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1일 일본의 센다이 지역 지진은 쓰나미를 동반했고, 급기야는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제1단지에 있는 여섯 기의 원자로를 강타해서 세상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천재 (天災)에 이은 인재(人災)가 된 이 원전 사고는 또다시 인간들에게 새롭게 겸손을 가르친다.
사고에는 자연 재해도 있겠지만, 인간들의 이기심이 도화선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 예가 최근 한국에서 있은 구제역이다. 초기에 진화할 수 있는 자연 재해를 무사안일하게 대처하다 커진 인재가 된 것이다. 방사능 미국 낙진 보도에 호들갑을 떨며 슈퍼마켓의 라면 박스와 물이 싹쓸이된 데다 마스크까지 동났다 고한다. 혼자 며칠 더 먹고 살아 남아 보겠다는 인간들의 이기심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원자력 발전소를 설계할 때엔 건설 지역의 해수 온도, 기후, 지진 등 여러 지리적인 역사 자료가 기초가 된다. 후쿠시마 원전은 40여년 전, 당시까지의 기록에 의해 진도 6.5까지 (중력 가속도의 0.15배) 견딜 수 있도록 내진 설계되었다. 그리고 쓰나미에 대비해 발전소의 잔여 열 제거 (Ultimate Heat Sink)를 위해 쓰는 바닷물을 6.5m 높이의 제방으로 쌓아 쓰나미도 막고, 간조 때에도 해수가 항상 준비되어 냉각수를 식힐 수 있도록 설계를 했다. 지난 1989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일어난 지진은 진동 7.1로 초기 5초 동안 땅을 상하좌우로 흔들어, 건물, 도로, 교량 등이 파괴되었다. 이번 센다이 지진은 진도 9.0 으로 (중력 가속도의 0.3배) 설계치보다 두 배나 강했으며, 2분 30초 동안 사정없이 지축을 흔들었다. 후쿠시마 지역에서는 전무후무한 사건이었다. 그런데도, 이 발전소는 끄떡없이 견뎌내었다.
문제는 지진 한 시간 뒤에 밀려온 쓰나미였다. 밀려온 파도는 17미터로 발전소의 제방을 훌쩍 뛰어넘어 덮쳤다. 발전소 설계에는 비상 디젤 발전기 설치가 의무화 되어있다. 이 발전기에는 24시간 돌아갈 연료가 준비되어있고, 바깥 건물에 별도로 7일분이 비축되어있으며, 외부에서 100일간 공급받을 계획이 되어 있어야 한다. 그 배후론 비상 배터리가 있으며, 펌프를 여덟 시간 가동할 수 있다. 그런데, 쓰나미는 이 발전기를 덮쳤고 배전판마저 못쓰게 만들었다. 신형 원자력 발전소에는 이 비상 발전기가 외부 건물에 별도로 설치되어있다.
원자로 내에서는 냉각수가 연료의 고온으로 점차 증발하면서 수소가 생성되었다. 연료봉은 고온에서 수증기와 접촉하면 산화되고 수소가 생성된다. 이 수소는 고온에서 산소를 만나면 폭발한다. 1979년 쓰리마일 아일랜드 원자로 사고 이후, 미국 원자력 규제 위원회 (NRC)는 방사능이 없고 제일 가벼운 원소인 수소를 공기 중으로 내보내는 장치를 해서 수소 폭발을 막도록 각 원자력 발전소에 지시를 했다. 수소와 산소가 재결합해서 물이 되도록 하는 장치를 (Hydrogen Recombiner) 설치한 발전소도 있는데, 후쿠시마 발전소에 대해선 자료가 없다.
엔지니어는 자금이 없으면 일을 할 수가 없어 항상 사업가 밑에 놓이게 마련이다. 이번 원전 사고도 발전소를 통해 들어오는 막대한 수입을 놓치지 않고, 사고 수속 후에 일어날 수 있는 민사 소송까지 염두에 둔 사업가의 지연되는 결단이 엿보인다. 또한, 지난 50년간 쌓은 풍부한 원자력 경험을 자랑하는 일본의 프라이드가 작용한 것 같다. 미국의 협조 제안을 초기에 거절한 것이었다. 후쿠시마 단지에는 미국의 GE, 일본의 히다치와 도시바가 각각 건설한 원전들이 들어서있다. 근래엔 GE와 히다치가 연합해있고, 도시바는 미국의 웨스팅하우스를 자회사로 두고 있어 양대 회사의 알력도 있는 것 같다.
보도에 의하면, 한국의 원전들은 지진 강도 6.5까지의 내진 설계가 되었고. 한국 내 전체 건물의 18% 만 내진 설계가 되어 있다고 한다. 만약 지진이 한반도를 덮치면 원전뿐만 아니라 국토 전체가 아수라장이 된다. 맹형규 행안부 장관은 국회에서 “한국 원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발언을 했다. 무사고 운전자라고 아무리 자랑해도, 사고 나기 전까지만 무사고 운전자일 뿐이다. 한국의 원자력 산업계는 지금까지 사고 없다고 방심하지 말고,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자만에 빠져서도 안 된다. 일본도 쓰나미 전까지는 무사고였다. 한국형 원전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미국 NRC의 설계 인증을 받아 세계적으로 자리를 굳히기 바란다.
인간들의 지하 핵실험으로 지구가 신음하고 있다. 지구는 언제 또 다시 노를 발할지 모른다. 결론적으로 인간들은 자연 앞에서 겸손해야한다. 다른 사람들 다 세상 떠난 후에 혼자 살아남아 쌓아둔 라면을 몇 끼니 더 끓여 먹는다고 행복할까? 차라리 그 라면 살 돈을 이재민에게 보내는 것도 겸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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