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부터 시작되는 화상세미나에 행여 늦을세라 새벽 3시에 알람을 맞추어 놓았지만 혹시라도 늦을까 밤새 뒤척이며 잠을 못 이룬 지난 금요일 새벽, 교수와 학우들이 함께 온라인화상세미나에 모여 함께 토론하고 대화하는 시간이지만 미처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벌떡 일어나 치장을 하느라 바쁜 내 모습에 그만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20-30대의 젊은 학우들 앞에 50대의 나이를 들키기 싫은 마음에 새벽부터 화장을 하고 얼짱각도(?)로 카메라를 맞추네 마네 하면서 소란을 피웠지만, 카메라에 보이는 내 모습은 여전히 중년 여자의 모습으로 비쳐질 뿐이었다. 잠시 숨을 고르고 …. 새벽 4시가 되어 강의실에 입장을 하니 제법 나이가 지긋한 학우들도 눈에 띈다. 스님도 있고 군인, 공무원도 있고 학교 선생님도 있다. 화상세미나가 시작 되었지만 온라인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버퍼링(전송 끊김)이 생기기도 하고, 동영상이 사라지기도 하고, 어떤 학우는 말하는 도중에 애완 강아지가 짖어대는 바람에 우리 모두를 한바탕 웃게 만드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 또한 캠 카메라를 잘 사용할 줄 몰라 원격 조정하는 직원이 암만 알려주어도 “어떻게 해요 잘 안 들려요, 안보여요” 하고 울상인 뉴욕의 학우 등..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가 토론에 진지하게 빠져들어 갈 수 있었다.
이번에 토론한 내용은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에 관하였는데 위키 백과 사전에 보면 “집단지성이란?- 다수의 개체들이 서로 협력 혹은 경쟁을 통하여 얻게 되는 지적 능력에 의한 결과로 얻어진 집단적 능력”이라고 말하고 있다. 즉 개인이 아닌 집단이 주체로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들고자 하는 말일 것이다.
얼마 전에 유튜브에서 임정현(아이디 “FUNTWO”)이라는 학생의 기타 연주를 볼 기회가 생겼다. 그는 2005년도에 자기집 안방에 작은 카메라를 설치해놓고 “요한 파헬벨의 바로크 명곡 ‘캐논D 장조’를 변주한 캐논의 변주곡”을 전자기타로 치는 모습을 유튜브에 올려놨는데(실질적으론 음악사이트인 뮬 Mule에 올린 것을 다른 네티즌이 유튜브에 올렸다 한다), 그의 기타실력은 전세계가 깜짝 놀랄 정도로 뛰어난 것이어서 자그만치 6년 동안 8,300만 명이 그의 사이트에 들어가서 보았다고 한다. 수 십만 명의 사람들은 그의 사이트에 댓글을 달고 의견을 공유하기도 하였는데 즉, 이러한 집단의 힘은 사회의 나아가야 할 길 혹은 궁극성을 제시하기도 한다. 바야흐로 집단지성의 파워는 세계를 새로운 방향의 물결로 움직이게 하기도 한다.
피에르 레비(Pierre Levy, 1956-)는 “집단 지성에 도달하려는 노력은 인간 그 자체에 대한 새로운 주의를 전제로 한다” 고 말하는데 그러한 노력은 일종의 나비현상처럼 아프리카의 어느 숲 속의 나비 한 마리 날개 짓이 뉴욕 어딘가에(어디라도 좋다) 커다란 폭풍을 몰고 올 수 있듯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던 관료주의적 일방 방향의 구조에서 이제는 서로 공유하고 대화하는 쌍방향 시스템으로 변해가는 과정에 우리는 지금 서 있는 것이다.
아이큐가 유달리 뛰어난 개개인보다는 EQ(감성지수-Emotional Quotient )가 이 세상을 사는데 더 필요하고 아울러 이제는 GQ(Global Quotient)가 더욱 각광받는 시대가 된 것이다.
뛰어난 몇 몇 사람의 생각보다도 평범한 수많은 사람들의 생각들이 모일 때 더 좋은 해결방법이나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아직도 어떤 모임에 가보면 혼자의 생각만이 옳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은 별로 듣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을 가끔 본다. 그러나 인터넷이 세상에 나오고 나서 이제는 혼자만 잘나고 혼자만 독불장군인 시대는 인정받지 못하는데도, 내가 여럿보다 더욱 똑똑하고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서로를 인정하고, 변화를 받아들이며, 서로간에 서로 다른 의견이 있어도 소통의 묘미를 살리며 공유하며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다면 바로 이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집단지성이 아닐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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