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다멜 지휘 ‘LA필 라이브’ 영화관 생중계
■ 리뷰
LA 필하모닉이 처음으로 시도하는 ‘LA필 라이브’를 9일 오후 2시 LA 다운타운의 ‘리갈 LA 라이브’ 영화관에서 감상했다.
구스타보 두다멜 지휘로 디즈니 홀에서 열리고 있는 음악회를 영화관에 앉아 생중계로 감상하는 것은 대단히 훌륭하진 않았지만 무척 재미있고 유익했다. 그리고 3월과 6월에 있을 LA필 라이브 프로그램도 다시 영화관에서 감상할 의향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예스”라고 대답할 것이다.
우리가 들어간 영화관은 약 300석 정도 되는, 스크린이 무척 큰 대형 룸이었다. 처음에는 이 방이 반이나 찰까 했는데 시간이 가까워오자 앞에 서너 줄 빼고는 거의 다 찼고, 노인들이 많으리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젊은이와 학생들이 더 많아 보였다. 10일 LA타임스 기사에 따르면 LA필 라이브가 상영된 북미주 450개 극장 중에 캘리포니아에서는 거의 만석이거나 매진된 곳이 있을 정도로 성황이었지만 타주와 캐나다에서는 그만큼 성공적이진 않았다.
클래식 콘서트를 공연장이 아닌 영화관에서 감상한 소감을 한 마디로 전하자면, 운동경기를 경기장이 아닌 집에서 TV로 보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현장에서는 경기내용을 직접 보는 흥분이 있지만 한정된 시야에서 정해진 내용만 볼 수 있는데 비해 TV에서는 선수들의 움직임을 여러 각도로 다이내믹하게 볼 수 있고 해설도 곁들여져 훨씬 경기 이해가 빠른 것과 마찬가지다.
디즈니홀 곳곳에 설치된 14대의 카메라들은 ‘지휘하는 동물’ 두다멜뿐만 아니라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연주하는 모습을 골고루 계속 클로즈업해서 보여주는 한편 호스트 바네사 윌리엄스의 진행으로 두다멜 인터뷰, 작곡가 존 애덤스 코멘트, 백 스테이지 모습, 리허설 장면들을 고루 보여주었다. 또 연주회가 끝난 후에는 두다멜을 붙잡아 세워놓고 관객들이 이메일로 보내온 질문에 응답하는 Q&A 시간도 마련하는 등 숨이 찰 정도로 알차게 많은 콘텐츠를 제공한 점에서 꽤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특히 연주를 만들어내는 지휘자로부터 직접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가 단원들과 리허설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참으로 특별한 경험이었다. 두다멜은 불과 2년 전 LA필 상임지휘자로 선임됐을 때의 기자회견 때보다 엄청나게 향상된 영어 실력으로 전혀 긴장된 분위기 없이 유머와 여유를 보이며 자신을 따라다니는 카메라를 즐겁게 마주하곤 했다.
하지만 사운드는 역시 직접 듣는 것과 달랐다. 콘서트홀에서는 소리가 퍼지긴 하지만 내 피부와 닿는, 생생하게 만져지는 입체적인 울림이 있는데, 서라운드 시스템으로 들려주는 극장 사운드는 소리가 둥글게 모아져서 라이브의 감동이 거의 없었다. 그리고 실제 오케스트라 연주보다 더 크게 들린 것도 약간 거슬렸다. 하지만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더 집중해서 경청했으며, 사방에서 기침소리가 나는 연주장에서보다 더 음악에 몰입되는 기분이었다.
연주 프로그램은 존 애덤스의 ‘슬로님스키의 이어박스’와 레너드 번스타인의 교향곡 1번 ‘예레미야’, 그리고 베토벤 심포니 7번이었는데 사실 나는 이날 베토벤 7번 교향곡 때문에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다멜은 인터뷰에서 이 곡이 ‘행복한 곡’이라고 소개했지만, 2악장만은 비감미가 넘치고 가슴과 영혼을 두드리는 곡이라, 나는 꼭 두다멜이 지휘하는 이 부분을 듣고 싶었다.
약간 느린 템포로 음을 다지듯이 누르며 2악장을 연주해 나간 두다멜은 과연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고 그가 만들어내는 깊은 음색이 온 몸에 전율을 안겨줄 정도로 훌륭했다.
다시 한 번 느끼는 것이지만 두다멜이 연주하는 베토벤은 꼭 들어보는 것이 좋겠다. 그의 말러도 좋고 그의 브람스도 좋지만, 그의 베토벤은 모든 열정이 폭발해 사운드가 불꽃놀이를 하는 것처럼 가슴이 불타 오른다. 젊은 두다멜의 열정과 에너지와 천재적인 음악성이 베토벤의 심포니들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면서 듣는 사람에게 가슴 벅찬 환희를 안겨주는 것이다.
관객들이 어찌나 오랫동안 기립박수를 그치지 않는지(극장에서 우리도 함께 박수치고 함께 환호했다) 두다멜과 LA필은 앵콜로 흥겨운 브람스의 헝가리안 무곡을 들려주었다.
LA필 라이브는 3월13일에는 차이코프스키의 서곡들, 6월5일에는 브람스의 프로그램으로 다시 영화관을 찾아온다. 티켓 예약은 지금부터 할 수 있으며 가격은 18~22달러밖에 안 한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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