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에서 심형래 감독, 주연의 ‘라스트 갓 파더(Last Godfather)’가 개봉되었다. 영화의 주인공은 80년대 한국 코미디의 대표적인 인물인 영구이다. 한국에서 사랑받던 영구가 요즘 영화를 통해 미국인들에게도 소개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영구라는 캐릭터는 미국인들에게 ‘귀엽다(so cute)’는 반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베이지역(Bay Area)에는 ‘퍼스트 갓 파더(First Godfather)’로 불리는 분이 있다. 알라메다(Alameda)에서 거주하고 있는 박희덕 회장이 그분이다. 처음 그를 만난 것은 필자가 버클리대학교 객원교수로 온 직후로 기억되는데, 첫 만남부터 온화한 목소리와 후덕하신 모습이 인상 깊었다.
한 나라를 여행하거나 머물면서 그곳 사람들의 문화를 알아보고 체험하는 것은 흥미롭고 가슴 설레는 일이다. 하지만 필자는 1년이라는 길다면 긴 기간 동안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면서 미국인들의 문화와 민족성 등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우선 미국인들을 직접 만날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아 그랬고 특히 영어가 신통치 않아 더욱 더 그러했다. 그래서 필자는 늘 미국의 전반적인 것에 대해 알고 싶은 갈증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필자 나름대로의 방법을 터득했는데, 그것은 미국으로 이민 온 한인들을 만날 때마다 그간 궁금했던 것을 물어보고 또 그들이 하는 얘기들을 귀담아 듣는 것이었다. 특히 50년 전 미국으로 이민 온 박희덕 회장님을 만날 기회가 생기면 이런 저런 질문할 내용을 미리 준비하곤 한다.
1913년 도산 안창호 선생이 창립한 민족운동단체인 흥사단(興士團)이 샌프란시스코에 있었고 또 50-60년대에는 한인들이 LA보다 샌프란시스코에 더 많이 거주했다는 얘기 등 한인들의 초기 이민생활과 관련해 박 회장께서 이야기보따리를 풀 때면 이내 흥미로움에 매료된다. 특히 미국인들의 성숙한 시민의식과 준법정신에 관해 언급할 때는 우리나라도 꼭 본받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신다.
한 예로, 1989년 샌프란시스코와 오클랜드 사이를 연결하는 베이 브리지(Bay Bridge)의 교량 상판이 무너지는 대지진이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당일 저녁 6시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Giants)팀과 오클랜드 에이스(A’s)팀 간에 월드시리즈(World Series)가 예정되어 있어 샌프란시스코 야구장은 일찌감치 관중들로 꽉 차 있었다고 한다. 경기 시작 약 1시간 전인 오후 5시경 지진이 발생했고 이에 야구협회 측은 신속히 구장 내 방송을 통해 관중들에게 귀가조치를 내렸다고 한다.
그런데 당시 미국인들은 질서정연하게, 말 그대로 한 명씩 한 명씩 그리고 가족의 손을 잡고, 아무런 사고 없이 조용히 야구장을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진으로 인한 정전 때문에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교통신호등이 작동하지 않자 일반 시민들이 직접 도로에 나와 자발적으로 교통정리를 했고 또 같은 시기에 미국적십자사(Red Cross)도 지진으로 인한 부상자들과 집이 무너져 갈 곳이 없던 사람들을 수용하여 치료했는데 그곳에도 자원봉사 활동을 원하는 미국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박 회장께서는 당시 미국인들이 보여준 수준 높은 시민의식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함경도 청진이 고향인 그는 해방직전인 1944년 부모를 따라 남한으로 내려와 인천에 삶의 터전을 마련하였다. 인천고등학교 재학시절 온 가족이 서울로 이사를 한 터라 매일 서울과 인천을 통학하면서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그 후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에 입학했다. 졸업 후 병역의 의무를 마친 그는 1962년 미국으로 건너와 유학생활을 시작하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한 베이 지역에서 거주하고 계신다.
그가 미국으로 이민 온 시기는 60년대 초 박정희 대통령의 집권시절이었다. 당시 우리나라 외환거래법상 한 사람이 외국으로 가져 나갈 수 있는 외환 보유 최대한도가 100달러였기 때문에 정착 초기 대부분의 한인들이 겪어야 했던 고충이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었는데, 그 역시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그래서 유학을 하면서 그는 식당 유리창 및 바닥 청소, 접시 닦기, 버스보이(busboy, 호텔 레스토랑 등에서 테이블 정돈이나 식기를 내가는 일을 하는 즉, 웨이터의 조수), 웨이터, 호텔 벨보이(bellboy) 그리고 아파트 관리인 등 해보지 않은 궂은일이 없었다고 한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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