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일·현혜명 등 참가 내달 4~24일
‘인내와 열정’
이 두 단어만으론 모자라다. 50년, 아니 어떤 이는 60년 넘게 붓과 캔버스와 씨름해온 그 화력들을 설명하기엔…
안영일/ 현혜명/ 강태호/ 김소문/ 김휘부/ 유제화.
남가주 한인화단을 대표하는 이들 6인을 한 자리에 모은 아주 특별한 초대전이 2월4일부터 24일까지 LA 한국문화원(원장 김재원)에서 열린다. 지난 해 30주년을 맞은 한국문화원이 오랫동안 준비한 2011년 첫 특별기획전으로, 로컬 작가들의 작품전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깨고 30년에서 50년 넘게 로컬 화단을 지켜온 원로들을 처음으로 기리고 대접하고 축하하는 아름다운 자리다.
‘인내와 열정’(Perseverance+ Passion)이란 제목의 재미한인작가 6인전에 초대된 이들은 그 오랜 세월동안 그야말로 끈기와 열정으로 그림만 그리며 살아온 작가들로, 개인전만 수십차례 가져오는 동안 대부분 주류화단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아온 이들이다.
김재원 문화원장은 “6인의 재미작가들은 척박했던 1950~1970년대 이민생활에도 불구하고 굳건히 자리를 지켜옴으로써 많은 후배들에게 좋은 모범이 됐다”고 말하고 “대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이번 초대전은 특히 그동안 발표하지 않았던 대작들을 선보이게 돼 주류화단에도 좋은 작품들을 보여줄 수 있는 뜻 깊은 전시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 전시를 기획한 최희선씨는 “참여작가 6인은 모두 한국에서 태어나 공부하고, 미국에 와서 서양화를 하는 동안 색과 선을 통하여 표현되어진 동양의 멋을 작품 속에 담고 있다”고 설명하고 “물감을 사기도 힘들었던 시절부터 그림이 좋아서 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평생 직업으로 삼으며 주류사회에서도 이름을 대면 알만한 작가로서의 위치를 굳혀 나간 이 분들이 한국에 남아서 작가로서, 스승으로서의 위치를 지키고 있었으면 아마도 더 낯익은 이름으로 우리의 곁에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평생 외길을 걸어온 대가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뭔가 다르다. 그리고 대가들이 도달해가는 지점은 대개 비슷한가보다. 작업은 서로 완전히 다르지만 모두들 자연을 영감으로 인생을 명상하고 관조하는 작품들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 참여작가 소개
대작 시리즈 ‘물’과 ‘해변에서’ 전시
안영일의 작품 ‘물’.
◆안영일
4세 때 그림을 그리기 시작, 6세 때 일본에서 첫 전시회를 가졌으며, 중학교 때 국전에서 최연소 작가로 특선했다. 서울 미대를 졸업하던 1957년 뉴욕 월드 하우스 갤러리 초대로 미국에서 첫 개인전을 가졌고 1966년 미국으로 이주, 베벌리힐스의 재커리 웰러 갤러리 전속작가가 되어 20년간 왕성하게 활동했으며 2002년 미주 한인작가로는 최초이자 유일하게 미연방 국무부의 ‘미술대사’로 위촉돼 2002-2005년 오스트리아 비엔나 소재 미 대사관저에 작품이 전시되기도 했다.
물과 바다, 캘리포니아, 음악을 통해 삶을 깊이 탐구하는 구도적 자세로 작업해온 그는 이번 전시에서 유명한 ‘물’ 시리즈 대작과 ‘해변에서’를 보여준다.
동과 서, 구상과 추상 섞인 작품 그려
현혜명의 작품 ‘체리 블러섬’.
◆현혜명
1965년 서울 미대를 졸업하고 66 유학으로 도미, 펜실베니아 아카데미 오브 파인 아츠를 거쳐 하트포드 대학에서 미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세월이 갈수록 다양하고 원숙해지는 작품으로 미국 화단의 호평을 받고 있는 그는 자연과 풍경으로부터 얻는 영감을 원천으로, 자연을 고요하고 섬세하게 노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작품에는 동과 서, 구상과 추상, 고대와 현대의 테크닉과 스타일이 모두 섞여있으며 그 고요함이 명상과 성찰로 인도한다. 한 송이 꽃으로부터 거대한 산에 이르기까지 신의 작품 속에 깃든 환희를 표현하는 자신의 신앙고백이기도 하다고 말하는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제주도를 소재로 시작한 ‘하도’ 시리즈 36점과 ‘체리 블러섬’을 내놓는다.
자연과 인생 속에서 발견한 사색 담아
강태호의 작품 ‘승화’.
◆강태호
서울예고와 홍대미대, 칼스테이트 LA에서 미술을 전공했고 1979년 미국에 온 후 30여년 동안 남가주에서 스튜디오와 갤러리를 운영하며 수채화로부터 유화, 판화 등 여러 미디엄을 실험하며 쉬지 않고 그림을 그려왔다. 지금은 그 모든 작업이 겹겹이 쌓인 수많은 색의 층을 통해 시간이 승화시킨 자연의 나이테에 기록된 수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반복을 통해 얻어지는 축적된 시간의 형상, 자연과 인생의 사이클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시간의 결 사이에서 발견한 경이와 사색이 담겨있다. 이번 전시에서도 시간과 자연에 관한 ‘승화’(Sublime) 시리즈 2점을 만날 수 있다.
어머니에 대한 사랑 시각 언어로 표현
김소문의 작품 ‘모성’
◆김소문
1974년 경희대 미술교육과를 나와 그해에 미국으로 왔다. 30여년 동안 약 30회의 개인전을 가졌을 정도로 왕성하게 작품활동을 해왔다.
그의 영원한 모티브는 ‘모성’이다. “지구촌의 모든 원천은 모성”이라고 말하는 그는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독특한 시각적 언어로 체계화시킨 작품을 해왔다.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허물고, 아크릴과 한지와 붓의 조화를 통해 동과 서를 한데 아우르는 작업이 특징이다. 이번 전시에는 섬세하고 신비로운 우리나라 서예의 선을 큰 붓으로 표현해본 ‘모성’ 시리즈 대작 2점을 소개한다.
‘유목민의 방황’ 내면적 모티브 작업
김휘부의 작품 ‘지오’
◆김휘부
홍익대 미대를 졸업하고 74년 도미, 아내 김희옥씨와 함께 전업작가로 활발하게 활동해왔다. 버가못 스테이션 내 ‘게일 하비’(Gail Harvey) 갤러리 전속작가로 5회 연속 초대전을 가진 바 있다.
미국사회에서 ‘나는 누구인가’로 회화적 출발을 가진 그는 문화적인 갈등과 불안, 소외감, 지진의 충격 등에서 비롯된 어둠의 덩어리들인 ‘유목민의 방황’을 내면적 모티브로 작업해왔다. 자신을 화가이며 목수라고 말하는 그는 노동의 반복행위를 통해 ‘질감은 회화, 형태는 조각, 과정은 건축’인 ‘지오 시리즈’(Geo Series)에 천착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도 그 대작을 볼 수 있다.
동양의 전통적 사고를 캔버스에 확장
유제화의 작품 ‘사막’
◆유제화
7세 때부터 그림을 그려오면서 국전 4회 연속 특선한 그는 홍익대 미대를 졸업하고 칼스테이트 LA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아무 것도 치장하지 않은 상태의 자연과 우주’가 그의 오랜 화두로 무한한 공간, 자연의 순수, 치열하고 원초적인 힘이 가득한 작업을 하고 있다. 언제나 거침없는 자유가 펼쳐지는 대작으로 자연과 우주를 표현하는 그의 작품은
“자연과 문화의 융합을 시도하면서 동양의 전통적인 사고의 의미를 캔버스 위에서 확장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원시적인 태양이 가득한 사막의 미스터리를 표현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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