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크리스마스 며칠 전이었다. 아들이 자신의 처가로 간다며 크리스마스 선물 꾸러미를 내려놓고 갔었다. 여러 상자에다, 금일봉이 든 것같은 봉투도 하나 있었다. 나이가 드니 선물보다는 현찰에 더 관심이 생겨, 제일 먼저 그 봉투를 살며시 뜯어봤다. 해마다 선물로 받는 겉옷들이 많아 이제 주변에선 ‘킹 오브 재킷’이라 불리는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겉옷을 사라는지 현찰은 없고 상품권 하나가 들어있었다. 또다시 되풀이되는 흥미없는 선물들인 것같아 나머지는 뜯지도않고, 구석으로 밀쳐뒀다. 아내에게 선물꾸러미 중에 아들이 준 봉투를 뜯어봤다고 했더니, 애들처럼 크리스마스까지 못기다린다며 야단을 치고 구박을 준다.
연애할 때에는 평생 단꿈에 젖어살 것만 같았는데, 미국와서 타고다니던 고물차가 처음 고장났을 때 “엔지니어가 차도 못고친다”로 시작된 구박이 세월이 가면서 여러가지 메뉴로 바뀌더니 이제는 어린애에게 야단치듯한다. 그래도 타다남은 사랑의 불씨가 남았나보다. 발렌타인 데이에는 밥해주기 귀찮아 그러는지, 아니면 남편이 돈낼 것으로 아는지 저녁먹으러 나가잔다. 해마다 이월이 되면, 꽃가게에는 장미꽃이 불티가 나서 웃돈을 얹지않고서는 사랑을 고백할 수도 없다. 그러니 사랑도 쩐이 없으면 피질 못한다.
결혼 생활에 관한 여러 세미나 및 성경 공부에 참석했었다. 마크 코핀 (Mark Coffin) 목사는 자신의 성씨가 장례식에 쓰는 관(棺)이라는 코핀이다. 그래서 자신의 이름이 “나는 날마다 죽노라”는 성경 고린도 전서 15:31의 말씀을 상기시킨다고 했다. 그가 부부생활에 관해 가르칠 때, 첫시간에 창세기의 아담과 하와를 두고 “부인들이여, 남편의 성욕을 이용해 남편을 지배하려하지말라”고 했다. 문화권이 전혀 다른 우리 부부에겐 너무도 놀라운 말이라 주변을 돌아봤더니 여자들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않고 경청하고 있었다. 일반적인 통계에 의하면 초혼은 40%, 재혼은 60%, 삼혼은 80%가 이혼으로 끝난다고 한다. 그러니, 남자들이 자신의 스물 다섯번째 갈비뼈로 지어진 하와를 똑바로 찾는다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난 주 산 호세 머큐리 뉴스는 미국 경제 연구원의 연구관인 마이클 시온 (Michael Sion)이 쓴 “애정의 문제라면 모든 것이 쩐으로 귀결된다 (In matters of the heart, it’s all about the green.)” 는 글을 실었다. 시온은 많은 이혼의 사유가 흔히들 말하는 성적 불만족이나 자녀들 문제, 시집 식구들이나 처가쪽 식구들도 아닌 바로 돈 문제라고 했다. 돈을 쓰고자하는 배우자가 있나하면, 돈을 저축하려고 기를 쓰는 배우자도 있다. 사치에 젖어 자기 과시를 하려는 사람을 만나 신용카드란 신용카드는 모두 천정을 치고있어 파산하려는 부부도있다. 부부가 함께 관리해온 돈을 서로 자기 자신의 욕심대로 쓰려고 기싸움을 하는 부부도 있다. 시온은 결혼 전 서로의 크레딧 보고서를 허심탄회하게 제출하고 상의할 것을 권하고있다. 서로 감추는 일이 있다면, 언젠가는 깨어질 결혼 생활이 된다는 것이다. 사랑은 모든 것을 뛰어넘을 것같지만, 쩐의 문턱을 넘지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결혼 비용에 서로 합의할 수 없다면, 앞날의 가계에서도 불협화음이 심하게 나타날 수있다고 경고한다. 결혼 서약의 “죽음이 우리를 가를 때까지 (’Til death do us part)”라는 말이 “빚이 우리를 가를 때까지 (‘Til debt do us part)”로 변질되지 않는다면 결혼 생활은 오래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충고를 준다. 가정 재정은 건전하게 유지되어서 자녀 교육, 건강, 은퇴 등 앞날에 대비해야한다. 지난 주의 뉴스위크는 의술의 발달로 2045년까지는, 인간은 불사조가 (immortal)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오히려 쩐이 없어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일이 늘어날 것이라는 것을 짐작케한다.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삶에 대한 해답’이란 신앙 상담 교본은 전화 상담중 부부나 연인 사이에 일어나는 문제들이 제일 많아, 이 문제들을 제일 먼저 다루고있다. 그는 경제, 지식, 자라난 환경 등 여러 수준이 서로 비슷할수록 이혼의 확율이 낮다고 상담한다. 또한, 작고한 부인 룻여사의 “두 사람이 항상 의견의 일치를 본다면 한 사람은 전혀 필요없다”는 말은 부부싸움이 상존함을 알려주고있다. 그 책의 마지막엔 “참신자가 되면, 나의 모든 문제가 사라지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 “아니요. 하지만 문제들을 다룰 수있는 능력을 기르게 됩니다.”라고 답하고있다.
드디어 크리스마스날 선물 상자들을 열었다. 그동안 갖고싶어 컴퓨터 앞에서 ‘모니터의 떡’으로만 여겼던 바로 그 비싼 렌즈가 들어있었다. 마누라가 아들과 상의해서 한번 통크게 쏜 것이라고 했다. 역시 쩐이 있어야 늙으막 사랑의 장미꽃도 피나보다. 젊은이들이여, 앞날을 위해 저축을 평생 습관으로 삼고 살지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