 요즘은 미국의 제조 산업이 물 건너가서 중국제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으니 강국일수록, 자국어가 해외에 널리 퍼진다는 사실을 깨달아야한다.
셋째, 시대에 뒤떨어진 사고방식은 과감히 탈피해야 세계무대에 설 수 있다. 요즘 추세로는, 하루 숙박에 몇 백 불하는 요세미티 국립공원 내의 아와니 호텔도 복장 규정이 없어졌고, 페블 비치 골프 클럽하우스도 드레스코드가 없어진 상태이다. 옛날에는 아와니 호텔 식당 내부 사진이라도 한 장 찍으려면 정장하고 들어가야 했었다. ‘복장 규정’을 ‘드레스 코드’라고 말할 정도이면, 행동도 외국과 상응하는 정도는 되어야한다. 상항의 컴먼웰스(Commonwealth) 클럽 행사에도 복장 규정이 없다. 남에게 혐오감을 안주는 복장이면 된다.
호텔 관계자는 “이 씨에게 죄송스럽다”면서도 “뷔페식당이다 보니 자락이 긴 한복을 입으면 다른 손님들과 충돌이 있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비키니를 입고 들어가면 다른 손님과 충돌이 안 되니 안전한가? 오히려 비키니 입은 사람을 쳐다보다 더 충돌할 위험이 있지 않은가? 사고방식이 좀 실질적이었으면 한다. 상류층의 인구수는 사실 얼마 되지 않는다. 이 상류층 사람들이 역사를 통해 배우고 시대감각을 깨닫지 못한다면,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없다. 앞으로, 신라 호텔이 이름에 걸맞는 한국 고유의 호텔로 성장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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