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유럽인들은 사원이나 성곽 등 건축물을 세울 때 살아있는 사람을 희생시켰다. 건축물이 영속성을 지니기 위해서는 살아있는 사람의 영혼(靈魂)이 필요하다고 믿었던 것이다. 즉 고대 유럽인들은, 영혼이 떠나버린 그러한 죽은 사람이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의 희생적인 죽음을 통해서만 살아있는 영혼이 건축물에 전달되어 영원한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고 믿었다. 여기서 희생적인 죽음은 일종의 전이(轉移) 즉 ‘영혼의 전이(transference of soul)’를 의미한다.
루마니아 4대 신화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이상화된 것 중 하나가 ‘명인(名人) 마놀레(Mesterul Manole)’ 신화인데,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중세 루마니아에는 네그루 보더(Negru Vodă)라는 영주가 살고 있었다. 그는 건축공 마놀레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도원을 세우라 명하였다. 그래서 마놀레는 그를 따르는 다른 건축공들과 함께 아르제쉬(Arges) 강 근처에서 수도원을 짓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낮 동안 세운 담벼락은 밤이 되면 무너지고 또 무너지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낮잠을 자던 마놀레는 꿈을 꾸게 되는데, 살아있는 사람을 담벼락에 넣고 쌓아 올리면 훌륭한 수도원을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꿈 속 이야기를 다른 건축공에게 들려준 마놀레는 다음날 아침 맨 먼저 음식을 가지고 오는 그들의 아내나 누이 중 한 명을 희생시키자고 제안하였고 이에 모두가 동의하였다. 다음 날 아침, 누가 맨 먼저 올라올지 궁금했던 마놀레는 주위의 높은 곳에 올라가 아래쪽을 내려다보았다. 그런데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아내, 아나(Ana)가 올라오는 것이었다. 깜짝 놀란 마놀레는 아나가 올라오지 못하게 신에게 기도하기 시작했다. “하느님! 저의 아내가 오지 못하게 커다란 나무가 뿌리째 뽑히는 강한 바람을 보내 주십시오!” 그러자 나무가 뿌리째 뽑히는 거센 바람이 불었다. 하지만 아나는 이에 아랑곳 않고 계속 올라오고 있었다. 그러자 마놀레는 다시 기도하기 시작하였다. “하느님! 하느님! 저의 사랑하는 아내가 이곳으로 오지 못하게 커다란 홍수를 만들 수 있는 세찬 비를 내려 주십시오!” 이번에도 하늘에서는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다. 하지만 아나는 사랑하는 남편에게 따뜻한 아침 식사를 주기위해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며 묵묵히 올라오는 것이었다. 결국 아나는 마놀레의 마음을 알지 못한 채 그곳에 도착했다. 마놀레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아내를 벽으로 데려가 “내 사랑 아나! 지금부터 내가 하는 것은 우리가 재미있는 놀이를 하는 것이니 안심해요!”라고 말하고는 아나의 주위로 벽돌을 쌓아 올리기 시작했다. 남편을 믿고 따랐던 착한 아나는 차츰 자신의 몸 주위로 벽돌이 쌓이기 시작하자 마놀레에게 애원하기 시작했다. “마놀레, 마놀레! 벽돌이 나를 조여와요! 마놀레, 마놀레! 벽돌이 내 온 몸을 조여와요!” 아나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마놀레는 벽돌을 계속 쌓아 올렸다. 결국 마놀레는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아내를 희생시킴으로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도원을 완성할 수 있었다. 그 후 마놀레와 건축공들은 수도원 지붕 위로 올라가 영주를 맞이했다. 영주는 훌륭하게 건축된 수도원을 보고 만족해하며 혹시 이보다 더 아름다운 수도원을 만들 수 있는지 물어 보았다. 그러자 그들은 한껏 뽐을 내며 그들 모두가 힘을 합치면 이보다 더 아름답고 훌륭한 수도원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고 대답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도원을 혼자만이 가지길 원했던 영주는 그들이 지붕에서 내려오지 못하게 사다리를 치워버리라고 명하였다. 내려올 길이 막막했던 마놀레와 건축공들은 지붕 위의 나무판자를 날개 삼아 한명씩 아래로 뛰어 내리는데 모두 죽고 만다. 그런데 마놀레가 떨어진 곳에 샘물이 생겨났는데, 오늘날 루마니아인들은 이것을 ‘마놀레의 샘’이라고 부른다. 사랑하는 아내를 희생시켜 흘린 마놀레의 눈물이 샘물로 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아르제쉬 수도원은 마놀레의 아내인 아나의 살아있는 영혼이 수도원에 전이됨으로써 영원히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이다. 오늘날 명인 마놀레 신화에서 제시된 희생은 <희생을 통한 예술적 승화>라는 의미로 재해석되기도 한다. 즉 훌륭한 예술작품을 창작하기 위해 예술가들이 치러야 하는 희생으로 보편화되어 해석되기도 한다. 쉽게 말해 일반사람들의 경우, 꿈이 크면 그만큼의 큰 희생을 감수해야 하고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물론 꿈이 작으면 조금만 노력하면서 대충 살아도...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