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티와 밀튼은 내 이웃에 살고 있는 노 부부다. 지난 일월에 밀튼은 백세가 되었고 베티는 구십육세가 되었다. 내 생전에 실제로 백세가 된 사람을 만나본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아무리 인간의 수명이 길어졌다고는 하나 백세까지 산다는 것은 역시 드문 일이어서 그들을 만날때마다 어쩐지 경외스런 기분이 든다.

밀튼이 백세가 되던 그의 생일에 우리 이웃들은 돈을 모아서 작은 벤취를 정원 한쪽에 마련해 그곳에서 소담스런 파티를 열었다. 누군가가 물었다. 운전 면허증을 또 연장하겠느냐고. 그는 이미 삼년 연장을 받았노라고 자랑스레 말했다.

그들 부부는 지금도 가끔 외식을 즐기고 우리 부부보다 더 많이 돌아다닌다. 우리 집에 두어번 초대를 해서 식사를 함께 했는데 와인도 두어잔, 음식도 남김없이 깨끗하게 접시를 비우는 것이었다. 특히 밀튼은 볶음밥을 좋아해서 그후로 내가 볶음밥을 만들때마다 그에게 가져다 드린다. 그는 도무지 백세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기억력과 식욕, 건강을 자랑하는 것이었다. 그는 지금도 월스트리트 저널을 매일 통독하고 있을 정도다.

그들은 여행도 많이해서 이 세계의 백개도 더 넘는 나라를 가보았다고 한다. 그중에 한국도 포함이 돼있고 아프카니스탄이며 몽고, 파키스탄, 아프리카의 오지까지 두루두루 섭렵한 셈이다. 여행도 그냥 스쳐간 여행이 아니라 자기들이 좋아하는 곳은 몇달간 머물면서 차를 빌려 돌아다녔다고 하니 과히 그들의 호기심과 정력에 탄복할 뿐이다. 나는 도대체 그들이 무엇을 먹고 사는 지가 궁금했다. 그들의 건강의 비결은 무엇이든지 가리지 않고 골고루 잘 먹는 다는 것이다.

사람은 피가 깨끗해야 오래 산다고 들었다. 밀튼이 그 장본인이다. 그는 아직도 아무 약도 먹지 않는다고 했다. 요즘의 현대인들이 중년만 되면 거의가 고혈압과 당뇨와 콜레스톨때문에 야단들이다. 성인병을 한가지도 가지지 않은 사람은 드믈다. 더구나 백세된 사람이 한가지 약도 먹지 않는 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요즘은 무릎이 좀 아파서 많이 걷지는 못한다고 했다.

사람들이 또 그에 관해 궁금해 하는 것은 어떻게 그 오랜 세월을 여행도 그토록 많이 하면서 살수 있었을까 하는 점이다. 여행을 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 그의 말에 의하면 그는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다고 한다. 오십대 말에 은퇴를 했지만 요행히 투자를 잘한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은퇴후 사십년을 더 살아야 한다면 왠만한 은퇴자금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베이비부머들의 은퇴후의 생활들이 요즘 많이 거론되고 있다. 앞으로 십여년 년 후에는 미국도 소샬시큐리티가 바닥이 난다니 사정은 점점 더 어려워질게 뻔한 일이다. 우리 세대는 그럭저럭 견뎌 낸다고 하지만 자식들 세대는 어찌 될것인가 걱정이다.

나도 젊었을때는 건강에 그토록 관심이 없었다. 음식도 별로 까다롭지 않게 먹었고,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먹여 길렀다그런데 요즘 주위를 살펴보면 너도나도 건강에 목을 메고있다. 우리 친구들도 만나기만 하면 무엇이 건강에 좋고 또 무슨 약이 어디에 탁월하다고 입에 침이 마른다. 늙어가며 더 건강하게 살수 있다면 바랄것이 없다. 어떤 의사가 말했다. 걷지 못한다면 그 인생은 끝난것이나 다름없다고. 그 말은 걷지 못한다면 모든 것을 남에게 의존해야 하니 그 삶의 질이 떨어질수 밖에 없다는 말일 것이다.

우리 모두가 다 병을 가지고 오래 살기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 역시 죽을때까지 내발로 걷고, 내 손으로 밥 지어 먹고 내 의지대로 살다가 죽고 싶다. 겨울 내 고목처럼 죽어있던 창밖의 사과나무에서 언제부인가 새순이 돋고 분홍색 꽃이 피어나고 있다. 이 나무는 언제나 그랬듯이 내년에도 또 꽃을 피울 것이다.

그러나 한번 간 인생은 다시 돌아올수 없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 너무도 소중하고 귀한 것이다. 내 이웃에 밀튼과 베티 같은 백세의 건강한 사람들이 살고 있어서 나는 행복하고 또 그들이 자랑스럽다. 베티는 어느날 내게 귀띰을 했다.

만약 밀튼이 먼저 죽으면 자기는 더 이상 살고싶지 않다고. 그들의 장수 비결의 하나는 아직도 서로가 서로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사랑은 언제나 위대하고 아름답다. 지난 칠십년 이상을 서로 사랑한 그들의 사랑처럼---.퍼주고 또 퍼주어도 영원히 마르지 않는 샘인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