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년 만에 아시아 정상 탈환을 노리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연장까지 가는 혈투 끝에 난적 이란을 제압하고 2011 아시안컵 축구대회 4강에 올랐다.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23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카타르 스포츠클럽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8강 경기에서 연장 전반 15분 윤빛가람(경남)이 천금 같은 결승골을 터뜨려 이란을 1-0으로 꺾었다.
한국은 값진 승리로 4강 대열에 합류해 1960년 이후 51년 만이자 통산 세 번째 대회 우승 꿈을 이어갔다.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1996년 대회부터 5회 연속 아시안컵 8강에서 맞붙은 이란과는 역대 전적에서 9승7무9패로 균형을 맞췄다.
한국은 개최국 카타르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4강에 오른 영원한 맞수 일본과 25일 오후 10시25분 알 가라파 스타디움에서 결승 진출을 놓고 격돌한다.
또 다른 4강전에서는 호주-우즈베키스탄이 맞붙는다.
조광래 감독은 호주와 조별리그 2차전 때 선발진으로 이란에 맞섰다.
4-2-3-1 포메이션에서 지동원(전남)을 최전방에 세우고 처진 스트라이커에 구자철(제주), 좌·우측면 미드필더에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청용(볼턴)을 배치했다.
중앙 미드필더는 기성용(셀틱)과 이용래(수원)가 호흡을 맞췄고, 포백 수비진은 이영표(알힐랄)-이정수(알사드)-황재원(수원)-차두리(셀틱)로 꾸렸다. 골문은 정성룡(성남)이 지켰다.
이란은 기대주 카림 안사리파드가 최전방에서, 모하마드 레자 칼라트바리와 골람 레자 레자에이가 좌·우측면에서 공격을 풀어갔다. 중원에서는 안드라니크 테이무리안이 앞에 서고, 페지만 누리와 자바드 네쿠남이 뒤를 받쳐 공·수 연결 고리의 임무를 맡았다.
한국은 이란의 거센 압박을 뚫고 중원에서 패스 플레이로 공격을 전개했다.
하지만 전반 7분 아크 정면에서 찬 기성용의 프리킥이 수비벽에 걸리고, 전반 24분 문전 혼전 중 이용래가 날린 오른발 논스톱 슛은 골대를 벗어나는 등 매끄럽게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
이란이 최전방에 안사리파드만 남겨놓고 공격 2선까지 후방으로 내려서 수비벽을 두텁게 쌓는 바람에 공격이 쉽지 않았다.
전반 25분 상대 수비가 느슨해진 틈을 타 페널티지역 오른쪽까지 파고든 차두리가 오른발슛을 날리기도 했지만, 공은 아쉽게 골문을 벗어났다.
오히려 전반 28분 칼라트바리가 미드필드 왼쪽에서 차올린 프리킥이 지동원의 머리를 스쳐 자책골이 될 뻔한 위기를 맞기도 했다. 정성룡의 선방이 아니었더라면 그대로 골문으로 빨려 들어가는 상황이었다.
전반 종료 직전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지동원이 오른발로 감아 찬 공마저 골대를 살짝 벗어나면서 결국 전반은 득점없이 마쳤다.
조광래 감독은 선수교체 없이 후반을 시작했다. 반면 압신 고트비 이란 감독은 오른쪽 풀백 모하마드 노스라티를 빼고 코스로 헤이다리를 투입했다.
한국은 후반 18분 결정적 득점 기회를 맞았다. 차두리가 오른쪽 측면을 파고들어 크로스를 올렸고 지동원이 골문 정면에서 솟구쳐 올라 헤딩으로 돌려놓았지만, 골키퍼 메디 라마티의 정면으로 향했다.
후반 24분에는 문전에서 공중볼을 다투던 중 박지성이 몸을 던져 헤딩슛을 날렸지만 힘이 실리지 못해 골키퍼에게 잡혔다.
한국은 2분 뒤 미드필드 진영에서 에산 하지사피에게 공을 빼앗겨 강력한 왼발슛을 허용하는 등 종종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골문만큼은 굳게 지켰다.
조광래 감독은 체력 소모가 많았던 구자철을 후반 36분 벤치로 불러들이고 윤빛가람을 내보내 다시 전열을 가다듬었다.
하지만 아시아 최강 팀 간 격돌답게 결국 90분으로는 승패를 가리지 못했다.
연장에서는 이란의 공격이 잠시 활기를 띠었지만 위협적이지는 못했다. 후반 중반 교체 투입됐던 마수드 쇼자에이는 부상을 이유로 시간을 끌었다는 이유로 연장 전반 종료 직전 경고를 받기도 했다.
승패가 갈린 것은 연장 전반이 끝날 무렵이었다.
윤빛가람이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공을 잡아 가운데로 툭툭 치고 들어오다 수비가 달라붙지 않자 주저하지 않고 강력한 왼발슛을 날렸다. 윤빛가람의 발을 떠난 공은 이란 골문 왼쪽 구석에 그대로 꽂혔다. 골키퍼 라마티가 몸을 던져 손을 쪽 뻗어봤지만 소용 없었다. 조 감독의 교체 카드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한국은 연장 후반 5분 테이무리안에게 골 지역 오른쪽에서 오른발슛을 허용했지만 정성룡이 잘 잡아내 위기를 넘겼다.
조 감독은 바로 지친 미드필더 기성용을 빼고 수비수 홍정호(제주)를 투입했고, 이후 박지성을 불러들이고 염기훈(수원)을 내보내 힘들게 잡은 리드를 끝까지 지켜냈다.
(도하<카타르>=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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