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아일랜드하면 일제 지배하에 불리우던 애국가를 생각나게 한다. 아일랜드 민요 올드 래잉사인곡으로 우리 선조들은 국가를 부르며 독립되는 조국을 그렸다. 어떤 이유로 이별곡을 부쳤는지 알 수 없지만 안익태의 작곡이 발표된 이후에도 한동안 애국가를 그렇게 불렀다. 아일랜드 하면 남의 일 같지 않게 생각드는 것은 이외에도 영국의 오랜 영향과 지배 등이 일본과 우리의 관계와 비슷한 역사 때문이기도 하겠다. 우리처럼 감정적이고 술 잘마시고 다투기를 잘해서인지 19세기 말 조선을 찾은 서양 사람들이 우리를 ‘동양의 아이뤼시(Irish of the Orient)’라고 했다. 이런 지칭이 갖는 의미가 어떤지 모르지만 좋게 생각하려고 한다. 미국의 정치나 경제를 이끄는 앵글로 색슨 사회에서 가난한 아일랜드의 존재는 별 볼일이 없었다. 그들의 초기 미국 이민 역사는 흑인 노예보다 별로 다르지 않았다. 술 잘마시고 떠들썩 했던 이들을 미리 정착한 영국계는 환영하지 않았고 사회에서 고립시켰다. 그리고 종교의 자유를 찾아 신대륙에 정착한 사람들에게는 카톨릭 신자수의 증가가 그리 달갑지는 않았다. 교회의 탄압을 기억하는 많은 유럽 이민들은 카톨릭인 아이뤼시들의 정착을 반대하기까지 했다. 따라서 다른 백인에 비해 그들의 이민 생활은 그리 순조롭지는 못했다.

그들의 신대륙 이민은 1850년대 아일랜드를 휩쓸고 지나간 감자기근 때였다. 그들의 주식인 감자 흉작으로 당시 80만에서 100만명의 아사자가 발생했다. 그들은 살길을 찾아 미국으로, 중남미로, 오스트레일리아로 떠났다. 그들이 정착한 곳에서 그들만의 문화를 전수하며 차별 속에서도 끈질기게 삶을 이어 갔다. 이렇게 시작한 그들의 디스포라 인구가 8천만이고 아일랜드공화국과 영국령을 합친 6백여만보다 13배나 넘는 사람들이 해외에 거주한다. 이제 얼마 후 3월 17일에 맞는 ‘세인트 패트릭 데이’ 는 인종의 구분 없이 우리 모두 그린색 옷을 입고 그린색 리본 등을 달고 이날을 기념한다. 그리고 술집에서는 초록색 맥주를 팔며 아이리쉬의 전통을 이어간다. 우리 모두 맥주잔을 높이 들고 ‘아이리쉬의 눈이 웃을 때(when Irish eyes are smiling)’ 라는 노래를 합창하는게 연중행사다. 나도 여러번 그들과 같이 어울기도 했는데 그렇게 정겨울 수가 없다. 우리의 역사와 비슷해서 오는 친근감도 있었겠다. 미국인구의 10%에 달하는 그들의 성공담을 꼽으라면 존 케네디를 배출한 케네디가를 들겠다. 차별받고 자란 존의 아버지의 집념으로 미국의 로얄 패밀리를 만들었다. 조셉 케네디의 아버지는 감자 기근 때 미국에 정착한 이민이었고 자라며 받은차별이 그를 미국의 정치왕조를 만드는데 박차를 가했다. 따라서 한가정에서 상원의원 세사람과 대통령 등 그들의 카멜롯을 지향했다.

한동안 경제적으로 부흥하기 시작하다가 근래에 불어닥친 경제의 어려움을 겪고 다시 아일랜드를 등지고 있다고 한다. 이민이 쉽지 않은 미국보다는 오스트레일리아나 새롭게 경제적으로 부유해진 동구 여러나라로 간다고 한다. 어떤 마을에서는 집집마다 외국으로 떠난 사람들이 없을 정도다. 우리 이민과 비슷한 역사를 그들은 150여년만에 되풀이 하는 셈이다. 어제 내가 속한 프리 메이슨(Freemason)회의에 참석했다. 저녁식사는 전형적인 콘비프와 캐비지를 나누며 미리 당겨진 세인트 패트릭 데이를 기념했다. 우리 음식에 비하면 처음에는 맛이 밋밋했었는데 여러해 먹으니 이제는 내 음식같다. 어떤 회원은 아일랜드의 전형적인 그린색 넥타이와 모자까지 쓰고 이날을 즐기며 인종의 구분없이 우리 모두 아이뤼시가 되었다. 아마 세월이 지나며 그리되는가 보다. 식사가 끝나며 조용히 아이뤼시 노래를 불렀다.”아이뤼시 눈이 웃으면 봄철에 첫 아침을 맞어요. 그 웃음에서 천사의 노래를 듣게되고, 즐거은 마음이 온 세상을 밝게 하지요. 아이리쉬의 웃는 눈이 그대 마음을 빼앗아가기도 한답니다.” 3월을 맞으며 우리 모두 마음 속으로 이들을 닮아가며 어려워도 마음이 풍요로운 아이뤼시 사람들을 생각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