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Last Station / 마지막 정거장
Everything that I know......
I know only because I love.
내가 아는 모든 것......
오직 사랑하기에 알 뿐이다.
결국 집을 떠납니다. 그리고 열흘 뒤 간이역 아스타포보의 역장 관사에서 숨을 거둡니다. 82세의 나이에 세속을 등지는 톨스토이 백작. "나는 만족할 만한 톨스토이주의자가 아니다!" 그렇게 호탕한 발언을 서슴지 않던 러시아의 성자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그는 1910년 “왔던 그 곳”으로 홀연 돌아갑니다.
인생의 마지막 정거장이 된 러시아 남부의 어느 간이역. 그 곳에서 톨스토이는 탈속과 환속의 임시정거장에 잠시 머무는 듯 합니다. 오직 사랑만이 인생의 가르침이란 걸 진작 깨달았던 톨스토이. 스스로 백작의 가문에 태어난 귀족이었지만 주어진 삶의 편안함에 지극히 불편해 하던 사람 톨스토이. 육체의 욕망과 영혼의 고매함을 동시에 갈구하고 해소했던 번민을 솔직하게 고백할 용기를 내보였던 행동파 지성인 톨스토이.
사유재산의 비린내를 싫어하고, 맹목적 신앙의 허구를 간파했던 비판적 지식인 톨스토이. 예수 그리스도마저
"따르고 흉내 낼" 대상이지 신적 추앙의 대상이 아니라 믿고 행동했던 사람 톨스토이. 부유한 가문에서 태어나 평생 단단한 체력을 유지했으며, 부인과의 사이에 무려 13명의 아이를 낳은 아버지 톨스토이. 젊은 시절 꽤나 바람둥이로 쾌락주의에 탐닉했던 톨스토이. 하지만, 만년의 그는 1908년 7월25일 일기에 “이 더럽고
죄 많은 재산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라고 적습니다. 세속의 누림과 정신의 허무함 사이에서 진정 고뇌했던 바를 훗날 "참회록"에서 낱낱이 짚어내기도 하죠.
Everything that I know......
I know only because I love.
내가 아는 모든 것......
오직 사랑하기에 알 뿐이다.
2009년 개봉된 영화 "The Last Station"을 봅니다. 제이 파리니 [Jay Parini]의 동명 전기소설을 마이클 호프만 감독이 각색/연출한 이 영화는, 톨스토이의 말년과 죽음이란 자칫 지루한 소재를 탄탄한 연출과 끈끈한 로맨티시즘으로 엮어 한 편의 고상한 드라마로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교조적이고 고집스런 늙은이와 악처의 대비로 시시한 줄거리가 될 수도 있는 이야기를 이토록 재미나게 끌고가는 영화문법에 여러 번 찬탄하게 됩니다. 이런 영화라면 진짜 한 번 만들어 볼 만하지 않겠는가! 이런 영화라면 진짜 두고두고 자랑할 만한 창작물이 아니겠는가! 영화가 아니라면 어떤 매체가 이토록 진한 감동을 불러 일으킬 수 있겠는가! 그렇게 감동에 또 감동입니다.
이미 많은 걸 이룬 80대의 톨스토이 백작. 그 엄청난 저작권과 그에 따르는 막대한 부를 모조리 러시아 사회로
환원시키고자 하는 ‘톨스토이 운동’의 수제자. 그리고, 평생 톨스토이를 사랑했던 아내 소피아의 반대. 이렇게 얽혀진 구도 안에, 이 모든 걸 지켜보며 노부부의 끈끈한 사랑을 자신의 풋사랑과 연계하며 시린 가슴에 번민하는 젊은 주인공. 그리고, 결국 떠나온 부인의 사랑을 확인하며 엷은 미소로 세상을 떠나는 톨스토이. 눈물과 회한이 사랑의묘약과 어우러짐에 말로 형언키 어려운 지경에 이릅니다.
Everything that I know......
I know only because I love.
내가 아는 모든 것......
오직 사랑하기에 알 뿐이다.
이는 일찍이 ‘전쟁과 평화’ [War and Peace, 1869]에서 톨스토이 스스로 내뱉었던 말씀입니다. 영화 "The Last Station”은 바로 이 말씀을 큰 화면에 천천히 띄우며 잔잔한 음악 속에 시작됩니다. 영화 초반부, 젊은 주인공을 만나 진지한 대화 중 길고 흰 수염의 톨스토이가 새삼 상기시키는 내용도 바로 이 말씀입니다. 인생의 뜻이 뭔가, 삶의 의미란 뭔가 ...... 그저 한 마디로 맺는 톨스토이. "오로지 사랑이라네." [Only Love!]
영화는 에로스와 아가페의 차이마저 넘고 있습니다. 젊고 앳된 남자 주인공이 처음 여자의 살을 접하고 느낀 그 거룩한 충격. 그게 바로 인생을 관통하는 "사랑"의 전주곡이란 걸 살짝 힌트 하는 장면. 그리고, 톨스토이
노부부의 침실에서 벌어지는 노련하고 익살스런 애교[?]마저 바로 삶의 실체를 내비치는 "사랑"의 그림자였음을 영화 후반부는 상기시키고 있습니다.
만약 내가 삶에 관해 뭔가 아는 바 있다면 ......그건 다만, "오로지" 사랑했기에, 사랑하기에, 그리고 끝까지 사랑하겠기에 알 뿐이다. “Everything that I know...... I know only because I love.” 진짜 멋진 영화 "The Last Station"은 이 메시지를 그토록 찬란하게 전하는 중입니다.
OM~
커뮤니케이션 학 박사 /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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