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왜 수학경시 대회 준비를 해야 하는가?
김찬수 원장
AMC8과 MOEMS는 미국 내에서 공신력이 가장 높은 저학년 경시대회다. 8학년 이하 학생들이 참여 할 수 있는 수학 경시대회로 AMC8은 보통 5-8학년 학생들이 MOEMS DIVISION E는 4-6학년 학생이 그리고 MOEMS DIVISION M은 6-8학년 학생들이 응시할 수 있다. AMC8은 개인적으로 누구나 응시할 수 있지만 MOEMS는 팀 경시대회이기 때문에 팀에 합류해야 한다. 팀은 학교를 통하거나 필자와 같이 팀을 운영하는 곳에 신청하면 된다.
2월이면 AMC10/12가 치러지는데 AMC는 개별 참가가 가능하기 때문에 시험을 주관하는 학교나 학원에서 치룰 수 있다. 요즘 AMC를 강의하고 시험을 주관하는 곳이 많이 늘었다. 이는 갈수록 AMC와 같은 경시대회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는 증거이며 더 많은 한인학생들이 경시대회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늘었다는 것이기도 하다. 이미 변별력을 상실한 학교 수학평가 방법, SAT 또는 SSAT 수학은 더 이상 학생들의 수학 실력을 평가하는 기준으로써 유명무실해진지 오래기 때문에 공신력 있는 수학평가가 당연히 그 자리를 대신 해가는 추세다.
그럼 왜 경시대회를 참여하는 것이 좋은가? 이유는 수학을 진정으로 잘하기 위해서다. 우리 한국 사람들이 근본적으로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은 우리가 수학을 잘하는 민족이라는 착각이다. 미국 학교의 수학, 특히 저학년 수학의 수준을 보면 그런 착각에 빠지는 것이 당연한지도 모른다. 문제는 미국 수학이 아시아나 유럽에 비해 너무 낮아 이런 수준의 수학에 한국 부모님의 교육 열기가 조금만 가미되면 우리 아이들은 졸지에 수학 영재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수학은 급격히 어려워져 곧 아이들의 공공의 적이 된다. 학교 평점이 중요한 고교 시절에는 수학공부도 점수 위주로 변질된다. 이는 아직도 한국식 수학교육에 푹 빠져 잔재주나 배우고 무조건 공식이나 외우려는 주입식 공부 방식의 문제인 것이다.
수학의 영재성이 우리민족의 피 속에 있다고 믿는다면 기억하시라. 아직 수학사에 걸출한 업적을 쌓은 수학자가 아직 우리에겐 없다. 중국인, 일본인, 베트남인이 수학의 노벨상인 필즈상을 수상했지만 우리는 없고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도 없다. 명문대를 들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졸업하는 것은 훨씬 더 중요하다. 미국 대학이나 특히 대학원에서 수학공부를 해본 사람이나 가르쳐 본 사람이라면 한국식 수학교육의 맹점을 많이 경험했을 것이다. 창조력과 사고력 중심의 수학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초반에는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적으로 시작 하는 경우가 있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빠르게 새로운 것을 흡수하고 발전시켜 결국 학업이 끝날 때 쯤 되면 역전되는 경우를 종종 경험하게 된다.
필자는 학생들에게 수학을 잘 하고 싶으면 수학 교과서를 많이 읽으라고 조언한다. 그 안에 모든 것이 있기 때문에 수학책을 잘 읽는 학생들은 외부의 도움 없이도 수학을 잘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저학년 학교 수학교육은 책 없이도 잘 진행되게 되어있다. 교사들이 워크북에 따라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책을 볼 필요성을 빼앗아 가버리는 것이다. 현대 수학의 대가인 Polya 박사가 쓴 ‘How to solve it’이라는 책이 있다. 그는 책의 첫 장
에서 아이들이 가능한 많이 독립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선생의 역할은 어느 정도 아이가 혼자서 노력한 후에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을 경우 매듭을 풀어 주는 역할임을 충고하고 학생의 관점에서 문제 풀이를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식으로 "그렇게 풀면 틀려, 선생님이 하는 거 잘 !"라는 방식을 택하지 말고 이들이 왜 그렇게 풀어가고 있는 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문답식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경시대회는 수학의 근간을 든든하게 하는 창의력과 사고력을 요구하는 시험이다. 이런 경시대회 문제들을 일찍 접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연적으로 다방면으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게 되며 포괄적인 사고를 하나로 묶는 논리적 사고력이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아이들에게 학교수학은 저급수준으로 전락하고 만다. 스스로도 얼마든지 해결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교육이 그러하듯 수학교육 역시 장기적인 안목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우리는 냄비근성이 있는 민족이라고 자조하는 소리가 많다. 하지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는 근대사가 만들어낸 혼란의 산물일 뿐 우리 선조들은 풍유와 기다림을 아는 민족이다. 이런 혼란 속에 아쉽게 재물이 된 한인 수학자들이 존재하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부터 천천히 기다림을 가지고 교육을 시킨다면 머진 않은 미래에 역사에 길이 남을 대 수학자가 우리 안에서 나올 것
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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