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오나 김 뉴욕음악원 원장
연초부터 신년음악회들이 한창이다. 각 유명한 크고 작은 콘서트홀부터 매디슨 스퀘어 가든 그리고 그 외에도 각종 연주만 할 수 있는 공간이라면, 클래식 음악회부터 재즈, 대중음악에 이르기까지 많은 음악회들로 뉴욕은 늘 바쁘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이런 콘서트들마다 관객의 연령층이 확연히 갈라진다는 점이다. 뉴욕에 와서 처음 카네기홀을 갔을 때 가장 신기했던 것은, 유명 연주자들도 아니고 그 공연장의 시설도 아닌 바로 관객이었다. 관객의 대부분을 이루는 주요 연령대가 노년층이었던 것이 내게는 가장 인상적이었다. 그것은 카네기 홀 뿐만이 아니라 그 어느 공연장을 가도 그것이 클래식 공연인 이상 관객층은 변함이 없었다.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젊은 사람이라곤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이곳의 공연장 분위기에 처음엔 많이 낯설기도 하였다. 어쩌다 비싼 티켓을 구해 좋은 좌석에라도 앉을 때면 주위의 나이 드신 관객 분들이 신기해하며 내게 말을 걸고는 하였다. 그렇다면 그 많은 젊은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젊은 층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한국의 클래식 공연장 분위기와는 대조적인 이곳의 분위기에 처음에는 무척 당혹스럽기도 하였다. 그렇다고 한국의 젊은 사람들이 클래식 음악을 더 좋아한다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는 클래식 공연을 찾는 대부분이 음악계에 종사하는 사람, 즉 음악을 공부하는 학생들과 학부모들 그리고 선생님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미국보다도 더 사람들에게 외면 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젊은 관객층 대부분이 전공자들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한국의 클래식 공연장 문화도 그리 바람직하다고 볼 수는 없다. 전공자들의 전유물로서 마치 그들만의 잔치를 보는듯한 느낌이 강하다.
그렇게 보기 힘들던 젊은 관객들을 내가 마침내 볼 수 있었던 곳은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한 대중 음악 콘서트에서였다. 내가 그토록 궁금해 하던 그들을 거기서 만날 수가 있었다. 그 넓은 공연장을 꽉 채운 그들이 그렇게 열광하는 것을 보며, 클래식 음악과 대중음악이 노년층과 젊은 층으로 이렇듯 확실히 나뉘고 있는 것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현상은 어디를 가나 비슷하다. 중국인 피아니스트 랑랑은 한 좌담회에서 전 세계적으로 젊은 층에게 외면 받는 클래식 음악 문화의 현상에 대해서 언급한 적이 있다. 한국, 일본, 중국 등의 몇몇 나라를 제외한 지역에서는, 음반을 구매하거나 공연장을 찾는 대부분의 연령층이 높은 것이 클래식 음악이라며, 그는 이렇게 젊은 사람들이 어렵게만 생각하는 클래식 음악에 대한 고정 관념을 깨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싶다고 하였다. TV의 토크쇼도 나오고, 아이들 프로그램에 나와서 연주도 하는 등 이전의 음악가들과는 달리, 자신을 언론 매체에 많이 노출시킴으로써 사람들에게 클래식 음악이 친숙하게 느껴지도록 하고 싶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클래식 음악은 정말로 그렇게 어려워서 듣는 것조차 거부되는 음악인 것일까. 나의 경우 초등학생 때 우연히 선물로 건네받은 클래식 음반을 듣게 되면서 처음 클래식 음악과 접하게 되었다. 많이 알려진 유명한 피아노곡들과 관현악 소품들로 짜여진 그 음반이 그냥 좋아서 들었다. 초등학생 아이가 무엇을 알고 들었을 리 없다. 편견이 없어서 그냥 들을 수 있었던 것이고,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이 없어서 그냥 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냥 좋으니까 들었던 것이고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이다. 클래식 음악에 대해 공부를 하고 나서 사전 지식을 갖고 들었던 게 아니라 그냥 좋아서 듣다 보니 클래식 음악에 대해서 하나 둘씩 알게 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내게 묻는다. 클래식 음악을 듣고 싶어도 뭘 몰라서 못 듣겠다고. 어려워서 못 듣겠다고. 그건 바른 순서가 아니다. 공부를 하고 듣는 게 음악이 아니라 듣다 보니까 알게 되는 것이 음악인 것이다.
카네기홀, 링컨 센터를 찾는 많은 이들이 전문 음악가들이 아니다. 듣다 보니 좋아졌고 좋아하다 보니 관심을 가지고 자꾸 알게 되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하나하나 클래식 음악에 대해 알게 되었고 편하게 느끼며 즐기게 된 것이다. 마치 연애의 단계처럼 이것이 어떤 음악이 좋아질 때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과정이 아닐까.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사전 조사를 하고 나서 사랑에 빠지는 사람은 없다. 자꾸 보게 되고, 접하게 되고, 듣다 보니 좋아지고, 좋아지니 관심을 가지고 자꾸 알려 하고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사랑에 빠져있듯이 음악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클래식 음악도 예외는 아니다. 그냥 들으면 된다. 좋아서 듣는 것이 음악이지 공부하고 나서 듣는 게 음악이 아니기 때문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