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신의 장편소설 ‘나마스테’의 본문 중에 “아버지는 [...] 흑인도 백인도 무섭고 특히 거대 미국이 무서워 한시도 여기 있을 수 없다고 했다”라는 구절이 있다.
미국을 영어로 표현할 때 거대한 혹은 위대한 이라는 형용사를 붙여 ‘The Great U.S.A.’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소설에서도 ‘거대 미국’이라는 표현이 있다. 그렇다면 ‘거대 미국’이란 말에서 사람들은 과연 무엇을 연상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계 제1의 경제력과 기술력 그리고 군사력 등을 언급할 것이고 또 로키산맥이나 요세미티 국립공원 그리고 그랜드 캐년과 같은 자연의 우장함을 연상하기도 할 것이다. 필자의 경우,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미국의 고속도로다. 프리웨이(freeway)라고 하는 미국의 고속도로는 거대하고 웅장하다 못해 위압적이기까지 하다.
세계 최초로 고속도로를 만든 나라는 독일이다. 1932년 히틀러는 본과 쾰른을 잇는 고속도로를 개통하는데, 이것이 독일 최초의 아우토반(Autobahn)이다. 당시 독일은 일반 도로의 한 가운데에다 중앙분리대를 두는 새로운 개념의 고속도로를 도입하였다. 또 세계 자동차의 역사도 1885년 독일의 카를 벤츠(Karl F. Benz)가 가솔린 기관을 발명함으로써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Mercedes-Benz)라는 자동차 이름도, 1926년 당시 독일의 대표적인 자동차 회사인 벤츠사와 다임러(Daimler)사가 합병하면서 시작되었다.
독일의 아우토반 하면 대개 ‘속도 무제한’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하지만 아우토반에도 속도제한 구간이 있어, 차량 통행이 많은 지역이나 커브 길 등 위험한 곳에서는 속도규제가 아주 철저하다. 또한 속도 무제한 구간이라 해도 독일인들은 그렇게 차를 빨리 몰지 않는다. 물론 시속 200km (125mile) 이상을 달리는 사람도 있지만 이들 대부분은 스피드를 즐기는 독일의 젊은이들이나 외국인이다. 필자도 아우토반을 달린 적이 있다. 한참을 달리면서 아우토반의 빠른 속도에 적응한 후 1차선으로 들어가 보았다. 그렇게 얼마를 달리다 얼핏 사이드미러(side mirror)를 보았는데, 미러 한 가운데 조그마한 검은 점 하나가 생기는가 싶더니만 얼마 되지 않아 필자의 자동차 뒤에 포르쉐가 바짝 붙어 있었다. 족히 시속 250km 이상으로 달려 온 것 같았다. 엄청난 속력으로 달려오다 보니 사이드미러에 보였던 작은 점이 순식간에 자동차로 변해 뒤에서 왼쪽 깜빡이를 켠 채 따라오고 있었다. 독일 사람들은 운전매너가 좋은 편에 속한다. 아우토반에서 추월하고 싶을 때 그들은 상향 전조등을 켜거나 경적을 울리지 않고 대신에 왼쪽 깜빡이를 켠다. 뒤에서 빠른 속력으로 따라 오는 차가 있으면 대개 앞차가 미리 알아서 비켜주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왼쪽 깜빡이를 켜서 앞차에게 비켜달라는 신호를 보낸다. 물론 개중에는 경적을 울리거나 상향 전조등을 켜는 사람도 있지만 이들은 외국인일 가능성이 많다. 필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시작으로 북부로는 함부르크까지 그리고 남부로는 뮌헨까지 아우토반을 달려 보았다. 독일의 아우토반은 북부보다는 남부 특히 프랑크푸르트에서 뮌헨까지가 도로 사정이 좋고 폭도 넓어 인간의 무한 질주 본능을 자극한다. 그렇지만 이곳 또한 LA와 샌디에고(San Diego) 사이를 잇는 고속도로에 비해 그렇게 거대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캘리포니아의 베이 에어리어(Bay Area)만해도 주변에 몇 개의 거대한 고속도로가 지나간다. 미국에서 여행을 하면서 왕복 14차선 고속도로에서 밖으로 나갈 때에는 잠깐 안도의 한숨을 쉬곤 하는데, 대개는 그러기가 무섭게 또 다른 거대한 고속도로가 떡하니 버티고 서서 기다리고 있다. 고속도로는 그렇다 치고라도 캘리포니아에는 대략 300-400가구 정도 되는 한적한 마을에도 웬만한 고속도로 수준의 왕복 4차선 도로를 쉽게 볼 수 있다. 그래서 요즘 캘리포니아에서 왕복 2차선 도로 위를 운전할 때면 정겹기까지 하다.
LA 시내에는 아예 몇 개의 거대한 고속도로가 도심을 통과한다. LA 도심을 가로질러 동쪽으로 여행을 하다보면, 60번 고속도로 옆에 독도와 동해를 홍보하는 2개의 ‘거대한 광고판’이 눈에 띈다. 각각 ‘독도는 한국 땅’, ‘동해라고 불러요’라는 영어 문구 “Dokdo Island Belongs to KOREA”, “It is called the East Sea”가 적혀있다.
한국외대 교수 / UC버클리 객원교수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