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런 목 버겐카운티한인학부모회장
올해 음력설인 2월3일을 맞아 우리의 가까운 이웃동네인 뉴저지 테너플라이에서는 금년에도 학교 수업은 쉬는 대신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설날 큰 잔치를 치른다. 행사를 주최하는 테너플라이한인학부모회는 올해 잔치를 준비하며 사랑스런 자녀들과 함께 꼭두각시와 부채춤도 연습하며 정말 눈코 뜰새 없는 준비로 벌써부터 잔치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2년 전 우연히 설 공연을 연습 중이던 가정을 방문했을 때 진지하고 아름다운 학생과 학부모의 모습은 아직도 기억 속에 아름답게 남아 있다. 어려운 한국 전통 무용을 익히려고 애쓰는 학생
들의 모습을 보면 이들이 그토록 많은 민족 중에 한국인으로 태어나게 됐는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테너플라이학군의 설날 큰 잔치가 더욱 의미 있고 아름다운 이유는 학군에서 이날을 공휴일을 지정해 떡국을 나눠 먹고 잔치를 즐기면서 교사와 지역의 고마운 이웃들, 타문화권의 타인종 가족들과 더불어 한국 고유 명절의 의미를 함께 경험하며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테너플라이학군이 음력설을 공휴일로 지정한 것은 6년 전. 유대인 가정이 대다수였던 이 지역에서 이 같은 일이 가능했던 것은 오랜 기간 학군에서 여기저기 뛰어다미녀 학교와 지역사회 및 한인 가정 사이의 훌륭한 다리역할을 해온 모든 한인학부모들의 피땀 어린 노력의 결과이며 지금도 그 맥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정작 테너플라이에 살고 있지 않은데도 굳이 이 동네의 설 잔치를 이토록 열심히 이야기하는 이유는 발도 음력설은 다른 동네 얘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버겐카운티한인학부모협회(BCKAPA)는 테너플라이 학군의 음력설 공휴일 지정에 주역인 카니 최 전 테너플라이 교육위원을 초청해 학군별로 활동하는 한인학부모회의 역할 중요성과 학군 교육정책에 미치는 영향 등을 살펴보며 앞으로의 활동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한 바 있다. 실로 설 행사 하나만으로도 차례 지내기, 세배하기, 윷놀이를 비롯한 전통 놀이문화에 이르는 풍습과 문화를 타문화권에 알리는 훌륭한 교육기회임에 틀림없다. 타 지역까지 확산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테너플라이학군의 설날 큰 잔치를 역할 모델 삼아 인근 한인 밀집 학군과 널리 타 지역까지도 한마음으로 관련행사가 확산되길 고대하는 바이다. 이와 더불어 음력설을 ‘중국설(Chinese New Year)’이란 이름 대신 ‘음력설(Lunar New Year)’이란 명칭으로 공식화하는 운동에도 한인들이 함께 나서야 할 것이다.
머지않아 주류사회 주역으로 여러 분야에서 많은 역할을 감당해나갈 한인 차세대를 위해서는 물론, 다문화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아시안 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도 여전히 다양한 문화를 소화하는데 한계가 있는 미국의 교육제도 개선을 위해서도 이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만큼 한인 가정마다 우리 것에 대해 보다 확실히 이해하고 교육하는 동시에 전통문화 교육의 유익함을 각 지역학군별로 널리 인식시키는데에도 더욱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음력설을 굳이 공휴일로 제정해 휴교해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여전히 찬반이 분분한 상황이다. BCKAPA에서 수많은 학부모들과 만나온 경험에 비춰볼 때 공동의 목표 아래 지역별로 학군이나 또는 가정에서 자율적인 선택이 돼야하겠고 학군과의 원만한 협의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다른 공휴일에 비해 매우 단조로운 미국의 새해 풍습과 달리 한인들은 공휴일로 제정된다면 친지 및 이웃과 나눌 것이 많은 전통 풍습을 몸소 실천하고 경험하면서 주류사회에 한국의 설 풍습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2월3일 열리는 테너플라이학군의 설날 큰 잔치에 다수의 타인종 및 인근 타 학군 학생과 학부모들이 참석 의사를 밝히는 이유도 모두 그 때문이다.
이와 동시에 한인사회의 이러한 노력이 자칫 특정 민족의 이익 추구로 비춰져서는 안된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행여 한인들의 설 행사가 타문화권 이웃에게 마치 한국의 설 풍습만 귀히 여기는 것처럼 보여 지지 않도록 상호 존중하는 분위기도 필요하다. 우리의 것을 귀하게 가꾸고 개발해나갈 줄 아는 우리의 자세와 더불어 타인종 및 학군에 미칠 영향이나 절차 등을 보다 지혜롭게 조화시켜 나간다면 그 열매도 한층 달콤할 것이라 믿는다. 그런 면에서 BCKAPA는 2월3일 테너플라이에서 열리는 설날 큰 잔치에 한인 및 타인종 이웃
들이 모두 참여해 주길 적극 당부하는 바이다. 이날 인근 클로스터 한인학부모회에서는 전통 혼례식을, 올드태판 한인학부모회에서는 한국음악 연주를 선보이며 한복패션쇼를 비롯, 다양한 볼거리가 마련된다. 여러 사정으로 이날 잔치에 참석하지 못하는 한인들은 같은 날 지역 학군과 협조해 나름대로 설을 수업에 응용하는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더불어 설 잔치를 매년 한 차례 치르는 행사에 그치지 말고 나아가 타인종 지역학교 교사와 교육 관계자에 제대로 알리도록 교안화하는 단계로 발전해 나가길 기대한다. BCKAPA를 비롯한 뉴저지 버겐카운티 소속 학군의 한인학부모와 교육 관계자들은 올해 2월3일이 지난 뒤에도 관련 활동을 꾸준히 이어갈 예정이다. 미국 생활이 길어질수록 자녀들의 손을 붙잡고 제대로 설을 지내본 적이 언제인지 까마득해지는 한인 학부모들이 많아지고 있다. 때문에 이번 설 잔치 참여가 더욱 기대되는 바이자 보다 많은 한인들이 함께 자리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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