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티스트 포인트’ 거대한 포말 서늘한 기운 절로
거대한 폭포의 위용
갑자기 버스가 멈춘다. 앞의 차들도 다 서있다. 사고가 났나했더니 사람들이 너도나도 차에서 내려 카메라들을 조준하고 있다. 알아보니 산꼭대기에 1000-1200파운드나 나가고 사납다는 회색 곰 그리즐리가 걸어가고, 그 뒤로 쫄레쫄레 아기곰 두 마리가 따라가고 있다. 세계보호동물이고 로키산맥 안에 겨우 1000마리 정도나 남아있으며, 옐로스톤엔 600여 마리밖에 없다는 회색 곰을 보게 되니 행운임엔 틀림없다.
그렇게 몇 번인가 더 야생동물이 나타났다는 신호로 차들이 멈춰 서곤 했다. 몇 십 마리의 바이슨 떼들이 한가롭게 언덕에 누워있는 것도 봤다. 또 바로 버스 곁으로 우직하고 못생긴 바이슨 모자가 느릿느릿 지나갔다. 새끼는 송아지랑 얼핏 비슷하고 봐줄만하다. 사람들은 털이 길지 않고 뿔도 앞쪽으로 굽은 버팔로라고도 하지만 버팔로와 바이슨은 전혀 다르다. 영화 ‘늑대와 함께 춤을’에 나오는 들소 떼들이 버팔로 아닐까 싶다.
그 외에도 비교적 온순하다는 블랙 곰과 무스, 고요테, 늑대, 여우, 북미 서부산 영양까지 야생의 모습 그대로를 봤다. 사슴이야 동부시골에서도 많이 보지만 큰 뿔 사슴과 북미 사슴, 아시아와 북유럽 산의 큰 사슴인 ‘산타클로스 사슴’을 볼 기회는 흔치않던 차라 진기하다. 예고 없이 자연 속에서 마주치니 동물원의 동물들과 천양지차의 느낌이다. 정말 리얼하다. 이렇게 예고 없이 출몰하는 동물들에게 먹이 주기는 절대 금지란다. 또 그들이 놀래지 않도록 자동차의 최고 시속이 고작 45마일이라는데 당연한 조치다. 하얀 꽃과 노란색의 야생화들은 데이지 종류 같은데 키는 작은 대신 잎이 크다. 보라색 창포 꽃 비슷한 것도 있는데 낮은 키에 잎이 전혀 틀리다. 이곳의 야생화인 주름진 용담
이란 꽃으로 청초하기 이를 데 없다.
인제 옐로스톤의 그랜드캐년이라 칭하는 워시번 산맥을 따라 계속 남쪽으로
내려간다. 8859피트나 올라가는 Dunravan Pass를 횡단하는 중이다. 계속 멀리서 우리를 약 올리듯 내려다보며 위용을 떨치던 설산들이 바로 눈앞에 있다. 간간히 계곡 골마다 눈 녹은 물줄기들이 떨어지며 작은 폭포까지 만들어 눈을 호사시킨다. 식곤증에 나른하게들 눈감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폭포수가 쏟아지듯 ‘쨍’하는 테너 소리에 화들짝 눈들을 떴다.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오 솔레 미오’다. 창밖으로 눈을 돌리니 ‘햇볕은 쨍쨍’ 그야말로 오 솔레 미오다. 파바로티는 그렇게 정신을 버쩍 들게 해놓곤, 푸치니 작곡의 오페라 ‘토스카’에서 "별은 빛나건만’을 감미롭고도 애절하게 부른다. 저 위대한 성악가는 영영 떠났지만 목소리는 남아 영원히 우리 곁에 있겠지. 과연 나는 이 다음에 무엇을 남기고 떠날꼬! 참으로 왜소한 내 자신이다.
호수같이 잔잔한 옐로스톤 강도 인생무상에 동감이라며 굽이굽이 흐른다. 달력에서나 보던 산과 강줄기가 어우러진 낭만적인 경관에 혼이 다 나가겠다. 파바로티가 안 깨워줬으면 아깝게도 놓쳤을 최상의 그림이라 가이드의 배려가 고맙다. 몬타나 남서쪽의 로키산맥 동쪽 빗면에서 발원한 강이 미주리강이다. 그 강이 서쪽과 북동쪽, 남동쪽으로 방향을 바꾸며 흐르다가, 미국에서 두 번째로 긴 강인 미시시피 강으로 합류된다. 저 옐로스톤 강도 그 미주리 강에서 갈라졌다지.
6,7월엔 옐로스톤 강에서 갈라진 Lehardys Rapid란 샛강에 살인 송어인가 알을 낳기 위해 점프하는 걸 볼 수 있다지만, 단체여행객에겐 해당특전이 아니겠다. 무섭다는 그 살인송어의 상위포식자는 이곳에 사는 날개 끝만 검정색인 펠리칸이란다. 다양한 생명체의 생성과정이 돌고 도는 먹이사슬로 연결됨으로써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는 게 새삼스럽다. 드디어 옐로스톤의 그랜드 캐년인 아티스트 포인트다. 깍아지른 벼랑에 숨은 폭포들이라기에 가느다란 물줄기려니 했다. 보드웍을 따라 내려가는데 어째 물소리가 심상치 않아 가슴이 두방망이질 친다. 우와! 폭포 하나가 코앞에서 협곡을 뒤집듯이 낙하하는데 기암을 했다. 우레가 폭발 하듯 아찔 그 자체다. 거대한 포말로 서늘한 기운이 훅 끼친다. 직각으로 꺽인 보드웍의 코너전망대까지 갔다. 데크가 로워 폭포위로 벼랑 끝에 새집처럼 매달려 있는 양상이다. 마치 폭포 한가운데 서 있는 것처럼 아찔하다. 백만 불짜리다. 돈으로 추산하는 게 미안할 만큼 신성하고 숭고한 기를 팡팡 내뿜는 자연의 표호다.
309피트 아래로 떨어지는 로워 폭포는 94m로 길이상으론 나이아가라폭포의 2배란다. 맹렬한 물의 광포를 바로 위에서 보니, 까마득한 협곡 아래로 수직강하 하느라 산산이 부서져서 뿌려대는 물보라와 솟아오르는 하얀 물거품들만 시야를 가린다. 이건 완전 천지창조 아니 천지개벽의 순간이다. 너무 엄청나다는 말 외엔 달리 표현할 말을 못 찾겠다. <인젠 영어만 짧은 게 아니라 한
국말도 짧아지니 딱하다.> 여하튼 벅차다 못해 오싹 두려움을 안긴다. 정말로 무서운 건 물이였다는 걸 되살려 줄 정도로, 공포심마저 유발시킨다. 그럼에도 저 멀리 구불구불 휘도는 강의 자태는 고요하기 짝이 없다. 언제 성냈더냐 싶게 시침 뚝 딴 채 얌전하다. 그 위로 치솟은 절벽과 짙푸른 소나무들, 거기다 이곳의 명물인 물수리까지 갈색연처럼 선회한다. 듣던 대로 한 폭의 동양화다. 용암지대임에도 강물의 수온은 몹시 낮아 절대 수영금지다. 자연은 늘 뜨겁고 차고를 솔직하고 확실히 보여준다. 속을 감추는 데 능란한 인간들에 비해 대응방법이 명쾌하니 좋다.
다시 뜨거운 곳으로 갔다. 이름 하여 머드 볼케이노. 계란 썩는 냄새가 어
떤 곳보다 강하다. 회색 밀가루 같은 진흙으로 묽게 반죽해놓은 진흙지대다. 그런데 진흙탕 여기저기서 쉴 새 없이 퐁퐁퐁 보글거리니 신기하다. 일테면 진흙찌게를 끓이고 있는 셈이랄까. 그래서 이름도 용의 입이나 보글거리는 큰 솥인가보다. 하여간 고개가 절로 끄덕여질 만큼 형상과 딱 맞춤형이름들이다. 낮게 솟아오르는 진흙분수도 있고, 조금 큰 웅덩이에선 스팀연기를 자욱하게 내뿜어 지표면이 안 보인다. 김이 계속 나고 있으니 스팀보트인 셈이다. 어떤 지역은 진흙이 갈색이나 노랗고 가뭄의 논바닥처럼 쫙쫙 금이 갈라진 곳도 있다.
유황가스가 찬 단층들이 모여 있고 지진도 일반적이라 주변의 나무들 역시 화상으로 몽땅 고사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틈새 한곳에 노랑야생화 군락의 오아시스가 있다. 그 부분만 안 뜨거운가 보다. 딱 고자리만 찜해 꽃을 피워내니 자연의 섭리와 생명의 의지가 참으로 가상타. 안내 책자를 보니, 1978-79년, 종종 발생했던 지진영향으로 물의 열량이 바뀌고 땅의 온도가 거의 화씨200도<섭씨 94도>까지 올라갔단다. 그 당시 나무들이 쓰러지고 쪄지고 익어서 이런 불모의 풍경이 됐다나. 그리하여 이 지역엔 요리한 언덕이란 이름이 붙었단다.
그 다음 행선지가 옐로스톤 파크의 남동쪽에 있고, 옐로스톤 칼데라 남쪽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옐로스톤 호수다. 20마일에 걸친 길이에 Shore Line이 141마일의 폭 으로 공원에서 가장 덩치가 크다. 가장 깊은 곳은 430피트나 되고 평균깊이도 140피트라니 가히 바다나 다름없겠다. 해발 7732피트<2376m>에 위치하고 있어 산속에 있는 호수론 북미에서 가장 크다. 백두산 천지의 백배크기라나. 하여간 한 눈에 다 안 들어온다. 거기다 호수 건너 보이는 설산들이 너무 예쁘다. 제일 뾰족한 게 티톤산이고 그 옆이 모란봉이다. 우연히 모란이란 사운드만 같을 뿐 모란꽃과는 관계가 없는데도 봉긋하면서도 날카롭지 않은 설봉이 하얀 모란꽃봉오리를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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