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2회 카파미술상 수상작가 이가경 작품전
2010 카파미술재단(Korea Arts Foundation of America·회장 사비나 리)이 선정한 제12회 카파미술상 수상작가 이가경의 작품전이 4월8∼21일 LA한국문화원(원장 김재원)에서 개최된다.
지난 해 카파상 수상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애니메이션 영상작업을 소개하는 이가경씨.
드로잉·판화 밑그림 수천장
비디오 애니메이션으로
내달 8일 LA한국문화원 개막
이가경은 드로잉과 판화를 연속적으로 그리고 이를 움직이는 영상 이미지로 만드는 비디오 애니메이션 아티스트.
매일 반복되는 일상, 뉴욕의 표정, 가족이 작품의 주 소재로, 걷고 지하철을 타고 아이 업고 설거지하는 단조롭고 하찮아 보이는 행위들을 움직이는 이미지로 창조함으로써 삶을 단순하고도 섬세하게 들여다보게 한다.
그의 애니메이션 작품들은 비디오로 보기엔 몇십초에서 몇분 정도의 짧은 동영상이지만 작가는 수백 내지 수천장의 밑그림을 일일이 손으로 그리거나 에칭으로 새겨서 만들어낸다. 많은 시간과 인내를 요하는 수작업을 통해 창조된 작품들은 짧으나 길고, 단순하나 복잡하며, 가볍지만 밀도 깊은 움직임을 통해 현대인의 근원적인 감성을 건드리는 특별한 감동을 준다.
이가경은 두 가지 방식으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한다. 흑연으로 그린 드로잉과 플렉시 글래스에 새긴 판화가 그것으로, 수백(천)개의 연속된 이미지를 만드는 그의 작업의 특별한 점은 단 한 장의 종이와 단 한 판의 플래스틱만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 장의 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사진으로 찍은 후 그림을 지우고 그 위에 다음 장면을 그리고 사진 찍고 지우는 일을 반복하면서 움직임을 만들어가 남는 것은 마지막 그림 한 장과 사진으로 찍은 이미지들이다. 에칭 작업은 아주 두꺼운 플렉시 글래스에 판화를 새겨서 종이에 찍은 다음 사포로 그림을 지우고, 그 위에 또 다른 그림을 새겨넣고 찍어내고, 그렇게 수백번을 그리고 지우다보면 종이처럼 얇아진 플래스틱 한 장이 남게 된다.
이렇게 만든 이미지들을 컴퓨터로 이어 붙이고 실제 상황에서 녹음된 음향을 함께 넣어 애니메이션 작품을 만든다.
이가경의 작품에는 언제나 움직이는 잔영이 보이는데 그것은 매번 그림을 완전히 지우지 않고 다음 장면을 그림으로써 연속되는 움직임의 흔적을 남겨두기 때문이다. 우리의 행위가 시간과 공간을 통해 남기는 흔적들, 일상이 쌓여서 만드는 역사와 일상의 잔영에 대한 표현이다.
이가경은 원래 판화작가였다. 홍익미대와 대학원에서 판화를 전공한 그는 뉴욕주립대 퍼체이스(Purchase) 칼리지 대학원에서 디지털 미디어를 공부하면서 판화로 슬라이드 쇼를 만들어 음악을 넣은 것이 주목을 끌었고, 다시 판화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지금의 작업을 시작하면서 국제화단에 부상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미 연방의회 도서관, 부산시립미술관, 제주 4.3 평화기념관을 비롯해 피카소의 아들인 클라우드 피카소가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그는 요즘 작업에서 스토리를 최대한 줄이고 일상적 행위의 이미지에만 집중한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행위 안에서의 여러 층(layer)을 찾는 작업으로서 반복성 안에서 찾아지는 다양성, 일상에서 겹쳐지고 지워지는 그 속의 것들을 탐구해 보는 작업이라는 설명이다.
“나와 내 주변의 반복되는 일상 이미지들을 소재로 하는 것은 비슷하지만 좀 더 그 일상 이미지들의 겹쳐지고 스치고 중복되는 레이어 층에 대해서 집중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다양한 레이어의 반복되는 일상의 이미지들을 해체하고 새로운 구조에서 리얼리티의 추상적인 재구성으로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죠. 간단히 말하면, 예전 이미지보다 좀 더 해체되었다고 할까요”
이번 전시에서는 최근 2년간 한 작업 중 신작 4개의 비디오를 포함해서 7개의 무빙이미지 작업과 함께 500개의 판화작업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가경은 “이 전시에서 보여주려는 것은 7개의 작업 하나하나 뿐만 아니라, 각각의 일상의 무빙이미지들이 고상한 화이트 큐브 공간 안에서 서로 겹쳐지고, 7개의 다른 사운드가 반복되고 중첩되면서 만들어내는 번잡한 또 하나의 일상의 큰 그림”이라고 말했다.
설명은 좀 어렵게 들리지만 막상 가서 보면 전혀 그렇지 않은 것이 이가경 작업의 매력이다. 동화적이며 만화적인 그림들의 움직임에서 우리 자신의 일상, 사는 것의 반복, 그 단순한 쳇바퀴가 애잔하고 고달프며 아름답게 다가오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오프닝 리셉션은 8일 오후 6∼8시.
5505 Wilshire Blvd. LA, CA 90036, (323)936-7141
‘뉴욕의 날들’ 5채널 HD 비디오, 2분.
‘자메이카 스테이션-1110’ 드로잉 이미지로 만든 45초의 애니메이션이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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