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은 아내의 친구들이 부부동반으로 만난 적이 있다. 모두 미국에 살고 한 쌍만 한국에서 방문 중이었다. 한국에서 온 친구는 직장에 다녀본 적이 없이 남편이 벌어다 주는 것으로 편안히 살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친구들 앞에서 남편의 어깨를 주물러 주고 야단법석이다. 어떻게 보면 부럽기 도하고, 또 어떻게 보면 꼴사납기도 했다.
30여년전, 직장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가 사직하고 대만으로 돌아갔다. 그는 대만대학의 기계공학과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자녀들의 교육은 어떻게 하냐?”고 물었더니, 자식들도 자신처럼 대만에서 대학까지 나와서 더 공부하고 싶으면 유학 오면 된다고 했다. 그 후 몇 년 뒤에 들려오는 소식은 기계공학과의 과장으로 승진했다는 것이었다.
지난달에는 그가 서거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학과장으로 승진한지 오년 쯤 되어서 암 진단을 받았다. 아내의 헌신적인 간호와 식이요법으로 암세포의 확산을 지연시킬 수있었다고한다. 그러나 20여년에 걸친 암투병은 차라리 고통 그 자체였다. 말년에는 청각마저 잃어서 드러누워 꼼짝할 수도 없었다. 아내와의 대화는 손짓, 눈짓 뿐이었다. 그의 암투병 기간 동안 집을 비우는 일없이 전천후 아내로서 항상 그의 옆에 있었다고 한다. 간병인이 있었지만, 항상 남편 옆에서 이것저것 직접 시중들면서 남편을 돌보았다. 막상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때에는,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잃은 공허함이 그녀에게 맴돌았을 것 같다. 다른 대만인 동료들도 대만에서는 근래 찾아보기 힘든 헌신적인 여성이라고 했다.
그런가하면, 어느 성공한 백인 보험 대리인이 암 진단을 받았다. 실의에 빠져 아내에게 그 사실을 이야기하니, 아내는 “암환자 간병은 생사람 잡는 일이니 이혼하자”고 제안했다. 결국, 이 남자는 두 번 죽는 일을 당한 것이다. 가장으로서,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다 인생의 덫에 걸려 넘어지기라도 하면, 약하지만 힘써 일으켜 세우려는 아내를 둔 남자는 행복하다. 이 모든 것이 남자 여자라는 총체적인 문제라기보다는 문화권 차이와 개인의 문제이기에, 결혼이란 미지의 세계로 향한 큰 모험이다.
최근의 서울발 연합 뉴스에 의하면, SK 설립자인 고 최종현 회장은 1950년대 후반 시카고대 유학 시절 미술학도였던 부인 박계희 여사를 한 유학생 모임에서 만나 사랑을 꽃피웠다. 최 회장과 박 여사는 부부가 된 뒤 금실이 좋기로도 유명했는데, 1990년대 후반 최 회장이 폐암으로 투병을 할 당시 남편을 지극정성으로 간호하던 박 여사가 과로한 나머지 먼저 세상을 떠나 주위를 안타깝게 하기도 했다고 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어느 정도 스트레스가 있어야 능률이 오른다. 부부 싸움으로 스트레스가 있다면, 삶의 원동력이 있어 오히려 감사해야한다. 때때로 농담인지 진담인지 자신의 남편을 두고 “평생 웬수”라는 부인들이 있다. 막상 이 웬수가 세상을 떠난 후, “남들이 나를 업신여긴다. 는 아낙네들의 푸념도 많이 들어왔다. 여자 혼자 사는 집에 무슨 고장이라도 난다면, 수리가 엉망인 경우가 많다. 남자가 안 사는 것 같아 보이니, 얼렁뚱땅 고쳐도 누가 뭐라 할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남자가 나타나 이렇게 저렇게 해달라고 하질않고, 여자가 다 지시를 하는 집에는 누워서 떡먹기 공사라 고한다. 어느 한인 여성 혼자 사는 집 부엌에 타일을 깔아놓은 것을 보고는 “해도 너무 심하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멘트는 없이 합판 위에 그냥 글루로 타일을 붙여둔 것이었다. 합판이 물에 불어나든지 휘기라도 한다면, 이 타일은 모두 들고 일어나기 마련이다.
그리스도는 무엇보다도 우리가 하나님과 화목할 것과 우리들 서로가 화목할 것을 원하신다. 이를 위해 이천여년 전 성 금요일날, 십자가에서 우둔한 우리들이 깨우치도록 대신 고난을 당하시고 떠나셨다. 부활의 소망을 알기까지 우리는 우둔한 삶을 살아왔다. 그러므로 그리스도를 따른다는 사람들은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화목의 삶을 살아야하겠다. 우리는 싸우기 위해 결혼하는 것이 아니라, 화목하기 위해 결혼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아, 그리스도의 향기가 되고 편지가 되는 삶이 되도록 마음을 갈고 닦아야겠다. 부부 사이의 관계는 엉망이고, 교인 간의 관계는 만점이라면 어떤 크리스천이라고 해야하나? 그러니, 진정한 남자의 행복은, 세상을 떠난 후 육신이 서로 옆자리의 땅 속에 묻히더라도 전혀 불편하지 않은 부부로 사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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