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워싱턴, 보스턴 등 대도시 지역의 회복세가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 지역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약 16% 상승했다. 뉴욕 맨해턴지역에 밀집한 고층건물 숲.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서서히 바닥을 벗어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상업용 부동산 시장 전 분야에 걸쳐 회복조짐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미국 경제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우려됐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뇌관’은 불발할 가능성이 커졌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부동산 가격이 바닥에 이르렀다는 인식과 이자율 저공행진으로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최근 살아나고 있다. 기관 투자가들의 주도로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투자규모가 늘고 있고 가격도 상승세로 접어들었다는 보도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진단한다.
부실대출·가치하락 최악은 넘겨
지난해 사무실 건물 투자 416억
은행들 위험해소 대출 수월해져
■상업용 부동산 지수 상승
블룸버그 통신이 MIT 부동산 센터의 상업용 부동산 지수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기관 투자가들이 매입한 상업용 부동산의 가격이 전년대비 무려 19%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MIT가 지수를 측정한 이래 두 번째로 높은 연간대비 상승률로 상업용 부동산 가치가 하락할 것이라는 기존의 전망과 정반대의 결과에 업계는 한껏 고무되는 분위기다.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투자활동도 예상 밖으로 매우 활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 분석기관 리얼 캐피털 애널리틱스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던 사무실 건물에 대한 투자액은 무려 416억달러로 전년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최근 낮은 이자 비용으로 부동산 투자 수익이 개선되고 있고 이같은 현상이 투자자들을 시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투자수요가 늘면서 은행들의 부실 부동산 자산 및 부실대출 매각이 전보다 수월해졌다. 따라서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라는 인식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확산되면서 상업용 모기지 담보부 채권의 가격이 2년래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댄 파슐로 리얼 캐피털 디렉터는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며 부실자산을 보유한 은행과 건물주들의 숨통이 트이게 됐다”고 말했다.
■연준 진단 “회복세”
연방준비은행(Fed)에 의하면 최근 신용경색 완화 및 부동산 가격 안정세 조짐이 전국 주요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패트릭 파킨슨 Fed 은행 감독규제국 디렉터는 지난 4일 연방 의회에서 개최된 부실자산 구제 프로그램(TARP)에 대한 청문회에 출석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손실이 금융기관에 더 이상 위협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발표해 그동안 상업용 부동산 시장 내에 존재했던 위험요소가 다소 해소됐음을 시사했다.
파킨슨 디렉터는 “하지만 최근 감지되고 있는 회복세가 지역별로 고르지 않고 상업용 부동산 자산비율이 높은 은행들은 앞으로도 부실자산 정리에 애를 먹을 수 있다”고 덧붙여 최근의 회복세가 여전히 불안정함을 암시했다.
반면 상장 부동산업체 중 규모가 2번째로 큰 존스 랭 라셀사는 올해 상업용 부동산 거래 규모가 지난해보다 약 40%나 급증한 약 1,35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신용평가기관 무디스의 통계에 따르면 상업용 부동산의 가격은 지난 2007년 10월과 2010년 8월 사이 약 45%나 하락한 반면 이후 3개월 연속 상승세를 타고 있다.
최근 부동산 투자기금이 헐값에 사들인 것으로 알려진 버지니아 소재 스프링필드 몰의 내부 모습. 최근 부동산 전문 투자그룹에 의한 부실 부동산 자산 헐값 매입이 전국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워싱턴·뉴욕 전년비 16~20% 가격 상승
■기관 투자가들 헐값 매입 러시
은행이 보유한 대형 상업용 부동산 자산을 기관 투자가들이 헐값에 매입하는 사례가 최근 크게 늘고 있다. 보나도(Vornado) 부동산 투자기금은 지난해 12월 버지니아 교외에 위치한 대형 몰을 헐값에 사냥하는 데 성공했다.
보나도 기금은 전 소유주가 재정난에 처하면서 채권관리 기관으로 넘어간 약 1억7,150만달러 규모의 융자를 1억1,500만달러에 떠안는 조건으로 스프링필드 몰을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샌앤토니오 소재 USAA 부동산 컴퍼니 역시 주택시장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플로리다 포트 로더데일의 사무실 단지를 은행으로부터 헐값에 사들였다. USAA 측은 지난해 9월 압류은행인 웰스파고로부터 46만9,000평방피트 규모의 라스 올라스 센터를 2007년 7월 매매가격(약 2억3,100만달러)보다 약 23% 하락한 약 1억7,000만달러에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초체력 개선
은행들이 부실대출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하며 또 다른 금융위기에 대한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은행들은 부실대출을 할인 매각하거나 융자조건을 완화해 주는 방식으로 연체 위험을 최소화 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와튼스쿨의 수잔 와치터 교수는 “은행들의 재무 건전성이 개선되고 있고 이자율이 사상 최저 수준이어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펀더멘털은 나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경제가 회복되고 있는 점도 상업용 부동산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3.2%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최근 전해지면서 지속적인 경제 상승의 탄력을 입증했다.
또 상업용 부동산 업체 그럽앤엘리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기업들의 채용규모가 늘면서 사무실 건물에 대한 공실률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금융위기 제2 뇌관으로 지적됐던 CMBS의 발행 규모가 최근 다시 급증하고 있는 점도 투자가들의 주목 대상이다.
금융위기 직후 지난해 약 21억달러 규모로 급감했던 CMBS 발행액은 상업용 부동산 시장 회복 전망에 힘입어 지난해 약 109억달러로 껑충 뛰었다.
■대도시 회복세 뚜렷
뉴욕, 워싱턴, 보스턴 등 대도시 지역이 전국적인 상업용 부동산 시장 회복세를 이끌고 있다.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이들 대도시들은 고용시장이 안정되고 공실률이 낮아 임대 수익이 안정된 상업용 부동산 매물이 풍부한 지역들이다.
이중 워싱턴과 뉴욕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상업용 부동산의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와 16%씩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완연한 회복세를 보였다.
또 상업용 부동산 리스팅 업체 코스타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사무실 건물의 가격이 전국적으로 약 7% 하락한 반면 전국 10대 도시의 사무실 건물 가격은 무려 30%나 급등했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이미 상승세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아파트 건물 거래 증가
주택 소유율 감소와 주택 임대 수요 증가로 지난해 아파트 건물에 대한 거래가 급증했다. 리얼 캐피털 리서치사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아파트 건물 거래액은 약 337억달러로 전년에 비해 거의 2배가량 늘었다. 특히 지난해 12월 아파트 건물 거래 규모는 약 61억달러로 2007년 10월 이후 가장 규모가 큰 월별 거래로 기록됐다.
아파트 임대 수요 증가로 임대료 역시 꾸준한 상승세다. 악시오 메트릭스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국 아파트 임대료 상승폭은 2006년 3분기 이후 가장 높은 약 4.3%를 기록했다. 악시오 메트릭스 측은 임대료 상승세로 인해 올해 아파트 건물의 임대료 수익이 지난해보다 약 5.9%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상가건물 더딘 회복세
상가건물 역시 더디지만 이미 회복세에 접어든 것으로 진단됐다. 상가건물은 회복 속도가 사무실 및 아파트 건물에 비해 느리지만 매매가 늘고 가격도 상승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 캐피털사에 따르면 지난해 상가건물의 거래 규모는 약 226억달러로 전년보다 약 51%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 중 거래 가격은 평방피트당 평균 약 168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0%나 상승해 뚜렷한 가격 회복세를 나타냈다.
특히 상가건물에 대한 부실대출 문제가 지난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 앞으로의 전망이 더욱 밝아졌다. 리얼 캐피털사는 “약 520억달러에 달하는 상가건물 부실대출 중 약 절반에 해당하는 대출에 대해 ‘웍아웃’이 이미 완료된 상태”라며 “상업용 부동산 부문 중 가장 빠른 속도로 부실대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중”이라고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소비자들의 소매지출이 늘고 있는 것도 상가건물 전망에는 긍정적이다. 지난해 12월 소비 지출이 당초 예상보다 큰 폭으로 늘었고 도이치 은행은 이같은 소비지출 증가 추세가 올 한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전자산 투자 현상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전반적인 회복세가 감지되고 있지만 단기간에 2007년 활황기 수준을 회복하기 힘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고용시장 등 경제기반이 건전한 대도시로의 ‘투자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그 외의 지역은 당분간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다국적 회계법인 프라이스 워터하우스 쿠퍼스는 주택시장 침체의 골이 깊은 라스베가스, 밀워키, 세인트루이스, 디트로이트, 클리블랜드 등의 지역은 상업용 부동산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뉴욕 소재 사모펀드 업체 시글러 거프사의 제이스 콜 디렉터는 “최근 상업용 부동산 투자 키워드는 ‘위험 회피’”라며 “안전지역, 안전자산에만 투자하는 현상이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부실대출 정리 가속화
지난해 은행들의 부실대출 정리 활동이 매우 활발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포어사이트 애널리틱스사에 따르면 2010년 1분기 부실 상업용 부동산 대출과 건설융자는 약 1,262억달러로 사상 최고 규모를 기록한 바 있는데 9월 말 현재 부실대출 규모는 약 1,157억달러로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은행들은 올해 역시 ‘노트 세일’ 등을 통해 부실 대출 규모를 줄이는데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의 ‘노트 세일’을 대행하는 전문 업체도 등장했다. 어바인 소재 ‘옥션닷컴’사는 지난해 약 220억달러 규모의 노트 세일을 경매형식으로 대행 처분했다. 옥션닷컴에 따르면 노트는 대부분 액면가의 평균 약 56% 가격에 처분됐고, 올해 노트 세일 규모는 지난해 규모의 2배로 증가할 전망이다.
■상가 건물 CAP 레이트 하락
투자용 상가 건물의 수익률 지표인 CAP 레이트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CAP 레이트 하락은 상가건물의 가격이 상승하거나 임대 수익이 개선될 경우 나타나는 현상이다. 현재 상가건물에 대한 임대료 상승폭이 크지 않기 때문에 투자용 상가건물에 대한 수요 증가와 이에 따른 가격 상승이 CAP 레이트를 하락시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상업용 부동산 중개업체 CBRE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상가 건물에 대한 CAP 레이트의 전국 평균은 약 7.9%로 전분기(8.28%)보다 약 0.38%포인트 하락했다.
CAP 레이트는 2009년 4분기 이후 4분기 연속 하락을 거듭하고 있는데 CBRE 측은 2009년 4분기의 CAP 레이트인 9.01%가 2003년 이후 최고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CBRE 측은 또 최근 낮은 이자율 행진이 투자용 상가건물 구입 수요를 불러 일으켜 CAP 레이트를 지속적으로 끌어 내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CAP 레이트 하락 현상은 남가주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CBRE에 따르면 남가주에서도 역시 2009년 4분기의 CAP 레이트(8.38%)가 정점으로 확인됐으며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해 4분기에는 7.28%로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호텔 빠른 회복세, 아파트 거래 증가
가격폭락 여파 반등 빨라
경기 침체의 타격을 직접적으로 받은 호텔 건물의 경우 최근 입실률이 상승하면서 건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스미스 트래블 리서치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25대 도시 호텔 입실률은 64%로 2009년보다 약 4%포인트 증가했다.
호텔 건물에 대한 거래도 올해 늘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존스 랭 라셀 호텔 투자 부문은 올해 호텔 건물의 거래가 활발히 이뤄져 지난해보다 최고 25% 늘 것으로 지난달 예측했다.
뉴욕 소재 부동산 투자그룹 블랙스톤의 조나단 그레이 디렉터는 “가격 하락폭이 컸던 호텔 건물이 최근 좋은 투자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호텔 건물 투자비중을 점차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호텔 부문은 경기가 회복될 경우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기타 상업용 건물의 리스계약이 장기인 반면 호텔의 경우 경기가 회복될 경우 곧바로 숙박료 인상에 나설 수 있어 단기간에 수익을 개선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 은행들은 호텔 건물 구입에 대한 신규 대출을 늘리고 기존 부실 대출을 재조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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