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한해가 저물어 이틀만 지나면 ‘신묘년’ 대망의 새해가 밝아 온다. 2010년을 시작하며 4년여 간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는 주택 불경기가 종료되기를 기대했다. 이같은 기대는 한해를 거치며 여지없이 무너졌고 올 한해 동안 주택시장에 몇몇 악재만 더 추가됐다.
하지만 내년 주택시장의 전망은 올해만큼 비관적이지 않다. 미국 경제침체의 공식적인 침체와 함께 주택시장도 회복의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주택 가격 및 거래량의 급격한 상승은 기대하기 힘들겠지만 탄탄한 회복을 위해 기초체력을 다지는 한해가 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프론트도어 닷컴이 내다본 2011년 주택시장 전망을 소개한다.
시세 차익보다 10년 이상 장기거주 늘어
모기지 상승세 꺾여 융자규정 절차 완화
■급격한 회복은 없을 것
내년에도 주택시장의 본격적인 회복은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주택시장이 아직 바닥을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본격적인 회복은 적어도 내년을 넘기고 빨라야 내후년부터 시작되지 않겠느냐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그렇다고 내년 한해를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전문가들은 주택시장의 회복을 기정 사실화 하고 있으며 다만 시기상 문제로만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주택 가격 추가 하락을 외치던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의 최근 행보가 이같은 분위기를 뒷받침한다. 일명 ‘닥터 둠’으로 불리며 대표적인 부동산 시장 비관론자인 루비니 교수는 최근 맨해튼턴 이스트퍼스트 스트릿 인근의 펜트하우스를 2008년 최고가 대비 약 25% 낮은 가격인 550만달러에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루비니 교수가 주택시장 침체의 종료를 예고한 행보가 아니겠냐고 분석하고 있다.
이같은 낙관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내년에도 여전히 높을 것으로 보이는 차압률이 주택시장 회복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현재 높은 차압률이 주택 가격 상승세를 짓누르고 있고 주택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압박하고 있다. 차압률 사태에 대한 빠른 개선만이 주택시장 회복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주택 장기보유 계획
앞으로는 주택 구입 후 시세 차익을 위해 단기간에 되파는 행위가 많이 줄어들 전망이다. 대신 일단 구입한 주택에서 적어도 10년 이상 거주할 계획을 가진 구입자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주택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어 현실적으로 단기 시세 차익을 실현하는 것이 불가능한 이유도 있지만 주택 구입자들의 주택 구입에 대한 가치관이 주택시장 침체기를 거치며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 주택을 마치 ‘크레딧 카드’처럼 여기고 무리한 주택 담보 대출을 일삼던 행위를 앞으로는 찾아보기 힘들겠다. 주택 구입을 현명한 투자행위로 여기는 미국인이 여전히 다수지만 동시에 주택을 투자 수단보다는 거주 수단으로 여기는 인구도 늘고 있다. 최근 실시된 설문조사에 첫 주택 구입자의 경우 주택 구입 후 최소 10년, 기존 주택 보유자는 15년 간 주택을 보유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 보유자 투자호기 맞아
■주택 가격 추가 하락
주택 가격 하락폭이 줄고 있지만 내년에도 가격 하락세는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주택 가격이 아직 바닥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스탠다드&푸어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한해 동안 주택 가격은 약 7~10% 추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주택 가격 하락은 내년에도 주택시장에 대량으로 쏟아질 것을 예상되는 차압 물량이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만약 내년에 주택을 팔 계획이라면 이들 차압 매물과의 경쟁에 대비해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충고한다.
■차압매물 증가
연방준비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수준인 약 225만채의 차압 물량이 주택시장에 쏟아져 주택 가격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내후년인 2012년에 예상되는 차압물량은 약 200만채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 주택시장의 ‘빅뉴스’인 부실차압 사태로 지난 10월 중 차압률이 일시 하락했지만 은행들이 차압 절차를 정상적으로 재가동할 것으로 보이는 내년부터는 차압률이 다시 고개를 들 것으로 우려된다. 현재 모기지 연체율과 은행들의 차압 주택 처리속도를 감안하면 차압 물량은 적어도 수년간 주택시장 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전문가들 내다보고 있다.
■낮은 모기지 이자율 지속
최근 모기지 이자율의 상승세가 무섭다. 불과 몇달 전만 해도 사상 최저 수준이라는 4% 초반대를 유지하던 30년 고정 모기지 이자율이 최근 5%대에 근접해가고 있다. 주택 구입을 미뤄왔던 바이어나 재융자 수요가 줄 것으로 우려하는 융자업계는 걱정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전문가들 예상에 따르면 이같은 모기지 이자율의 상승 속도는 내년쯤 한풀 꺾일 가능성이 크다. 모기지은행협회(MBA)는 올해 4분기 30년 고정 이자율의 평균은 약 4.4%로 집계될 것으로 전망했고 내년 말쯤에는 5.1%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방준비은행은 지난 11월 낮은 이자율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약 6,000억달러의 자금을 푸는 ‘양적완화’ 조치를 발표한 바 있고 이번 달에는 이같은 양적완화 기조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정부 자금을 풀어 장기 국채를 매입하는 방법으로 시중금리를 조절하겠다는 것인데 일반적으로 국채 이자율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모기지 이자율도 이같은 정부의 양적완화 조치의 영향으로 급상승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융자 규정 완화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한층 까다로워진 주택 융자 규정도 주택시장 회복의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일부 자격을 갖춘 바이어들마저 주택 구입을 포기할 정도로 융자 규정이 필요 이상으로 까다로워졌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현재 부동산 관련 단체들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전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지난 11월 주택 융자 업계의 까다로운 승인 과정 관행을 완화시키기 위한 정책을 채택하고 곧 융자업계 설득작업에 나설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NAR는 협회 소속 중개인들과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크레딧 점수 관리법, 크레딧 점수의 중요성, 융자 은행의 크레딧 관련 정책, 모기지 상품 선택법 등에 대한 교육에 대대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주택 건설업계 불투명
주택 건설업계는 내년에도 힘든 한해를 보내게 될 전망이다. 주택시장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가 바닥 수준인 데다 차압 매물과의 가격 경쟁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에 고실업률이 지속되는 한 주택 건설업체들의 신축 주택 판매는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를 반영하듯 2009년 신축 주택 규모는 2005년(약 210만채)의 약 4분의1 수준인 약 55만채로 감소했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주택 건설업체들이 신축 주택의 규모를 더욱 공격적으로 늘려나가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의 신축 주택 규모로는 최근의 인구 증가 추세를 따라 잡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전국주택건설협회(NAHB)의 데이빗 크로우 수석 연구원은 인구 증가 속도를 감안하면 향후 10년간 약 1,600만채의 신규 주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절호의 투자 기회
현금 동원력을 갖춘 부동산 투자자에게는 내년 만한 투자 기회가 다시 찾아오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는 투자자들이 눈독을 들이는 차압매물이 주택시장에 대거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은행들의 ‘캐시 오퍼’ 선호 현상이 두드러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차압매물 관리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주택 매매절차가 빠른 ‘캐시 오퍼’ 바이어를 주로 찾아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캐시 오퍼의 경우 융자를 받을 필요가 없어 거래 절차가 빠르고 은행 입장에서는 위험성이 적게 여겨진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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