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 무역 전시장에서 제품들을 둘러보는 필자(왼쪽))
섬유사업(I)
사람이 살다가 기회는 늘 있게 마련이라고 하는데 지나간 시간을 돌이켜보면 내게도 이런 시간이 있었다. 종합상사에서 사회경험을 쌓고난 후 배운 게 원단이라 원단사업을 해보겠다고 뉴욕 브로드웨이에 사무실을 얻어 시작을 했는데 누구에게나 그렇듯 많은 노력과 열정이 필요했다.아침에 사무실에 도착하면 먼저 전화번호부에서 원단회사들을 찾아 전화를 걸어 그날 혹은 그주에 상담 스케줄을 만들며 영업을 시작한다. 여느 세일즈나 다 비슷하겠지만 100군데 전화하면 5군데 정도에서 미팅이 성사되고 바이어를 만나면 한 10분 정도 시간을 할애 받아 갖고 있는 원단을 뉴 패브릭(New Fabric)이라고 소개한다. 그러면 바이어 또는 디자이너들은 보통 시큰둥한 얼굴로 벌써 미스터 김 또는 미스터 리를 통해 물건들을 보았다고 말하기 일쑤였다.
후발주자로서 또 이민 1.5세대가 이 분야에서는 도리어 약점인(한국의 지연과 학연 등의 연고가 없어서 소싱 기능이 약했다) 나로서는 열정만 많았지 시작이 쉽지 않았다. 또 90년도에 들어 한국에서 들어오는 섬유사업도 끝물일 때고 그래서 같은 한인끼리의 경쟁이 매우 심할 때라 3~4개월 열심히 쫓아 다녀 오더 받을 때가 되면 다른 한인 세일즈맨이 훼방을 놓거나 더 낮은 가격으로 빼앗아 가곤 했다. 그럴 때 왜 내가 한인인가 회의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도 일년에 구두 굽을 세 번 갈 정도로 열심히 발품을 팔고 다니며 약육강식의 정글세계에 동화되어 살아남게 되면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갔다. 미국의 주요한 많은 산업이 유대인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많은데 섬유 유통업은 특히나 유대인이 많은 업종이라 항시 이 분야에서 그들을 상대 안할 수가 없다. 그 당시 막 떠오르는 여성용 드레스 업체의 유대인 부사장과 친분을 맺게 되어 그쪽 물량을 가져올 즈음 한인 여자 garment agent가 그 회사 사장 사무실을 뻔찔나게 드나들어서 그런지 도저히 공략이 안되고 있었다. 미국인들은 한인여성을 조금 신비스럽게 생각해서 그런지 항시 많은 호감들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유대인 부사장과 점심을 하며 스파이 접선하듯 1만5,000달러를 봉투에 넣어 건네고(Under Table이란 의미가 결국은 이런 의미)그 해 시즌 오더를 얻게 되었다. 결국은 돈을 벌기위해 그렇게 나도 정글 세계의 한 구성원이 되어있었다.
결정적으로 큰돈을 벌게 한 아이템은 스트레치 벨벳(Stretch Velvet)이란 제품으로 매쓰 주 로렌스에 소재한 회사가 이 제품으로 대박을 떠뜨리고 있을 때였다. 작은 한국업체가 이 제품을 카피해서 내게 가지고 왔었다. 야드당 18달러에 판매되고 있던 원단을 야드당 8달러에 파니 마진은 물론 판매하기가 식은 죽먹기만큼 쉬었다. 그래서 엘렌 트레이시(Ellen Tracy) 유명 디자이너 회사에 처음 계약을 하고 홍콩에 선적을 했다. 한국에서 첫 수출을 한 당사자들이라 세일즈인 우리나 생산 공장도 제품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했었다. 벨벳을 둘둘 말아 배로 장시간 운송해 원단을 풀게 되면 눌린 자국이 당연히
나게 되고 그것을 다시 다림질하면 원상회복이 되어 제품완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봉제공장과 바이어가 이런 빌미로 하자를 잡고 그 큰돈을 지불하지 않으니 생산 공장은 결국 부도가 나고 나 또한 어려움이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깊은 수렁에 빠져 있는데 오랜 시간 지나지 않아 이민 오면서 졸업도 하지 못했던 한국의 고등학교 선배가 똑같은 제품을 개발했으니 대리점을 해달라고 간곡히 부탁을 해 이미 큰 경험이 있던 지라 이 두번째 도전은 큰 성공을 하게 되었다. 공장시설에 200억을 투자했다는 선배와 선배 아버님은 첫해 제로(0) 매출로 시작해서 2년만에 매년 20 밀리언을 하게 되고 그것도 200% 이상의 마진을 붙여 장사를 해 투자원금을 2년만에 다회수하고 그 다음해 빌딩을 샀다고 한다. 죽도록 개발해놓고 고생만 하다 망한 사람이 있는 가 하면 때를 잘 만나 일확천금을 번 사람도 이렇게 있다. 그리고 이 제품을 개발하여 한때 마켓을 독식하며 월스트릿 신문을 장식했던 이 미국회사는 그 큰 규모에도 불구하고 몇 년 지나지 않아 경쟁력에서 뒤져 회사 자체가 파산했고 나로 인해 큰
돈을 벌었던 선배회사는 더 큰돈을 벌겠다고 내 사무실 건너편 건물에서 직접 영업을 하겠다며 지사를 오픈하는 일이 발생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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