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차기에서 일본의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한국선수들이 고개를 떨구고 있다. <연합>
한국, 일본에 져 아시안컵축구 결승진출 좌절…
‘왕의 귀환’이 또 4년 뒤로 미뤄졌다. 51년 만에 아시안컵 정상탈환에 도전한 태극전사들이 숙적 일본에게 승부차기로 무릎 꿇으며 또 다시 4강 징크스를 넘지 못하고 뜨거운 눈물을 그라운드에 쏟았다.
25일 카타르 도하의 알 가라파 스테디엄에서 벌어진 제15회 아시안컵 4강전에서 한국은 영원한 라이벌 일본과 시종 불꽃 튀는 접전을 펼친 끝에 2-2로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승부차기에 들어갔으나 첫 3명의 키커가 모두 킥을 실패하는 바람에 0-3으로 무릎을 꿇어 결승진출에 실패하며 반세기만의 정상 탈환 꿈이 좌절됐다.
한편 이어 벌어진 4강전에선 호주가 우즈베키스탄을 6-0으로 대파하고 29일 결승에서 일본과 패권을 다투게 됐다. 한국은 28일 우즈베키스탄과 3~4위전으로 격돌하게 됐는데 이 경기에서 이겨 3위를 차지해야 오는 2015년 호주 아시안컵 본선 자동진출권을 얻게 된다.
영원한 라이벌간의 한판승부는 페널티킥으로 웃고 울다가 120분 혈전으로도 모자라 결국 축구판 ‘러시안룰렛’인 승부차기에서 가서야 희비가 갈렸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이날 승리의 여신은 한국의 편이 아니었다. 한국은 전반 22분 박지성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기성용이 성공시켜 선취골을 뽑았으나 전반 36분 일본의 마에다 료이치에 동점골을 내줘 전·후반 90분을 1-1로 마쳐 연장에 들어갔다. 연장 전반 7분 파울지점을 미스한 주심의 오판으로 페널티킥을 내줘 역전을 허용한 한국은 종료직전 황재원이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려 2-2를 만들며 기사회생한 듯 했으나 승부차기에서 키커로 나선 구자철, 이용래, 홍정호가 모두 킥을 실패하면서 분루를 삼켜야 했다.
지난 22일 8강전에서 이란과 120분 혈전을 펼친 뒤 단 이틀을 쉬고 필드에 나선 한국은 하루를 더 쉬고 경기에 나선 일본에 비해 체력적 부담이 컸던 것이 치명적 핸디캡이었다. 경고 누적으로 빠진 이정수를 대신해 조용형이 중앙수비수로 나선 것 외에는 이란과의 8강전 멤버가 그대로 나선 한국은 전반 시작과 함께 일본의 강한 중원 압박에 한동안 계속 수세에 몰려야 했다. 전반 6분 만에 이와마사 다이키에게 위협적인 헤딩슛을 내준 한국은 14분 기성용의 프리킥을 골키퍼가 쳐내자 이청용이 골 지역 오른쪽에서 헤딩슛한 것이 골문을 지킨 수비수 머리에 걸려 기회를 놓쳤으나 전체적으로 일본의 공세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특히 16분에는 오카자기 신지가 오른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날카로운 헤딩슛으로 연결했고 볼은 다이빙한 골키퍼 정성룡의 손끝에 스친 뒤 오른쪽 골포스트에 맞고 나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그러나 한국은 22분 이날 자신의 100번째 A매치로 센추리클럽에 가입한 ‘캡틴’ 박지성이 후방에서 넘어온 롱패스를 쫓다 상대수비에 밀려 넘어지며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분위기를 살려냈다. 키커로 나선 기성용은 강력한 오른발슛으로 일본 골문 왼쪽 코너에 볼을 꽂아 선취골을 뽑았다. 하지만 일본의 저력은 매서웠다. 계속해서 한국 문전을 위협하던 일본은 36분 절묘한 오버래핑으로 왼쪽 측면을 뚫은 나카토모 유토가 문전으로 예리한 패스를 찔러주자 이를 쇄도하던 마에다가 논스톱으로 차 넣어 균형을 맞췄다.
이후 양팀은 후반 종료까지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으나 양팀 모두 수차례 좋은 득점찬스를 살리지 못하고 결국 전후반 90분을 1-1로 마쳐 연장에 돌입했다. 한국으로선 후반 26분 페널티아크 지점에서 시도한 이용래의 왼발 프리킥이 골대 오른쪽 상단 코너를 살짝 빗나간 것이 가장 아쉬운 대목이었다.
그리고 연장 시작 후 7분만에 한국은 중앙수비수 황재원의 무모한 수비와 주심의 오심이 겹치며 페널티킥을 내줘 위기를 맞았다. 황재원은 이미 볼이 빠지고 백업 수비수가 있는 상황에서 일본선수 앞을 무리하게 가로막다 파울을 범했지만 파울지점이 페널티박스 바로 바깥쪽이었음에도 불구, 주심은 선심의 의견을 물은 뒤 페널티킥을 선언한 것. 이어진 페널티킥에서도 한국은 정성룡이 혼다 게이스케의 킥을 막아냈으나 쇄도하던 호소가이 하지메에 리바운드를 뺏겨 역전골을 내주고 말았다.
이후 한국은 만회골을 위해 총공세로 나섰으나 시간을 계속 흘러가 패색이 짙었으나 연장 후반 종료직전 기적이 일어났다. 기성용의 프리킥이 문전에 떨어진 뒤 양팀 선수들간의 쟁탈전이 펼쳐지던 와중에서 흐른 볼을 황재원이 왼발로 때려넣어 극적인 동점을 만든 것. 황재원으로선 속죄의 한방이었다.
하지만 곧바로 주심의 종료휘슬과 함께 승부는 운명의 승부차기로 넘어갔고 극적인 동점골의 모멘텀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선축한 일본의 첫 두 키커가 모두 킥을 성공시킨 반면 한국은 1번 키커 구자철과 2번 키커 이용래의 킥이 모두 골키퍼에 걸렸고 일본의 3번 키커의 킥이 골문을 넘어가면서 희망이 되살아나는 듯 했으나 3번 키커 홍정호의 킥 마저 골대를 벗어나며 희망이 꺼져 버렸다. 일본은 4번째 키커 곤노 야슈유키가 침착하게 킥을 성공시킨 뒤 환호했고 태극전사들은 망연자실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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