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만년전 화산폭발로 생긴 로키산맥 용암지대
세계 최초 국립공원 지정. 미 최대 세계유산 등록된 곳
미네랄 풍부한 온천수 흐르면서 바위표면 노랗게 변색시켜 ‘옐로스톤’
파인 분지마다 땅 속에서 물 솟아 옹달샘 처럼 유황온천 만들어
이제 차는 우리의 목적지 옐로스톤으로 향한다. 옐로스톤은 세계 최초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많은 국가들에게 땅 관리에 대한 모델이 된 곳이다. 또한 미국 최대의 국립공원이며 세계유산으로 등록된 곳이기도 하다. 현재까지 지구엔 5천만 년 전, 2백만 년 전, 130만 년 전, 그리고 60만 년 전, 도합 4번의 대규모화산이 터졌단다. 옐로스톤은 60만 년 전에 터진 화산폭발에 의해 형성됐고, 5만 년 전엔 빙하시대에 파묻혔던 곳이다. 그러니까 그랜드 캐년의 세배가 넘는 3500평방마일의 방대한 옐로스톤은 로키산맥의 용암지대다.
말하자면 용암 위에서 나무들이 자라고 있는 정말 신비한 장소다. 옐로스톤이란 이름도 그 용암지대의 석회암층을 미네랄이 풍부한 온천수가 흐르면서 산화돼 바위 표면을 노랗게 변색시켜 지어진거라나. 옐로스톤은 전체 면적의 96%가 와이오밍주고 몬태나주와 아이다호주에 일부가 걸쳐있다. 입구가 동서남북과 북동쪽에 있는 것까지 5개다. 동쪽입구와 남쪽입구는 11월초부터-5월초까지, 서쪽입구는 11월초-4월말까지 닫는다. 유일하게 북쪽입구서부터 북동쪽입구사이만 연중 내내 연다. 차는 벌써 서쪽 입구를 지나 카우보이 주
란 별명을 가진 목축의 주로 들어섰다. 미국에서 9번째로 큰 주이면서도 인구는 가장 적은 ‘평지의 신’이란 뜻의 와이오밍주다.
뒤로 까마득히 보이는 산들이 전부 머리에다 하얀 빙설모자들을 썼다. 북쪽으로 워시번산맥과 남쪽의 레드마운틴을 위시해서 여름에도 저렇게 백설을 인 3000m 넘는 고봉이 45개나 된단다. 날 좋은 날엔 그 건너 티톤산맥까지 보인다나. 모두가 원래는 태평양바닥이었는데 판이 밀리고 융기되며 생성된 거대한 로키산맥의 줄기들일 것이다. 그 로키산맥에서 물이 서쪽방향으로 떨어지면 태평양행이요, 동쪽으로 떨어지면 대서양이 종착역이란다. 용암대지 안에 경기도만한 크기의 분화지대에서 매일 수십 차례씩 온천수를 뿜어대는 200여개의 간헐천과 분기공이 있는 곳. 빙하시대와 화산폭발 후, 풍화작용으로 생긴 단층지역이라 터키석과 흑요석도 매장돼있는 곳.
매디슨강을 끼고 달리는데 나무들이 전나무 군으로 바뀌었다. 울창하지만 키들은 중간정도로 생각보다 작다. 옐로스톤의 대화재로 기록된 지역이라 그런가보다. 1988년, 그 해 여름은 역사 이래 가장 건조했단다. 6월부터 산불이 간간히 났지만 숲의 사이클로 간주하는 기존의 산불정책대로 자연 소멸되게끔 두었단다. 그런데 8월부턴 거센 바람을 타고 걷잡을 수 없이 번져, 2만 5천명의 소방대원들이 매달렸지만 진화실패 했단다. 결국 두 달 동안이나 맹렬히 타다가 9월에 내린 눈과 비로 자연 진화 됐던 끔찍한 재해였다. 그때 동시다발확산으로 소실된 임야지역이, 매디슨 교차로에서 남쪽과 서쪽공원입구까지 14마일<23Km>을 포함한 7군데로 도합 49만ha이었다. 자그마치 공원의 36%인 79만 3000에이커로 전체 삼림의 반 이상이 타버렸다.
그 이후 자연화재방치정책을 불의 규모에 따라 진화하는 산불관리정책으로 개정했단다. 그때 신문을 읽고 걱정하고 애타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 대화재가 지난 1만년 동안 무려 300여회란다. 그럼에도 생태계의 자체복원력으로 저만큼 회복된 걸 보니 놀랍고 감탄스럽다. 산세가 뾰족하고 설산들이 뒤에 포진하고 있다. 옐로스톤의 60%를 카바 한다는 롯지폴 소나무지대가 끝도 없이 이어진다. 그런데 이상하게 서있거나 쓰러진 채로 하얗게
고사한 나무들이 너무 많다. 묘한 게 어느 정도 키가 큰 나무만 깡그리 전멸이다. 생존해있는 나무들은 일률적으로 키가 다 작다. 알고 보니 나무들이 어느 정도 자라 뿌리가 석회암층에 닿게 되면, 물과 함께 땅 속의 칼슘들이 올라가서 물길이 막혀 서서히 죽어갈 수밖에 없다는 거였다. 키가 좀 더 크게 계속 자라고 싶었을 나무들의 한이 오죽이나 깊을까. 삼림관리자들은 뭐하느라고 죽은 나무들을 하나도 안 치웠지. 보는 사람 마음 안 좋게. 심지어 어떤 지역엔 ‘죽은 자와 산자’의 비율이 거의 반반이나 되는데...
지표면에서 30마일쯤엔 펄펄 끓는 용암이 차있단다. 이 마그마가 물을 끓이고 가스를 만들고 하다가 석회층과 탄산층을 뚫고 나와 생기는 현상이 가이저와 핫 스프링, 스팀보트, 진흙화산 등이란다. 지표에서 연기가 피어나는 곳이 가끔씩 나타나더니 미드웨이 가이저에 도착했단다. 겨울에도 지열로 눈이 안 쌓인다는 지역이다. 보도 웍을 따라 화이어 홀샛강을 건너가니 온천수가 직접 강으로 떨어지고 있다. 바위들이 오랜 세월동안 유황의 옷이 덧칠해지며 노란색 브라운색 붉은색 흰색 등으로 변형돼 저마다 일등급대리석이다. ‘클레오파트라 테라스’라는 이름에 딱 걸맞다. 넓은 분지 에도 뜨거운 물이 논물처럼 얇게 덮여 흐르는데, 바위바닥이 각양각색의 묘한 그림형상이다.
한마디로 축약해 뜨거운 물과 바위들의 합작예술품이다. 바위의 탄소화로 이루어진 그런 넓은 테라스들이 층층이다. 또 파인 분지들에선 계속 뜨거운 물이 솟아 흐르고 있는데 하나같이 유황냄새가 코를 찌른다. 용암으로 데워진 땅 속의 물이 솟아 고여 있거나 흘러내리는 것이 핫 스프링이다. 새파란 물이 큰 옹달샘마냥 고여 있는 핫 스프링의 하나는 이름이 ‘오팔 풀’이다. 군데군데 증기를 뿜으며 쉬지 않고 퐁퐁 솟는 구멍도 많다. 그런 틈새에 핀 보랏빛 야생화는 차라리 기이하다. 저승세계가 이럴까 싶다. 어쩌면 영화 ‘ET’의 그 ET가 사는 나라가 이럴지도... 우리는 자연의 오묘함에 혀를 내두르며, 끓는 물기둥이 솟아올라 장관이라는 가이저를 보러 올드 훼이스플로 갔다. 가이저는 우리말로하면 간헐천이다. 표면의 물이 지하로 들어가 깊은 용암온천에 닿아 뜨겁게 데워져 있다가, 시간이 경과해 압력이 증가하면 폭발하듯
땅 틈으로 ‘팡’ 분출하며 솟아오르는 거다.
아직 분출시간이 멀었다고 해서 올드 훼이스 인이란 7층 높이의 건물구경부터 했다. 세계에서 통나무로 지어진 건물로는 가장 규모가 큰 건축예술품이다. 무게 있어 보이고 골동품의 품격이 서려있다. 로비는 7층까지 뻥 뚫려있는데, 높이가 25m 무게가 500톤에 달하는 유문암 벽난로가 거대하게 폼 잡고 있다. 삼층으로 올라가보니 더는 자랄 수 없는 운명을 이기지 못해 고사한 나무들이 멋진 통나무 기둥으로 변신해 있다. 멋지게 부활해 영원한 삶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롯지폴 소나무의 휘어진 미를 자연 그대로 살린 받침과 난간은 더 특이하고 운치 있다. 옛날 고성 안에 들어온 듯하다. 꼭대기 종탑으로 올라가는 길 인양 통나무 계단이 끝없이 이어져있지만 4층 이상은 출입금지다. 모든 게 직접 대면하면 매체를 통해 듣고 보던 거랑은 아무래도 오차가 있게 마련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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